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질문 50만 원’ 명절 메뉴판 재등장... 남보다 못한 가족 사이?

‘결혼 질문 50만 원’ 명절 메뉴판 재등장... 남보다 못한 가족 사이?

2026.02.13.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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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2월 13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 위화 <허삼관 매혈기> 리뷰
피보다 진한 ‘정’으로 엮인 가족의 의미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우성: 저도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데요. 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방송 노동을 팔아서 먹여 살립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릴 <허삼관 매혈기>에 이 주인공은, 피를 팔아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요. 여러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야기와 생각을 팔아서 먹여 살리는 분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독서계의 쿠마리, 독서 셰르파, 지식의 셰르파 최민석 작가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최민석: 안녕하십니까? 앞길이 구만리라서, 가야 할 길이 구만리라서 ‘쿠마리’ 최민석입니다.

◇김우성: 예. 소설가이기도 하고요.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시는 분이지만, 캐릭터가 많아서 캐릭터 부자이시기도 합니다. 오늘 <허삼관 매혈기> 갖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으로도 읽으신 작품이고요. 한국분들은 물론, 또 하정우 배우가 감독으로 연기도 했지만, 영화로도 만든 건데 이 작품 선택의 이유부터 알려주십시오.

◆최민석: 일단 그래도 저도 방송 밥을 조금이라도 먹고 사는 사람인데, 명절을 앞두고 있잖아요? 그래서 명절에 읽기에 좋은 책이 뭘까 생각을 하니까, 이 책이 제일 그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우리 코너가 ‘벽돌 책 부수기’인데, 이 책은 사실 두께가 흔히 말하는 그 물리적 속성의 벽돌 책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깊이는 어느 벽돌책보다 더 깊고, 더 단단하다. 그래서 명절하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나온 얘기가, “잔소리 듣기 싫어요, 이런 얘기하면 안 된다” 이게 그러니까 가족이 명절 때 되게 조심해야 될 대상, 만나면 서로 너무 감정을 해치면 안 되는 그런 대상? 이런 식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데, 가족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잖아요? 내가 가장 삶이 힘들고 쓰러졌을 때, 기댈 수 있는 존재. 나에게 힘이 되는 존재. 그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소설이 바로 <허삼관 매혈기>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을 골라왔습니다.

◇김우성: 예. 가족의 의미, 명절 때 자녀들 오면 잔소리 메뉴판 있습니다. “결혼 언제 할 거니”는 100만 원, “대학은 어디 가니”는 50 만 원. 슬픈 현실을 이렇게 재미있게 인터넷에서 쓰는 건데, 가족의 의미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중국 소설 이러면, 아직 낯선 분들도 많으세요. 물론 삼국지로 익숙한 대한민국 국민들이지만, 위화 작가의 이 작품, 좀 읽다 보면 첫 장을 넘기면 후루룩 빨려 들어가는 재미와 유머가 있죠?

◆최민석: 그렇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은 제목이 많은 내용을 얘기해 줘요. <허삼관 매혈기>이기 때문에 피를 파는 이야기인데, 허삼관이라는 인물이 집안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피를 팔아서, 그 피를 팔아서 번 돈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인 거고요. 이 소설의 구성 방식은 연작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한 챕터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이 나요. 그래서 그리고 매 에피소드마다 어려움이 생겨서, 매번 피를 파는 식으로 해결이 되죠. 그렇게 각 챕터마다 하나의 독립적인 완결성을 지니는데, 그 챕터별 이야기가 모여서 또 책 전체의 서사를 구성하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큰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때 또 주인공이 아주 큰 위험을 무릅쓰고 피를 팔고, 그 후에는 뒷얘기가 약간 붙으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거죠.

