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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04월 24일 (금)
□ 진행 : AI 챗봇 “에어”
□ 보조진행 :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ON-AIR'의 메인 토크 시간입니다. '온마이크' 시간, 오늘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그분의 이 작품은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입니다. <벽돌 책 뿌수기> 오늘은 독일로 가는 시간입니다. YTN 라디오 온-에어의 독서 셰르파, 인기 코너의 주인공 최민석 작가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 안녕하세요. 오늘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소설 단편이죠. 요즘 단편으로 부담 없이 가고 있습니다. 『깊이에의 강요』를 다뤄보려고 하는데, 그전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향수』로 이름을 알렸고 많은 국민들한테 사랑받고 있고요. 또 특이한 게 이분은 은둔으로도 유명해요.
◆ 김우성 : 철저한 은둔 생활입니다. 요즘 MBTI, 이게 과연 과학적이냐 이런 논란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완전 'I' 중에 진짜 '찐 I'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가요, 시상식에도 안 온다고요?
◇ 최민석 : 시상식에 안 가는 차원이 아니라 시상식에 가기 싫어서 문학상 수상도 거부합니다. 상 받으면 거기 가야 되잖아요. 시상식 갈 필요 없는 문학상이라면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 상을 받아야 된다 그러면 문학상도 거부합니다.
◆ 김우성 : 굉장히 단절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분의 작품을 또 읽어보면 어렴풋이 이해도 될 것 같습니다. 베일에 감춰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작가입니다. 그래도 공식적 프로필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랑받은 만큼요.
◇ 최민석 : 다행히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단 1949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고요. 뮌헨 대학교와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여러 편의 단편 소설과 시나리오를 집필했습니다. 근데 이때 파리에서 작업을 한 걸로 알려졌는데, 당시에 작업이 잘 안돼서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었습니다.
◆ 김우성 :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뿅 하고 나타난 게 아니라 역시 무명과 고통의 시절이 있었군요.
◇ 최민석 : 그러다가 1984년, 우리 나이로 한 서른네 살 때쯤에 어느 극단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아요. 그래서 모노드라마를 한 편 쓰게 되는데 그게 바로 『콘트라바스』입니다. 이 『콘트라바스』, 이 모노드라마죠, 1인극. 이 연극이 굉장히 성공을 하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됐죠. 그리고 다음 해에 장편 소설을 한 권 발표하는데 그게 바로 그 유명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향수』입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요. 『향수』 얘기를 하자면 지금까지 『향수』는 45개국에서 1,5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 김우성 : 세계적 작가네요.
◇ 최민석 : 대표작은 『좀머 씨 이야기』, 당연히 『향수』가 있고요. 『비둘기』 그리고 오늘의 작품인 『깊이에의 강요』 등이 있습니다.
◆ 김우성 : 은둔 생활을 한 것치고는 워낙에 인기 있고 사랑받는 작품을 써서일까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대한 디테일한 생활 일화 이런 것들도 소개가 돼 있더라고요.
◇ 최민석 : 그게 알려져 있는데 그것도 다 은둔 생활에 관한 것입니다. 은둔해서 알려진 것 같아요. 일단 친구가 자기의 거취에 대해서 약간의 정보라도 흘린다? 그러면 바로 절교해 버리는... 예를 들면 그런다는 거죠. 그리고 어떤 사람이 자기 작품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려고 하면 굉장히 질색하면서 아주 사나운 표정을 짓는다고 해요.
◆ 김우성 : 참 특이해요. 굉장히 성격이 까칠하고 이상한 사람이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까칠한 작가죠. 제가 작가 소개하면서 무명 시절에 파리에서 시나리오와 단편 소설을 썼다고 했잖아요. 이때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살던 방에는 손님용 의자가 하나 있었다고 해요.
◆ 김우성 : 은둔에다가, 심지어는 본인의 일상을 말하면 절교해 버리는 사람이 손님용 의자가 하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 최민석 : 그것도 손님이 왔을 때 세워둘 수는 없으니까 의자를 딱 하나, 두 명은 안 받는다는 거죠. 의자를 딱 하나 뒀는데 이 손님이 아무래도 자기가 은둔 생활을 하니까 손님이 올 일이 별로 없겠죠? 그래서 이 의자를 밧줄로 묶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았대요.
◆ 김우성 : 의자를 왜 매달지?
◇ 최민석 : 그래서 누가 오잖아요? 그러면 이 도르래처럼 그 밧줄로 의자를 내려서 쓰고 사람이 안 오면 다시 천장에 매달아 놓고 했는데...
◆ 김우성 : 그 분들도 굉장히 심리적 부담이 컸겠습니다. 본인 앉을 의자가 위에서 내려오다니요.
◇ 최민석 : 초메가 베스트셀러 『향수』, 이것도 자기가 파리의 '하녀 방'이라고 부르는 다락방에서 살 때 쓴 거거든요. 이때도 이 손님용 의자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쓴 거죠. 근데 이 하녀 방에서 살았다는 걸 보면, 하녀 방이 대학생들이 사는 우리로 치자면 옥탑방 같은, 삼각형 지붕 밑에 있는 방이에요.
◆ 김우성 : 문간방, 다락방 이런 느낌이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천장이 평평하지 않고 천장이 양쪽으로 기울어져 있죠. 대신 공간은 넓고 값이 싸고. 이런 데에서 공간을 절약하는 게 되게 중요하잖아요.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나름의 꾀를 쓴 거죠. 가운데가 제일 높으니까 아마 거기에다가 의자를 매달아 놓고 『향수』를 쓰면서 자신의 긴 작가 생활을 꿈꾼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는 작품의 작가들을 보면 굴곡과 어려움 속에서 또 이야기 에너지가 팡 터지는 분들이 많은데, 알수록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또 다른 게 있어요? 은둔하신 분들이 참 이야기가 많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이거는 TMI인데, 이 작가가 코로나 같은 전염병 시대에 아주 잘 맞는 인물이에요.
