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33년 넘어...세상 밖으로 나온 '문신'

[앵커]
두 달 전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랜 기간 음지에 머물러야 했던 문신 시술이 합법화의 길을 걷게 됐죠.

실제 법 시행까지는 2년이 남았지만, 문신사들은 처음으로 대규모 행사를 열며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송재인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김도윤 / 타투유니온 지회장 (지난 8월) :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궤변과 같은 판례는 33년이라는 너무 오랜 시간을 연명했습니다. 문신이라는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혹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비상식적인 판례가 옳지 않음에 공감하여….]

문신 시술의 합법적 주체를 '의료인'으로만 한정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문신사들의 목소리는 지난 9월에야 비로소 제도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은 지 33년 만에 비의료인의 문신을 합법화하고, 국가 면허로 관리하는 내용의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겁니다.

문신사법은 2년 뒤부터 시행되지만, 제도화라는 큰 전환점을 맞은 업계는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대규모 박람회를 열고 당당한 직업인으로 세상 밖에 나왔습니다.

박람회장 입구를 가득 메운 서화 문신, 이른바 '타투' 작업들,

21년간 한길을 걸어온 문신사에겐 더없이 뜻깊은 순간입니다.

[산리 / 타투이스트 : 타투가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합법화는) 제도 정비뿐만 아니라 타투라는 게 문화로 자리를 잡고 새로운 예술로 인정받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산업의 또 다른 축, 미용 문신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규모 경연 대회를 펼쳤습니다.

박람회장 곳곳에 전시된 화려한 색상의 염료와 신종 기기들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참가자들의 발길도 멈춰 세웠습니다.

무엇보다 합법화를 계기로 위생과 안전관리 교육 등 직업적 의무도 제도화된 만큼,

바람직한 작업 환경을 가상으로 꾸려 공유하고, 현직 의사의 교육도 받으며 산업의 표준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이종진 / 의사 : 90~99%까지 (균을) 제거하는 게 소독의 목표고요. 멸균은 완전히 멸종시키는 겁니다.]

음지에서 서로 교류할 기회가 적던 서화·미용 문신사들은 물론, 합법화를 두고 일부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던 의료계 인사까지 한데 모인 박람회.

문신 산업이 K-컬처의 한 갈래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습니다.

[이상준 / 사단법인 K컬처교육중앙회 의장 : 우리나라의 (문신) 기술이 뛰어난데도 33년 동안 음지에서 활동해야 했는데요. (합법화가 된 만큼) 교육 콘텐츠도 만들어서 해외에 보급하고, 수출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문신사들은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온전한 직업인으로서 펼쳐나갈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영상기자 : 곽영주
디자인 : 윤다솔, 정하림
화면제공 : 사단법인 K컬처교육중앙회


YTN 송재인 (yangdh01@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