◇김우성: 예. 열한 번 피를 파는 이야기가 모여서, 정말 피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를 판다는 건 사실 여러분, 우리도요. 불법입니다. 지금은 적십자를 통해서 저희가 정해진 헌혈만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헌혈은 순수하게 인도주의적 기부 행위입니다.절대 사고 팔 수 없습니다. 또 방송에서 듣고 ‘피팔러 가야지’ 이러면 저희가 또 심의에 끌려가야 되니까, 그러시면 안 되고요. 그런데, 좀 한국스러운 느낌이 많은 것 같아요?

◆최민석: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이 소설에 신파 정서가 있거든요. 신파하면 또 한국이잖아요? 사실 요즘 한류가 잘 돼서 반가운 사람 중에 한 명인데, 근데 이게 신파, 한류가 잘 되는 이유는 옛날에 우리는 신파를 ‘너무 올드하다’라고 배격했는데..

◇김우성: 맞아, 청승 맞다 막 이랬었어요.

◆최민석: 어느 정도 좀 중화가 되면서, 이 신파가 오히려 서구권에 새롭다는 거죠. 그런데 아무튼 이 소설에는 신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이 좀 읽다 보면 중국 소설인데도 굉장히 정서는 ‘한국적이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아마 배우 하정우 씨가 그때 한국 영화로 이거를 감독하면서 직접 연출을 한 것 같고요. 아무튼 여기에 한국식의 신파 플러스 중국 특유의 허풍이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눈물도 나는데, 가끔씩 굉장히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펼쳐지거든요?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굉장히 웃픈 소설이다.

◇김우성: 웃픈 신파?

◆최민석: 예.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김우성: 예. 읽는데 소설의 주인공도 아닌데 갑자기 막 방광이 무척 괴로워지기도 하고요.무례한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서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가족의 정의에 대해서 신파와, 허풍과, 웃픈 얘기로 끌고 가는데.

◆최민석: 그렇죠. 네.

◇김우성: 결국은 벌어진 사건과 관계를 놓고 보면, 무시무시한 장르로 갈 수도 있는 내용이에요. “이게 내 아들이 아니라고?” 부터 시작해서 많은 얘기가 있는데, 굉장히 따뜻하게 가요. 휴머니즘.

◆최민석: 그러니까 그 얘기가 나오는 게, 결국 이 소설의 주제와 맞닿아 있는데,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우리가 가족을 떠올렸을 때, 가족은 반드시 피로 맺어진 관계. 즉 혈연에 의해서만 가족이 형성되는가? 이런 질문을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던지거든요? 허삼관이 결국은 피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나중에 자신의 친아들이 아닌 일락이였죠? 그 일락이를 위해서 허삼관이 피를 많이 팔아요. 자기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정도로 피를 많이 팔거든요?

◇김우성: 어떻게 보면, 내가 사랑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만들어서 낳은 아이거든요? 그 아이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피를 판다 이 얘기입니다.

◆최민석: 그쵸. 좀 원론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인간이 피가 없으면 죽잖아요? 근데 허삼관한테는 사실 피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죠.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는 피로 맺어진 혈연에 의해서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는 그런 전통적인 관념을 은연 중에 갖고 있어요. 그런데 허삼관은 자기가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피를 팔아서, 피가 아닌 정으로 맺어진 아들을 살리거든요? 즉, 이 소설이 말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운명이나 조건이 아니라, 자기가 살아가면서 맺는 능동적인 관계’라는 거죠. 살아가면서 맺는 관계, 이게 중요하다. 이게 이 소설의 주제인 거죠.

◇김우성: 주어진 게 아니고요, 여러분. 내가 선택할 수 없이 주어진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 이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피는 생명인데, 그러면 피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면, 그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지금 말한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관계 이야기인데, 그렇게 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얘기를 AI랑 앞서 잠깐 했지만, 어느 가족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상한 가족이잖아요? 근데 모양으로 보면요. 그러니까 사진으로 보면, 전통적인 할머니 있고, 아버지 있고, 어머니 있고. 전통적인 가족인데, 사실 남들이에요.