◆ 김우성 : 사회적 거리두기요?
◇ 최민석 : 그렇죠. 그거는 기본적으로 그런데 사람을 만나도 악수를 안 한다고 해요. 원래. 이 사람은 원래 악수를 안 한대요. 그걸 비위생적인 거라고 느낀 거죠. 당연히 옛날부터 자발적인 격리 생활을 해왔고, 심지어 혼자 지낼 때도 햇빛을 싫어해서 모든 창문을 다 가리고 산다고 합니다.
◆ 김우성 : 드라큘라 아니에요?
◇ 최민석 : 그리고 살림을 너무 소박하게 꾸려서 알려진 바로는, 유명 작가인데도 정말 쓸쓸해 보인다, 정말 가난해 보인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아주 단출하게 산다고 하고요. 평소에는 그 유행이 한참 지난, 떨어진 스웨터를 즐겨 입는다고 해요.
◆ 김우성 : 참 정신세계 특이합니다.
◇ 최민석 : 글쓰기 외에는 별로 다른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 그리고 걸을 때는 늘 걱정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로 걷는다고 해요. 그리고 또 개를 무서워하고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면 굉장히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 김우성 : 유명 작품이고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설인데 『좀머 씨 이야기』 속의 그 좀머 씨 같아요. 지팡이 짚고 다니면서 "아 제발 나를 내버려 두시오!"라고 하는 좀머 씨 같은 생각 들어요. 근데 이 정도면 은둔인데 세상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작가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이게 역설인 거죠. 은둔 생활을 하니까 사람들이 궁금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얘기가 되는 거고, 그게 더 많이 퍼지는 거죠.
◆ 김우성 : 스웨터 색깔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랄까요? 신비주의, 얼굴 없는 가수, 마케팅인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알리려고 하면 잘 안 알려지고 알리지 않으려고 하면 또 더 알려지고 인간의 심리가 특이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이 작가는 아마 이걸 즐기지 않는다면 자기가 알려지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진심으로. 그래서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보면서 인간의 삶이라는 건 원래 자기 뜻대로 잘 안된다, 이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맞습니다. 좀머 씨를 바라보는 소년의 관점에서 쓴 『좀머 씨 이야기』도 비슷한 느낌이 들잖아요. "여러분, 저 사람 왜 저래?" 이러면서 새로운 걸 보게 됩니다. 작가의 삶이란 옆에 최민석 작가님 계셔도 늘 궁금합니다. 줄거리로 들어가 볼게요. 『깊이에의 강요』, 제목부터가 아주 세게 와닿습니다. 줄거리는 어떻습니까?
◇ 최민석 :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화가입니다. 소묘를 굉장히 잘 그리는 젊은 화가는 첫 전시회를 열었죠. 그리고 전시회장에 한 평론가가 와서 말을 합니다.
◆ 김우성 : 소묘, 여러분 아시죠? 소묘를 그렸는데 전시회장에서 평론가가 다가와서 뭐라고 말합니까?
◇ 최민석 : "어, 당신 작품은 재능이 담겨 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 김우성 : 깊이가 부족하다… 이게 참 애매모호한 것 같은데, 여기서 제목이 나왔겠네요.
◇ 최민석 :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이 평론가는 젊은 화가를 북돋아 줄 생각으로 이 말을 한 거였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금방 잊어버렸죠. 그런데 이 일이 그냥 지나가지는 않습니다.
◆ 김우성 : 무슨 일이 또 일어나서 사건이 벌어지는군요.
◇ 최민석 : 그 평론가가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을 다시 신문에 비평으로 실은 거죠.
◆ 김우성 : 여러 사람에게도 다 들리게끔 해버렸네요.
◇ 최민석 :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그냥 넘겼는데, 이게 신문에까지 비평으로 실리니까 이 젊은 화가가 이제부터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 김우성 : "왜 나는 깊이가 부족할까?" 이것도 특이하긴 합니다. 일단 반발하고 싶을 것 같은데 계속 "왜 깊이가 부족할까?" 하고 생각을 해요.
◇ 최민석 : 그래서 그 질문의 답을 자기 작품에서 찾아보려고 일단은 자신이 그린 소묘를 들여다보고 막 낡은 화첩을 뒤적거립니다. 그래서 그날은 일단 그림을 못 그리게 되죠.
◆ 김우성 : 그 정도로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본업인 창작도 못 하는 거잖아요.
◇ 최민석 : 그리고 그날 저녁에 한 모임에 초대를 받아서 가게 되는데요. 거기에 가보니까 사람들이 모두 다 자기 몰래 막 얘기를 하는데 얼핏 들어보니까 그 말이 똑같은 말이에요.
◆ 김우성 : 신문이 단서일까요? 뭐라고 합니까?
◇ 최민석 : "나쁘진 않은데 애석하게도 그녀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어요."
◆ 김우성 : 불안함이 현실이 됐네요.
◇ 최민석 : 그래서 그녀는 일주일 내내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죠.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왜 깊이가 없을까?"
◆ 김우성 : 결국 그 답을 찾아내는지 궁금합니다. 주인공 어떻게 합니까?
◇ 최민석 : 두 번째 주가 됐습니다. 그녀는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해봤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온몸이 떨려서, 붓조차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화가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 맞아! 나에게는 깊이가 없어!" 이러면서 세 번째 주가 다가왔죠.
◆ 김우성 : 한 주씩, 한 주씩 시간 단위가 있으니까 더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한 주씩 흘러가네요.
◇ 최민석 : 이렇게 세 번째 주가 되자 그녀는 미술 서적과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깊이'라는 게 대체 뭔지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답을 찾기는커녕 점점 더 이상해지기만 했습니다. 내내 화실에 나갔지만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
◆ 김우성 : 그 말 한마디에 작품이 멈춰 있는 상태로 3주가 지나갔습니다. 그럼 뭐하고 있어요, 화실 가서?