◆최민석: 그렇죠, 그러니까 결국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게 저는 이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라면, 이걸 좀 중화풍으로, 좀 더 뜨겁게 중화풍으로. 좀 더 지지고, 볶고 하면서 허풍도 많이 가미해서 접근한 게 <허삼관 매혈기>다. 이렇게 봅니다.

◇김우성: 예. 결국은 11번 팔고 이렇게 위기를 구해내지만, 12번째는 못 팔아요. 이제 나이 드시고 늙어서, 앞에서 지키시는 분이 “안 돼요.” 막 울고, 결국 가족들이 피는 못 팔았지만 루틴이 있잖아요? 피 팔면. “여기 돼지간볶음이랑, 황주 순양” 탁탁. 이거를 이제 가족들이 사주죠?

◆최민석: 그때 허삼관이 피를 못 팔아서, 굉장히 서글퍼하거든요?

◇김우성: 존재가 흔들리는군요.

◆최민석: 그러니까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울어요. 그게 왜 우냐면, 허삼관은 사실은 피를 안 팔아도 돼요. 그만큼 돈이 없지는 않았어요.

◇김우성: 아, 이제 좀 살 만해졌는데?

◆최민석: 네. 노년에는. 근데 허삼관이 피를 팔 수 있다는 거는, 앞으로 혹시나 예견하지 못한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그거를 젊을 때처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힘을 상징하는 거거든요? 근데 이제 피를 못 판다고 하니까, 자기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해서 우는 거죠.그래서 허옥란이 “아니 왜 우냐,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허삼관이 막 둘러대요. 그냥 “아 돼지볶음이랑 황주 두 냥이 생각나서 그랬다.” 왜냐하면, 사실은 그게 아닌데 피를 팔 때마다 그걸 먹었거든요. 이게 바로 위화가 굉장히 잘 쓰는 메타포입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이때 “돼지볶음과 황주 두냥이 생각나서 울었다.” 그러니까 이거를 허옥란이 사주거든요? 이게 결국 뭐냐 하면, 예전에는 허삼관이 홀로 헤쳐 나가야 했지만, 이제는 허옥란이 함께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또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올지라도 함께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거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 역시 이 소설의 주제인, 그 인간이 맺어가는 관계가 중요하다. 이거를 재차 강조하는 거죠.

◇김우성: 이거는 우리 최민석 작가님의 설명 덕분에, 저는 마지막을 그냥 훈훈하게 “아유, 이제 아버지 피 안 팔아도 돼요. 돼지간볶음이랑 황주 우리가 사줄게요.” 이렇게 끝나는 문제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또..

◆최민석: 그렇죠. 표면적으로 보자면 그냥 한 이야기 끝에 덧붙이는 뒷이야기죠. 뭐 후술 정도가 되겠지만, 사실 주제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에피소드는 훈훈하게 이야기를 끝내는 것과 동시에, 주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허삼관이 이런 대사를 해요. “이렇게 맛있는 돼지간볶음은 처음이다.” 그러니까 허옥란이 사줬잖아요? 그러니까 인간끼리의 연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자신이 피를 팔았던 것도 사실은 연대를 위해서였던 거다. 이렇게 주제를 강화하면서 소설은 끝나는 거죠.

◇김우성: 맞습니다. 이 봉건적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러 가지 주어진 조건에 따른 위계, 관계 갈등들이 많잖아요? 그것까지 확장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 확장되면 사회가 되는 거니까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읽기가 쉽습니다. 막 이거 버텨서 내서 읽지 않아도 되고요. 오늘 셰르파가 생각보다 동네 뒷산 같은 오르기 쉬운 책을 소개해 주지만, 그 안에 또 깊은 의미가 있다 라는 거 얘기해 주시고, 그래서 그런지 매력을 보면 제가 이 얘기를 하잖아요? 저도 이거 소설 읽으면서 진짜 군침이 돌았어요. ‘돼지간볶음과 황주 두냥’이 계속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이 소설은 이제 주제, ‘혈연 관계를 뛰어넘는 진한 가족애’ 뭐 이것도 좋지만, 사실 이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명절이잖아요? 명절 음식을 두 배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거의 ‘바베트의 만찬’만큼이나 음식을 훌륭하게 묘사를 하거든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피를 팔고 난 다음에 항상 만두와 돼지고기를 먹고, 고량주를 마시는데 군침이 너무 돌고. 그래서 저도 이거 읽을 때 중국 음식 많이 먹어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이것 때문에 10킬로가 쪘더라고요. 여러분은 좀 절제하시면서 드시길 바라지만, 결국 이 소설은 주제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담겨 있는 분위기도 굉장히 좋다. 그게 매력 요소입니다.

◇김우성: 맞습니다. 이를테면요, ‘바베트의 만찬’에 뭐 바다 거북 요리, 프랑스 요리의 진수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거보다 피 뽑고, 온갖 생고생하시는 분이 갓 나온 맛있는 돼지고기, ‘돼지간볶음 만두’ 이 상황을 맛이 없을 수 없게 만드는 위화 작가의 뛰어난 뭐랄까요? 맥락 조성 능력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별로 안 비싼 음식일 텐데도 너무 맛있어 보이게..

◆최민석: 그 ‘바베트의 만찬’에 나오는 거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이라서 굉장히 비싸잖아요? 여기에 나오는 거는 만두, 돼지볶음. 싸요. 근데 여기에 맹점이 있습니다. 허삼관이 피를 팔 때마다 황주를 마시거든요? 제가 저번 신정 때, 북경에 여행을 갔다 왔었는데 황주가 너무 비싼 거예요. 그러니까 황주가 진짜 가격을 말하기도 좀 민망할 만큼, 엄청 비싼 술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은, 허삼관이 피를 팔아서 황주를 한두 잔 한다는 거는 자신에게 나름대로의 굉장한 호사를 누렸던 거죠. 자기에게 주는 선물.

◇김우성: 이거 너무 중요합니다. 여러분, 특히 아직도 명절 노동 많은 주부 분들 방송 듣고 계시면요, 명절 끝나고 작은 사치. 스스로를 좀 토닥이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장치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 이제 궁금해지신 분들은 안 읽고 못 배기실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으시고요. 작가 얘기로 좀 넘어가 보면, 중국 사회가 아직도 좀 독특합니다. 사회적 통제도 강하다 라고 알려져 있고 여러 상황인데, 우리가 여태까지 최민석 작가님과 소개한 작가들을 보면 다들 뭔가 해소되지 않는 결핍이나 고통이 있어요. 그거에서 기반한 이야기의 힘이 굉장히 강력한 분들인데, 위화 작가는 어떤 분입니까?

◆최민석: 위화 작가는 일단 데뷔 얘기를 좀 하자면, 원래 아버지가 위화 작가한테 도서 대출증을 만들어줬대요. 그래서 늘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면서 책을 굉장히 많이 읽고 자랐는데, 정작 직업으로 가진 거는 발치사입니다. 이게 한국에는 없는 직업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치과 의사가 아니라 정말 사람의 치아만 뽑는 거예요.

◇김우성: 약간 조산사 같네요. 산부인과 의사는 아닌데, 아이만 받아드는 것처럼.

◆최민석: 그렇죠. 가면, 남이 벌린 입을 보면서 입 냄새도 맡아야겠죠? 마스크를 끼겠지만. 평생 그 치아를 뽑았어야 했는데, “야 내가 언제까지 남의 썩은 입만 봐야 되나”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 건물 맞은편에 굉장히 좋은 건물이 있는데, 맨날 깨끗한 옷 입고 왔다 갔다 하면서 노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 건물이 보니까 문화관이라고 쓰여 있어요. “야, 저기 저렇게 깨끗한 건물에서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왔다 갔다 하는 저 불안당들은 누구일까?” 싶어서 어느 날, “당신은 직업이 뭐요?” 이렇게 물어보니까, “아, 저는 소설가입니다.”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아, 저걸 나도 해야겠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음을 먹고, 글을 써서 위화는 작가가 된 거죠.