◇ 최민석 : 그냥 방 안에, 그 화실에 우두커니 앉아서 앞을 응시하거나 그냥 거기에 있는 점토를 주물럭주물럭거릴 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깨어 있기 위해서 약을 먹으면서도 때문에 깨어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그녀의 집안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슬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나기까지 시작했습니다.
◆ 김우성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주 위험하죠. 이른바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거네요.
◇ 최민석 : 이렇게 소설 속의 시간은 자그마치 3년이나 흘러갑니다.
◆ 김우성 : 1주, 2주, 3주의 이야기 기억나시죠, 거기에 대한 고민에 빠지고 작품을 못 하고 다른 걸 막 찾아봤는데도 괴로워하다가 3년이 흘렀습니다. 3년 동안 그러면 그림은 계속 못 그린 거예요?
◇ 최민석 : 원래는 이 화가한테 상속받은 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3년이 흐르는 동안 상속받은 돈도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부 다 구멍 내고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비극이 일어나죠.
◆ 김우성 : 비극... 그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 최민석 : 그녀는 결국 텔레비전 방송 탑으로 올라가서 139m 아래로 뛰어내리고 맙니다. 신문과 잡지는 그녀의 죽음을 대문짝만하게 보도를 하죠. 빈 술병들과 갈기갈기 찢긴 작품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녀의 집은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됐죠.
◆ 김우성 : 이거 진짜 저희 언론들이 반성할 일입니다. 그냥 구경거리처럼 모든 일을 스치고 가면서 고통을 외면하게 되는 저희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 작품 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보이네요. 어쨌든 이게 시작된 걸 생각해 보면 첫 전시회 때 "깊이가 없네요"라고 말했던 그 평론가 때문이잖아요.
◇ 최민석 : 결국 그 평론가는 문예란에 단평을 싣습니다.
◆ 김우성 : 짧은 평을 싣습니다. 이게 우리 주인공이 죽고 나서죠? 뭐라고 씁니까?
◇ 최민석 :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 같이 지켜봐야 하다니. 이것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사건이다."
◆ 김우성 : 아니, 자기가 돌을 던져놓고 나서 또 뒤에서는 "아, 이 상황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 이거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런 식으로 물타기인가요? 오늘 작품은 스토리만 들어보면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지만, 어려운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 최민석 : 이 작품이 그래요. 스토리는 말씀하신 대로 아주 심플한데, 그래서 이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걸 캐치하기가 조금 쉽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오늘 작품이 타인의 평가가 한 개인을 얼마나 짓누르는지, 그리고 타인을 평가한 사람은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얼마나 자신을 합리화하려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이 평가 안에서 여러분, 권력도 있거든요. 권력은 수평적이지 않잖아요. 위아래잖아요. 이게 독일어 제목이 영어로 하면 수직적 강요, 이런 뜻이거든요. 왜냐하면 방송 탑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장면도 수직적이죠.
◇ 최민석 : 수직적이네요.
◆ 김우성 : 쥐스킨트의 어떤 날카로움이 보이는데...
◇ 최민석 : 상승과 하강의 변주가 담겨 있는 작품이네요. 첫 전시회는 상승, 그 뒤로는 하강.
◆ 김우성 : 평가를 더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어떤 사람 작품 굉장히 사실은 요즘은 우리가 SNS 시대여서 더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게 그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최민석 : 하나의 평가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런 얘기도 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관계'에 대한 작품인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이 작품에는 한 천재적인 화가가 나오잖아요. 하지만 평론가는 먹고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그녀의 작품에 깊이가 없다고 쓰죠. 물론 앞에는 찬사 일색으로 써요. 이게 약간 평론가의 직업적인 습성 같은 거라고 이해를 했거든요.
◆ 김우성 : 병 주고 약 주고, 약 주고 병 주고...
◇ 최민석 : 평론가의 입장에서는 신인한테 너무 격찬만 쓸 수는 없으니까 그냥 "앞으로 추구하면 좋을 점" 이런 걸 하나 덧붙인 거죠.
◆ 김우성 : 그렇게 하니까 또 평론가가 밉다가 "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세 가지 이야기와 하나의 고찰』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에 들어 있는 『깊이에의 강요』인데요. 그럴 수 있겠습니다. 너무 찬사만 하는 것도 사실은 평론을 안 한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까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적 관습이 결국은 한 젊은 예술가에게 상처가 되고 말죠. 그리고 이 화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죠. 그런데 이런 비극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는 자신의 평론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자기 때문에 한 예술가가 죽었는데 그녀가 죽고 나서도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하고, 그 와중에 예술가를 이렇게 죽음으로 내몬 거는 국가의 시스템 부재 탓이라고 펜대를 놀려대죠. 즉, 허울과 명분만 추구할 뿐 끝까지 자기가 옳았다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거죠.
◆ 김우성 : 연예 뉴스 같은 거, 스포츠 뉴스, 댓글 못 달게 하잖아요. 일종의 평론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거든요. 이게 왠지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일 같습니다, 포털에서. 그러면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게 제가 느끼는 바랑도 연결돼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니면 다른 뜻도 있을 것도 같고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 최민석 : 그래서 제가 느끼기로는 그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이런 문화계 시스템 자체를 비판한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예술계 자체, 아니면 더 나아가서 인간의 이기성을 비판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정말 그냥 자신이 이 이야기가 재밌다고 생각해서 썼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깊이를 중시 여기는 독일 사회에 대한 경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문학은 즐기면 그만이잖아요. 아마 『향수』처럼 장르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을 쓴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독일 사회에서 느낀 그 피로감을 반영한 게 아닌가,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은둔 생활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김우성 : 앞서 작가에 대한 소개를 최민석 작가가 해주신 이야기와 조금 연결이 되죠.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요. 정말 그 깊이, 철학, 독일인들이 갖고 있는 어떤 약간 음침함 이런 것도 있는데, 그 압박감 같은 것들도 느껴집니다. 『좀머 씨 이야기』의 유명한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날 내버려 둬!" 이렇게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작가의 삶과 연관 지어서 생각을 해보면 자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그냥 『향수』라는 재밌는 이야기를 썼을 뿐이에요, 자기 생각에. 그런데 여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독일 사회를 보면서 자기 작품이 난도질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겠죠. 그래서 이 『깊이에의 강요』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말씀하신 그 단편 소설 『좀머 씨 이야기』도 좀머 씨가 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좀머 씨가 작품에서 늘 하는 얘기가 "날 내버려 두시오!"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오늘 작품 『깊이에의 강요』부터 『좀머 씨 이야기』까지 전부 다 이 작가가 독일 평단에 보내는 나름의 반격이다, 문학적 반격이다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평론가와 예술가, 그리고 관객, 이 셋의 관계는 긴장 관계입니다. 그런데 쥐스킨트가 나름 균열을 냈다는 느낌도 들고... 『좀머 씨 이야기』에 좀머가 '여름'인데, 여름이라는 뜻도 있지만 약간 인생의 빛나는 시절, 예술가로서는 어떤 반짝거리는 시절 이런 느낌도 있습니다. 그게 담겨 있는 페르소나라는 말도 진짜 많이들 읽어보셨잖아요. 와닿는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말씀해 주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여름이 나무가 우거지고, 물론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지만 가을은 지는 거고 여름이 청춘이잖아요. 한참 무르익을 때잖아요. 자기가 가장 무르익었을 때 내버려 두지 왜 자꾸 날 괴롭히고, 왜 자꾸 내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상하게 해석을 해서 자꾸 깊이를 나에게 강요하느냐... 그렇게 받아들여집니다.
◆ 김우성 : 이 작품이 그래서 쥐스킨트가 아주 크게 변환하는 지점이다, 또 평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쥐스킨트 님은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고 계십니다.
◇ 최민석 : 한 명만 불러요.
◆ 김우성 : 의자는 위에 있습니다. 동일한 단편집에 들어간 소설 『승부』. 이게 『세 가지 이야기와 하나의 고찰』이라는 단편집 안에 있는 『깊이에의 강요』도 있었고 또 『승부』도 있는데요. 일종의 대중에 대한 목소리에 대한 회의감 이런 것도 나오고요. 제가 보기에는 시대에도 매력 포인트가 많을 것 같고요. 작가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최민석 : 『승부』도 그렇고요,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전부 다 보면 이야기가 돌아가지 않아요. 진짜 직진합니다. 앞으로 쭉 달려요.
◆ 김우성 : "놀랐지?" 이런 반전, 이게 없는 거군요.
◇ 최민석 : 딴 데로 안 빠지고 쭉 달립니다. 그리고 분량도 굉장히 깔끔하고요. 이야기도 깔끔하고요. 그래서 정말 이야기 자체가 재밌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깔끔한 이야기, 담백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소설집을 좋아하실 겁니다.
◆ 김우성 : 한번 읽어보십시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도 사실은 조금 비극적이잖아요. 그런데 오늘 소개해 주신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깊이에의 강요』도 마지막 장면은 그렇습니다. 생각할 걸 더 남겨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러 작품들이 많습니다. 일단은 그래도 추천을 해주신다면 어떤 분에게 좋을까요?
◇ 최민석 : 『향수』가 유명해서 읽고는 싶은데 읽기에 조금 부담스럽다, 그런데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궁금하다, 이런 분한테는 『깊이에의 강요』가 좋을 것 같고요. 독일 소설을 가볍게 즐겨보고 싶으신 분, 그리고 예술에 대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오늘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 김우성 : 저는요,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것 중에 "이야기의 직진성", 이게 굉장히 도식적인 이미지로서 다가오는데 너무 좋습니다. 이야기의 앞을 보면서 가는 느낌, 왜냐하면 꾸불꾸불하면 도무지 앞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있는데 굉장히 최민석 작가님의 소개 덕분에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제가 종종 제 책에 써먹거든요. "이렇게 이야기는 폭주 기관차를 타고 달려간다."그런 거 좋아합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박정민 배우도 그렇고요, 자기 부정 슬픔 속에서 빠져나올 때 『깊이에의 강요』 그다음에 또 이런 작품들을 많이 언급하더라고요. 여자 소묘 화가죠. 화가에게도 따뜻한 지지와 깊이를 강요하지 않는 안정적인 주변인이 있었더라면... 이라는 또 해석도 붙였습니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민석 : 제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됩니까? 원제 한 번만 더 읽어주시겠어요?
◆ 김우성 : 여러분, 졸업한 지 25년이 넘었는데요.
◇ 최민석 : 독일어 잘하는 사람들 보면 부럽거든요.
◆ 김우성 : 이게 영어로 3가 독일어 '드라이(drei)'거든요. 『드라이 게쉬히텐 운트 아이네 베트라흐퉁(Drei Geschichten und eine Betrachtung)』. 이 세 개의 이야기와 하나의 생각할 고찰점, 이런 뜻인 것 같고요. 그 안에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페르티칼러 츠방(Vertikaler Zwang)...' 인 것 같아요. 『깊이의 수직적 강요』 이런 건데…
◇ 최민석 : 드라이 게쉬히텐 운트 아이네 베트라흐퉁...
◆ 김우성 : 맞습니다. 여러분 자세한 건 정확하게 AI를 통해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듣고 계신 독일어 전공자분들 죄송합니다.
◇ 최민석 : 이해할 겁니다.