◇김우성: 그 문화가인가요? 약간 노는 것처럼 보이는 한량 같은 그 소설가 분께 감사드려야 되겠습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우리 위화 작가가 그냥 “아유, 뽑던 발치나 계속하자” 이랬을 텐데, 뭐 이런 특이한 경험으로 또, 마치 본인 소설 같아요. 이것도 지금 꽁트 한 장면 같지 않으세요, 여러분? 위화 작가, 중국과 세계인이 너무 사랑하는 작가인데, 작가의 기본은 우리 최민석 작가님도 그렇지만,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되는데, 중국 사회에 좀 제한이 있잖아요?

◆최민석: 어렵죠. 예. 그래서 중국 작가들이 좀 양극단으로 나뉘어요. 모옌처럼 중국 정부 친화적인 작가가 있는가 하면, 위화처럼 자유를 얘기하는 작가들이 있죠. 위화는 명백히 이제 자유를 얘기하는 작가인데, 그 <형제>라는 소설이 있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소설인데, 거기에 보면 문화혁명 이후에 형제끼리 서로 자아 비판하고, 아버지를 고발하는 대목이 나와요. 그러다가 이제 자본주의를 맞이하면서 이후의 변화를 쓰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위화는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와 중국 사회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자세를 견제하고 있는 작가인 거죠.

◇김우성: 예. 영화 <5일의 마중>이 떠오릅니다. 장예모 감독인 작품인데요. 가족끼리 문화대혁명을 지나면서 갈갈이 찢기는 슬픈 영화인데, 기본적으로 위화 작가의 에세이를 보면 이런 게 굉장히 강하게 나와 있는데, 중국 내에서 출간을 못 했다고 해요.

◆최민석: 재밌는 에세이가 있어요. 한국에 번역 출간이 됐는데, 제목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이런 에세이가 있는데, 여기에 실린 작가의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위화가 쓴 게 뭐냐면, 중국에는 ‘5월 35일’이라는 표현이 있다.

◇김우성: 5월 35일요?

◆최민석: 예. 이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날짜인데, 이게 뭐냐 하면 바로 ‘천안문’ 사태가 벌어진 날짜가 6월 4일이거든요. 그런데 당국의 검열 때문에 인터넷에 ‘천안문’ 사태에 대해서 쓸 수가 없어요. 이 6월 4일이라는 날짜를 쓰면, 글이 다 삭제가 되는 거예요.

◇김우성: 이제 이해가 돼요. 5월 35일이 6월 4일이네요?

◆최민석: 그렇죠. 예. 31일에다가 4일을 더해서 사람들이 5월 35일이라고 쓰는 거죠.6월 4일 대신. 그러니까 이것처럼 위화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에서, 표현을 해야 하는 작가의 심정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거죠. 그게 바로 이 에세이인데, 즉 공산권에서 사는 작가의 애환이 담긴 글이거든요? 당연히 중국에서 출간이 안 됐죠. 그래서 이 책은 대만에서 나왔고, 그게 이제 한국으로 번역 출간된 건데, 근데 이게 웃긴 게, 이건 에세이이기 때문에 출간이 안 됐는데, 중국의 역사를 비판한 <형제>는 출간이 됐어요. 왜냐하면 소설이기 때문에.

◇김우성: 장르가 ‘픽션’이니까? 참 중국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 그 거대한 나라의 어떤 이야기들은 늘 재미가 있는데.

◆최민석: 근데 위화 작가 정도 되면, 중국 정부가 함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인민의 작가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독자를 품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위화 작가에 대해서 뭐라고 한다면, 세계가 가만히 있지 않는 거죠.

◇김우성: 정치적 부담과 비난을 받게 되겠죠. 5월 35일이 6월 4일이다. 우리도 5월 18일을 마음껏 말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최민석: 그렇다면 우리도 4월 48일이라는 용어가 생겨났겠죠.