◆ 김우성 : 오늘도 즐겁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아주 좋은 이야기 시간이었습니다. 최민석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감사합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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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6년 04월 24일 (금)
□ 진행 : AI 챗봇 “에어”
□ 보조진행 :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ON-AIR'의 메인 토크 시간입니다. '온마이크' 시간, 오늘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그분의 이 작품은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입니다. <벽돌 책 뿌수기> 오늘은 독일로 가는 시간입니다. YTN 라디오 온-에어의 독서 셰르파, 인기 코너의 주인공 최민석 작가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 안녕하세요. 오늘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소설 단편이죠. 요즘 단편으로 부담 없이 가고 있습니다. 『깊이에의 강요』를 다뤄보려고 하는데, 그전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향수』로 이름을 알렸고 많은 국민들한테 사랑받고 있고요. 또 특이한 게 이분은 은둔으로도 유명해요.
◆ 김우성 : 철저한 은둔 생활입니다. 요즘 MBTI, 이게 과연 과학적이냐 이런 논란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완전 'I' 중에 진짜 '찐 I'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가요, 시상식에도 안 온다고요?
◇ 최민석 : 시상식에 안 가는 차원이 아니라 시상식에 가기 싫어서 문학상 수상도 거부합니다. 상 받으면 거기 가야 되잖아요. 시상식 갈 필요 없는 문학상이라면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 상을 받아야 된다 그러면 문학상도 거부합니다.
◆ 김우성 : 굉장히 단절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분의 작품을 또 읽어보면 어렴풋이 이해도 될 것 같습니다. 베일에 감춰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작가입니다. 그래도 공식적 프로필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랑받은 만큼요.
◇ 최민석 : 다행히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단 1949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고요. 뮌헨 대학교와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여러 편의 단편 소설과 시나리오를 집필했습니다. 근데 이때 파리에서 작업을 한 걸로 알려졌는데, 당시에 작업이 잘 안돼서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었습니다.
◆ 김우성 :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뿅 하고 나타난 게 아니라 역시 무명과 고통의 시절이 있었군요.
◇ 최민석 : 그러다가 1984년, 우리 나이로 한 서른네 살 때쯤에 어느 극단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아요. 그래서 모노드라마를 한 편 쓰게 되는데 그게 바로 『콘트라바스』입니다. 이 『콘트라바스』, 이 모노드라마죠, 1인극. 이 연극이 굉장히 성공을 하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됐죠. 그리고 다음 해에 장편 소설을 한 권 발표하는데 그게 바로 그 유명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향수』입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요. 『향수』 얘기를 하자면 지금까지 『향수』는 45개국에서 1,5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 김우성 : 세계적 작가네요.
◇ 최민석 : 대표작은 『좀머 씨 이야기』, 당연히 『향수』가 있고요. 『비둘기』 그리고 오늘의 작품인 『깊이에의 강요』 등이 있습니다.
◆ 김우성 : 은둔 생활을 한 것치고는 워낙에 인기 있고 사랑받는 작품을 써서일까요?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대한 디테일한 생활 일화 이런 것들도 소개가 돼 있더라고요.
◇ 최민석 : 그게 알려져 있는데 그것도 다 은둔 생활에 관한 것입니다. 은둔해서 알려진 것 같아요. 일단 친구가 자기의 거취에 대해서 약간의 정보라도 흘린다? 그러면 바로 절교해 버리는... 예를 들면 그런다는 거죠. 그리고 어떤 사람이 자기 작품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려고 하면 굉장히 질색하면서 아주 사나운 표정을 짓는다고 해요.
◆ 김우성 : 참 특이해요. 굉장히 성격이 까칠하고 이상한 사람이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까칠한 작가죠. 제가 작가 소개하면서 무명 시절에 파리에서 시나리오와 단편 소설을 썼다고 했잖아요. 이때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살던 방에는 손님용 의자가 하나 있었다고 해요.
◆ 김우성 : 은둔에다가, 심지어는 본인의 일상을 말하면 절교해 버리는 사람이 손님용 의자가 하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 최민석 : 그것도 손님이 왔을 때 세워둘 수는 없으니까 의자를 딱 하나, 두 명은 안 받는다는 거죠. 의자를 딱 하나 뒀는데 이 손님이 아무래도 자기가 은둔 생활을 하니까 손님이 올 일이 별로 없겠죠? 그래서 이 의자를 밧줄로 묶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았대요.
◆ 김우성 : 의자를 왜 매달지?
◇ 최민석 : 그래서 누가 오잖아요? 그러면 이 도르래처럼 그 밧줄로 의자를 내려서 쓰고 사람이 안 오면 다시 천장에 매달아 놓고 했는데...
◆ 김우성 : 그 분들도 굉장히 심리적 부담이 컸겠습니다. 본인 앉을 의자가 위에서 내려오다니요.
◇ 최민석 : 초메가 베스트셀러 『향수』, 이것도 자기가 파리의 '하녀 방'이라고 부르는 다락방에서 살 때 쓴 거거든요. 이때도 이 손님용 의자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쓴 거죠. 근데 이 하녀 방에서 살았다는 걸 보면, 하녀 방이 대학생들이 사는 우리로 치자면 옥탑방 같은, 삼각형 지붕 밑에 있는 방이에요.
◆ 김우성 : 문간방, 다락방 이런 느낌이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천장이 평평하지 않고 천장이 양쪽으로 기울어져 있죠. 대신 공간은 넓고 값이 싸고. 이런 데에서 공간을 절약하는 게 되게 중요하잖아요.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나름의 꾀를 쓴 거죠. 가운데가 제일 높으니까 아마 거기에다가 의자를 매달아 놓고 『향수』를 쓰면서 자신의 긴 작가 생활을 꿈꾼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는 작품의 작가들을 보면 굴곡과 어려움 속에서 또 이야기 에너지가 팡 터지는 분들이 많은데, 알수록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또 다른 게 있어요? 은둔하신 분들이 참 이야기가 많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이거는 TMI인데, 이 작가가 코로나 같은 전염병 시대에 아주 잘 맞는 인물이에요.
◆ 김우성 : 사회적 거리두기요?
◇ 최민석 : 그렇죠. 그거는 기본적으로 그런데 사람을 만나도 악수를 안 한다고 해요. 원래. 이 사람은 원래 악수를 안 한대요. 그걸 비위생적인 거라고 느낀 거죠. 당연히 옛날부터 자발적인 격리 생활을 해왔고, 심지어 혼자 지낼 때도 햇빛을 싫어해서 모든 창문을 다 가리고 산다고 합니다.
◆ 김우성 : 드라큘라 아니에요?
◇ 최민석 : 그리고 살림을 너무 소박하게 꾸려서 알려진 바로는, 유명 작가인데도 정말 쓸쓸해 보인다, 정말 가난해 보인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아주 단출하게 산다고 하고요. 평소에는 그 유행이 한참 지난, 떨어진 스웨터를 즐겨 입는다고 해요.
◆ 김우성 : 참 정신세계 특이합니다.
◇ 최민석 : 글쓰기 외에는 별로 다른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 그리고 걸을 때는 늘 걱정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로 걷는다고 해요. 그리고 또 개를 무서워하고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면 굉장히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 김우성 : 유명 작품이고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설인데 『좀머 씨 이야기』 속의 그 좀머 씨 같아요. 지팡이 짚고 다니면서 "아 제발 나를 내버려 두시오!"라고 하는 좀머 씨 같은 생각 들어요. 근데 이 정도면 은둔인데 세상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작가네요.
◇ 최민석 : 그렇죠, 이게 역설인 거죠. 은둔 생활을 하니까 사람들이 궁금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얘기가 되는 거고, 그게 더 많이 퍼지는 거죠.
◆ 김우성 : 스웨터 색깔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랄까요? 신비주의, 얼굴 없는 가수, 마케팅인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알리려고 하면 잘 안 알려지고 알리지 않으려고 하면 또 더 알려지고 인간의 심리가 특이하네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이 작가는 아마 이걸 즐기지 않는다면 자기가 알려지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진심으로. 그래서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보면서 인간의 삶이라는 건 원래 자기 뜻대로 잘 안된다, 이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맞습니다. 좀머 씨를 바라보는 소년의 관점에서 쓴 『좀머 씨 이야기』도 비슷한 느낌이 들잖아요. "여러분, 저 사람 왜 저래?" 이러면서 새로운 걸 보게 됩니다. 작가의 삶이란 옆에 최민석 작가님 계셔도 늘 궁금합니다. 줄거리로 들어가 볼게요. 『깊이에의 강요』, 제목부터가 아주 세게 와닿습니다. 줄거리는 어떻습니까?
◇ 최민석 :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화가입니다. 소묘를 굉장히 잘 그리는 젊은 화가는 첫 전시회를 열었죠. 그리고 전시회장에 한 평론가가 와서 말을 합니다.
◆ 김우성 : 소묘, 여러분 아시죠? 소묘를 그렸는데 전시회장에서 평론가가 다가와서 뭐라고 말합니까?
◇ 최민석 : "어, 당신 작품은 재능이 담겨 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 김우성 : 깊이가 부족하다… 이게 참 애매모호한 것 같은데, 여기서 제목이 나왔겠네요.
◇ 최민석 :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이 평론가는 젊은 화가를 북돋아 줄 생각으로 이 말을 한 거였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금방 잊어버렸죠. 그런데 이 일이 그냥 지나가지는 않습니다.
◆ 김우성 : 무슨 일이 또 일어나서 사건이 벌어지는군요.
◇ 최민석 : 그 평론가가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을 다시 신문에 비평으로 실은 거죠.
◆ 김우성 : 여러 사람에게도 다 들리게끔 해버렸네요.
◇ 최민석 :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그냥 넘겼는데, 이게 신문에까지 비평으로 실리니까 이 젊은 화가가 이제부터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 김우성 : "왜 나는 깊이가 부족할까?" 이것도 특이하긴 합니다. 일단 반발하고 싶을 것 같은데 계속 "왜 깊이가 부족할까?" 하고 생각을 해요.
◇ 최민석 : 그래서 그 질문의 답을 자기 작품에서 찾아보려고 일단은 자신이 그린 소묘를 들여다보고 막 낡은 화첩을 뒤적거립니다. 그래서 그날은 일단 그림을 못 그리게 되죠.
◆ 김우성 : 그 정도로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본업인 창작도 못 하는 거잖아요.
◇ 최민석 : 그리고 그날 저녁에 한 모임에 초대를 받아서 가게 되는데요. 거기에 가보니까 사람들이 모두 다 자기 몰래 막 얘기를 하는데 얼핏 들어보니까 그 말이 똑같은 말이에요.
◆ 김우성 : 신문이 단서일까요? 뭐라고 합니까?
◇ 최민석 : "나쁘진 않은데 애석하게도 그녀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어요."
◆ 김우성 : 불안함이 현실이 됐네요.
◇ 최민석 : 그래서 그녀는 일주일 내내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죠.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왜 깊이가 없을까?"
◆ 김우성 : 결국 그 답을 찾아내는지 궁금합니다. 주인공 어떻게 합니까?
◇ 최민석 : 두 번째 주가 됐습니다. 그녀는 다시 그림을 그리려고 해봤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온몸이 떨려서, 붓조차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화가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 맞아! 나에게는 깊이가 없어!" 이러면서 세 번째 주가 다가왔죠.
◆ 김우성 : 한 주씩, 한 주씩 시간 단위가 있으니까 더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한 주씩 흘러가네요.
◇ 최민석 : 이렇게 세 번째 주가 되자 그녀는 미술 서적과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깊이'라는 게 대체 뭔지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답을 찾기는커녕 점점 더 이상해지기만 했습니다. 내내 화실에 나갔지만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
◆ 김우성 : 그 말 한마디에 작품이 멈춰 있는 상태로 3주가 지나갔습니다. 그럼 뭐하고 있어요, 화실 가서?