◇김우성: 정말 이 작가적인 대단한 능력이 있습니다. 시간은 조금 여유롭지만, 먼저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좀 추가로 하기 전에, 낭독할 부분이 있을까. 이 작가의 말이라든지 여러 가지 작품에 있어서, 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최민석: <허삼관 매혈기>에 실린 작가의 말에 끝부분이 있는데요. 제가 잠깐 목소리는 안 좋지만, 좀 낭독을 해 보겠습니다. “지나간 삶을 추억하는 것은, 그 삶을 다시 한 번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라고 마르티에르는 말했다. 글쓰기와 독서, 이 모두는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삶을 다시 한 번 살아보고자 하는 뜨거운 욕망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 부분인데요. 그러니까 위화가 결국은 우리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이유는 한 번뿐인 삶. 누구나 한 번뿐인 삶을 살잖아요? 그 삶을 여러 번 살아내고 싶은 욕망에서 하는 것이다.

◇김우성: 본질적 얘기네요?

◆최민석: 네. 이런 차원에서 그러니까 한 번뿐인 삶을 좀 더 깊이, 좀 더 풍성하게 살고 싶기 때문에 우리는 글쓰기를 하고, 독서를 하고, 자꾸 기억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를 했죠.

◇김우성: 네. 약간 이렇게 쓰니까요. 위화를 읽고 있는데, 저희가 지난주에 얘기했던 조지 오웰도 좀 떠오르는 느낌이에요. 왜 이야기하는가, 유한하고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면서, 작가의 어떤 무한한 영역도 느껴집니다. 이 위화의 지금 저희가 읽어드린 <허삼관 매혈기> 외에도 <형제>. 그리고 또 여러 다른 작품이 있고, 또 <1988>인가요? 한한 이라는 젊은 작가의 작품도 있고. 중국 쪽 소설도 여러분, 관심 갖고 읽어보시면요.친숙한 면도 있고, 완전 낯선 면도 있지만 굉장히 넓혀지는 세계 속에서 다양한 얘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쿠말리’ 갈 길이 ‘구만 리’인, 명절에 어디 가십니까?

◆최민석: 네. 어디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김우성: 예. 갈 길이 머셔서, 끝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저희가 이 <허삼관 매혈기>에 대한 얘기 말고, 가족을 다룬 작품들이 굉장히 많고, 어떻게 보면 소설의 가장 핵심이잖아요? 작가 최민석은 작품 구상도 하실 거고, 여러 얘기도 하시겠지만, 아까 위화는 확실히 주제 의식을 던져줬어요. 최민석 작가의 가족은 어떤 건지, 마무리 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최민석: 제가 늘 가족에게 신세 지고 있고, 부담이 되는 존재인 것 같긴 한데 그런 신성한 부담감을 주는 게, 저는 한편으로는 좋다고 생각을 해요.

◇김우성: 아, 부담감을 주는 게 좋다?

◆최민석: 저는 세계 문학 전집을 볼 때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신성한 부담감을 느끼거든요.

◇김우성: 신성한 부담감? 예.

◆최민석: 그래서 저걸 내가 언젠가는 읽어야겠다. 그 신성한 부담감이 나로 하여금 아침에 집에서 나가게 하고. 지금 15년 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더 좋은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게 하는 동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가족에게 고마움도 느끼고 미안함도 느끼지만, 그거를 신성한 부담감으로 생각하고,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이유로 삼으려고 합니다.

◇김우성: 너무 멋있습니다. 신성한 부담감, ‘저 명작을 다 읽어야지’, ‘가족의 마음을 보답해야지’도 있지만, 저는 이 표현과, 오늘 말씀해 주신 내용이 신선한 부담감입니다.여러분, 잊고 계셨다면 좀 서로 부담 주고 짊어지는 게 가족이고 세상이잖아요? 역시 오늘 쉐르파 최민석 작가님 덕분에 책 밖의 세상도 열심히 여행할 수 있었네요.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최민석: 네 고맙습니다.

◇김우성: 네. 최민석 소설가였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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