◇ 최민석 : 그냥 방 안에, 그 화실에 우두커니 앉아서 앞을 응시하거나 그냥 거기에 있는 점토를 주물럭주물럭거릴 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깨어 있기 위해서 약을 먹으면서도 때문에 깨어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그녀의 집안 여기저기에 곰팡이가 슬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나기까지 시작했습니다.
◆ 김우성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주 위험하죠. 이른바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거네요.
◇ 최민석 : 이렇게 소설 속의 시간은 자그마치 3년이나 흘러갑니다.
◆ 김우성 : 1주, 2주, 3주의 이야기 기억나시죠, 거기에 대한 고민에 빠지고 작품을 못 하고 다른 걸 막 찾아봤는데도 괴로워하다가 3년이 흘렀습니다. 3년 동안 그러면 그림은 계속 못 그린 거예요?
◇ 최민석 : 원래는 이 화가한테 상속받은 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3년이 흐르는 동안 상속받은 돈도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부 다 구멍 내고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비극이 일어나죠.
◆ 김우성 : 비극... 그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 최민석 : 그녀는 결국 텔레비전 방송 탑으로 올라가서 139m 아래로 뛰어내리고 맙니다. 신문과 잡지는 그녀의 죽음을 대문짝만하게 보도를 하죠. 빈 술병들과 갈기갈기 찢긴 작품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녀의 집은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됐죠.
◆ 김우성 : 이거 진짜 저희 언론들이 반성할 일입니다. 그냥 구경거리처럼 모든 일을 스치고 가면서 고통을 외면하게 되는 저희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 작품 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보이네요. 어쨌든 이게 시작된 걸 생각해 보면 첫 전시회 때 "깊이가 없네요"라고 말했던 그 평론가 때문이잖아요.
◇ 최민석 : 결국 그 평론가는 문예란에 단평을 싣습니다.
◆ 김우성 : 짧은 평을 싣습니다. 이게 우리 주인공이 죽고 나서죠? 뭐라고 씁니까?
◇ 최민석 :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 같이 지켜봐야 하다니. 이것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사건이다."
◆ 김우성 : 아니, 자기가 돌을 던져놓고 나서 또 뒤에서는 "아, 이 상황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 이거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런 식으로 물타기인가요? 오늘 작품은 스토리만 들어보면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지만, 어려운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 최민석 : 이 작품이 그래요. 스토리는 말씀하신 대로 아주 심플한데, 그래서 이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걸 캐치하기가 조금 쉽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오늘 작품이 타인의 평가가 한 개인을 얼마나 짓누르는지, 그리고 타인을 평가한 사람은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얼마나 자신을 합리화하려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이 평가 안에서 여러분, 권력도 있거든요. 권력은 수평적이지 않잖아요. 위아래잖아요. 이게 독일어 제목이 영어로 하면 수직적 강요, 이런 뜻이거든요. 왜냐하면 방송 탑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장면도 수직적이죠.
◇ 최민석 : 수직적이네요.
◆ 김우성 : 쥐스킨트의 어떤 날카로움이 보이는데...
◇ 최민석 : 상승과 하강의 변주가 담겨 있는 작품이네요. 첫 전시회는 상승, 그 뒤로는 하강.
◆ 김우성 : 평가를 더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어떤 사람 작품 굉장히 사실은 요즘은 우리가 SNS 시대여서 더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게 그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최민석 : 하나의 평가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런 얘기도 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관계'에 대한 작품인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이 작품에는 한 천재적인 화가가 나오잖아요. 하지만 평론가는 먹고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그녀의 작품에 깊이가 없다고 쓰죠. 물론 앞에는 찬사 일색으로 써요. 이게 약간 평론가의 직업적인 습성 같은 거라고 이해를 했거든요.
◆ 김우성 : 병 주고 약 주고, 약 주고 병 주고...
◇ 최민석 : 평론가의 입장에서는 신인한테 너무 격찬만 쓸 수는 없으니까 그냥 "앞으로 추구하면 좋을 점" 이런 걸 하나 덧붙인 거죠.
◆ 김우성 : 그렇게 하니까 또 평론가가 밉다가 "아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세 가지 이야기와 하나의 고찰』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에 들어 있는 『깊이에의 강요』인데요. 그럴 수 있겠습니다. 너무 찬사만 하는 것도 사실은 평론을 안 한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까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적 관습이 결국은 한 젊은 예술가에게 상처가 되고 말죠. 그리고 이 화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죠. 그런데 이런 비극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는 자신의 평론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자기 때문에 한 예술가가 죽었는데 그녀가 죽고 나서도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하고, 그 와중에 예술가를 이렇게 죽음으로 내몬 거는 국가의 시스템 부재 탓이라고 펜대를 놀려대죠. 즉, 허울과 명분만 추구할 뿐 끝까지 자기가 옳았다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거죠.
◆ 김우성 : 연예 뉴스 같은 거, 스포츠 뉴스, 댓글 못 달게 하잖아요. 일종의 평론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거든요. 이게 왠지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일 같습니다, 포털에서. 그러면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게 제가 느끼는 바랑도 연결돼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니면 다른 뜻도 있을 것도 같고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 최민석 : 그래서 제가 느끼기로는 그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이런 문화계 시스템 자체를 비판한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예술계 자체, 아니면 더 나아가서 인간의 이기성을 비판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정말 그냥 자신이 이 이야기가 재밌다고 생각해서 썼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깊이를 중시 여기는 독일 사회에 대한 경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문학은 즐기면 그만이잖아요. 아마 『향수』처럼 장르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을 쓴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독일 사회에서 느낀 그 피로감을 반영한 게 아닌가,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은둔 생활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김우성 : 앞서 작가에 대한 소개를 최민석 작가가 해주신 이야기와 조금 연결이 되죠.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요. 정말 그 깊이, 철학, 독일인들이 갖고 있는 어떤 약간 음침함 이런 것도 있는데, 그 압박감 같은 것들도 느껴집니다. 『좀머 씨 이야기』의 유명한 소설 속에 나오는 대사처럼 "날 내버려 둬!" 이렇게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작가의 삶과 연관 지어서 생각을 해보면 자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그냥 『향수』라는 재밌는 이야기를 썼을 뿐이에요, 자기 생각에. 그런데 여기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독일 사회를 보면서 자기 작품이 난도질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겠죠. 그래서 이 『깊이에의 강요』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말씀하신 그 단편 소설 『좀머 씨 이야기』도 좀머 씨가 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좀머 씨가 작품에서 늘 하는 얘기가 "날 내버려 두시오!"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오늘 작품 『깊이에의 강요』부터 『좀머 씨 이야기』까지 전부 다 이 작가가 독일 평단에 보내는 나름의 반격이다, 문학적 반격이다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평론가와 예술가, 그리고 관객, 이 셋의 관계는 긴장 관계입니다. 그런데 쥐스킨트가 나름 균열을 냈다는 느낌도 들고... 『좀머 씨 이야기』에 좀머가 '여름'인데, 여름이라는 뜻도 있지만 약간 인생의 빛나는 시절, 예술가로서는 어떤 반짝거리는 시절 이런 느낌도 있습니다. 그게 담겨 있는 페르소나라는 말도 진짜 많이들 읽어보셨잖아요. 와닿는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말씀해 주시니까 그런 것 같아요. 여름이 나무가 우거지고, 물론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지만 가을은 지는 거고 여름이 청춘이잖아요. 한참 무르익을 때잖아요. 자기가 가장 무르익었을 때 내버려 두지 왜 자꾸 날 괴롭히고, 왜 자꾸 내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상하게 해석을 해서 자꾸 깊이를 나에게 강요하느냐... 그렇게 받아들여집니다.
◆ 김우성 : 이 작품이 그래서 쥐스킨트가 아주 크게 변환하는 지점이다, 또 평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쥐스킨트 님은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고 계십니다.
◇ 최민석 : 한 명만 불러요.
◆ 김우성 : 의자는 위에 있습니다. 동일한 단편집에 들어간 소설 『승부』. 이게 『세 가지 이야기와 하나의 고찰』이라는 단편집 안에 있는 『깊이에의 강요』도 있었고 또 『승부』도 있는데요. 일종의 대중에 대한 목소리에 대한 회의감 이런 것도 나오고요. 제가 보기에는 시대에도 매력 포인트가 많을 것 같고요. 작가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최민석 : 『승부』도 그렇고요,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전부 다 보면 이야기가 돌아가지 않아요. 진짜 직진합니다. 앞으로 쭉 달려요.
◆ 김우성 : "놀랐지?" 이런 반전, 이게 없는 거군요.
◇ 최민석 : 딴 데로 안 빠지고 쭉 달립니다. 그리고 분량도 굉장히 깔끔하고요. 이야기도 깔끔하고요. 그래서 정말 이야기 자체가 재밌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깔끔한 이야기, 담백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소설집을 좋아하실 겁니다.
◆ 김우성 : 한번 읽어보십시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도 사실은 조금 비극적이잖아요. 그런데 오늘 소개해 주신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깊이에의 강요』도 마지막 장면은 그렇습니다. 생각할 걸 더 남겨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러 작품들이 많습니다. 일단은 그래도 추천을 해주신다면 어떤 분에게 좋을까요?
◇ 최민석 : 『향수』가 유명해서 읽고는 싶은데 읽기에 조금 부담스럽다, 그런데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궁금하다, 이런 분한테는 『깊이에의 강요』가 좋을 것 같고요. 독일 소설을 가볍게 즐겨보고 싶으신 분, 그리고 예술에 대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오늘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 김우성 : 저는요, 최민석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것 중에 "이야기의 직진성", 이게 굉장히 도식적인 이미지로서 다가오는데 너무 좋습니다. 이야기의 앞을 보면서 가는 느낌, 왜냐하면 꾸불꾸불하면 도무지 앞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있는데 굉장히 최민석 작가님의 소개 덕분에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제가 종종 제 책에 써먹거든요. "이렇게 이야기는 폭주 기관차를 타고 달려간다."그런 거 좋아합니다.
◆ 김우성 : 맞습니다. 박정민 배우도 그렇고요, 자기 부정 슬픔 속에서 빠져나올 때 『깊이에의 강요』 그다음에 또 이런 작품들을 많이 언급하더라고요. 여자 소묘 화가죠. 화가에게도 따뜻한 지지와 깊이를 강요하지 않는 안정적인 주변인이 있었더라면... 이라는 또 해석도 붙였습니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민석 : 제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됩니까? 원제 한 번만 더 읽어주시겠어요?
◆ 김우성 : 여러분, 졸업한 지 25년이 넘었는데요.
◇ 최민석 : 독일어 잘하는 사람들 보면 부럽거든요.
◆ 김우성 : 이게 영어로 3가 독일어 '드라이(drei)'거든요. 『드라이 게쉬히텐 운트 아이네 베트라흐퉁(Drei Geschichten und eine Betrachtung)』. 이 세 개의 이야기와 하나의 생각할 고찰점, 이런 뜻인 것 같고요. 그 안에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페르티칼러 츠방(Vertikaler Zwang)...' 인 것 같아요. 『깊이의 수직적 강요』 이런 건데…
◇ 최민석 : 드라이 게쉬히텐 운트 아이네 베트라흐퉁...
◆ 김우성 : 맞습니다. 여러분 자세한 건 정확하게 AI를 통해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듣고 계신 독일어 전공자분들 죄송합니다.
◇ 최민석 : 이해할 겁니다.
◆ 김우성 : 오늘도 즐겁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아주 좋은 이야기 시간이었습니다. 최민석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감사합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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