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Y] 붉은 색, 거침없는 표현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질문 – 이동구 작가

[아틀리에Y] 붉은 색, 거침없는 표현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질문 – 이동구 작가

2025.08.20. 오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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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아트스퀘어 – 이동구 작가 초대전
8월 1일(금) ~ 8월 31일(일)
장소 : 상암동 YTN뉴스퀘어 1층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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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을 닮은 붉은 기운의 작품이 YTN뉴스퀘어에 등장했다. 8월 아트스퀘어 초대전의 주인공은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온 이동구 작가다.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YTN을 찾은 이동구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관객과 소통하게 하는 창구다.

사회 문제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동구 작가. 그의 작품 속에서 이러한 점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보고, 작품을 통해, 작가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동구 작가의 작품은 8월 31일까지, 1층 아트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 다음은 이동구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전시 주제를 소개해 주세요.

현대인들의 생활 양식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 그리고 현 세대와 기성세대가 느끼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점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도 그 부분에 맞춰 준비했습니다. 최근 제가 주목하고 있는 점은 개인주의적인 내용들이 얼마나 집단적으로 발현이 되어 사회 문제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 천번, 90.9 x 65.1cm, Acrylic on canvas, 2025

Q. 이번 전시에는 붉은 색을 활용한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요?

‘톤 앤 매너’가 맞아야 전시의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동시에 시각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직관적인, 신빙성이 떨어지는 걸 원치 않다 보니 ‘톤 앤 매너’를 고려해 전시 작품을 선별한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각 작가들마다 본인이 쉽게 쓰는 색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한 색이라고들 하죠. 예를 들어 검정색을 썼을 때 어느 정도는 별 생각 안 하고도 완성도가 올라간다든가, 혹은 내 작가 노트를 발전시키기 위해 조금 더 그 색을 쓰는 게 나한테 편하다든가 그런 게 있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색 중 하나가 ‘레드’인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붉은 색 계열, 즉 난색 계열로 작업했을 때 작품의 완성도가 쉽게 올라가는 것도 있고 작품을 표현하기에도 좀 편하다고 느끼는 게 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작품들이 나왔고 푸른색 계열이나 다른 어떤 컬러감을 갖고 있는 작업들은 제가 그래도 여기에 고착화되면 안 되겠다 해서 시도한 작업들로 보셨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톤 앤 매너’를 맞추고자 레드 계열을 주로 갖고 나온 것도 있구요. YTN 사옥에 전시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너무 어둡거나 칙칙하거나 한 작품들보다는 레드 계열 작품이 나을 것 같아서, 이를 감안해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Q.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YTN아트스퀘어 방문인데, 소감과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선 표면적으로 컬러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오로지 흑백으로만 작업을 했어요. 당시는 작품의 어디까지 본질이고 어디부터 조미료인지 고민할 때였습니다. 그래서 색을 쓸 때도 작품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지, 색까지 작품의 본질이라고 봐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했었죠. 그렇게 고민한 결과 저한테는 색이 있어야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그림에서 색이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내가 주로 쓰는 색을 갖고 작업을 해보자고 준비했던 게 첫 번째 달라진 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작업에 대한 절대적인 노동력과 품이 이전보다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게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을 했구요. 그러면서 더 완성도 있는 작업, 마감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창작자로서의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당시와는 달리 작업량도 확실히 좀 줄었고 작품의 내용 또한 당시에 비해 많이 다듬여졌다고 생각합니다.
▲ 사자춤, 130.3 x 162.2cm, Acrylic on canvas, 2023

Q. 전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악마와 함께 춤을’이라는 작품이 많이 애착이 갑니다. 이 그림은 아이폰 시리즈라고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린 작품인데요. 기존 캔버스가 아닌 아이폰 모양의 아크릴 판을 제작해서 그런 작품입니다. 아이폰 14 모델을 그대로 캐스팅 해서 사이즈를 키우는 작업으로 진행했죠. 그래서 작품을 보시면 버튼이나 충전 소켓 같은 단자들이 전부 다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기성 세대와의 차이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SNS와 휴대폰의 발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 문제를 그려내다 보니 가장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휴대폰의 발달, 그리고 SNS의 발달을 지칭할 수 있는 메타포가 필요했고, 저는 그걸 휴대폰 모양의 프레임으로 제작한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기술 발전의 방향성이 영구성에 중심이 되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고 블록 체인 기술에 맞춰 NFT가 나오는 등 진행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20점까지만 한정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제가 생각하는 제일의 마스터피스가 바로 이 ‘악마와 함께 춤을’이라는 작품입니다. 악마와 함께 춤을 추다 보면 악마가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내가 악마화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이 작품의 표면적인 내용이예요. 근데 이걸 좀 더 생각해 보면 기존 시대에 비해 지금의 가치가 접목되어 가장 가치가 상실된 게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평생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휴대폰만 켜면, 스크롤 한 번이면 몇 천 명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관계에 있어 그 가치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지금 어울리고 있는 사람이 악마로 보일 수도, 짖궂은 천사로 보일 수도 있고, 인생에서 사람을 잘 걸러가면서 만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악마와 함께 춤을, 40.0 x 81.4cm, Acrylic on resin, 2025

Q. 작품 제작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작품 제작에서 가장 신경쓰는 요소는 마감, 완성도, 내구성 이 세 가지입니다. 작품에 있어 마감은 우리가 공산품을 사더라도 마감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마감이란 게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가치를 좌우할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작품에도 마감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마감 또한 창작자나 제작자가 갖춰야 하는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역시 제 작가로서의 소신이기도 하고 작가라는 사람으로서 평생 가져가야 될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작품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시는 편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관객이 작품의 제목을 모르는 상황에서 작품을 보고 제목을 물었을 때 재밌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아이디 정할 때 보면 자신의 정체성도 들어가되 남들이 하지 않는 조금 멋있음도 있으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작품 제목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남들과 다르게 보일 수 있을지, 그리고 이걸 더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작품 제목을 정할 때도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공평하게 엉망진창’ 같은 경우 작품을 완성하고 제목이 두 달 동안 안 정해졌어요. 작품 내용이 서로의 앞길을 막는 내용이거든요. 내가 너에게 내리는 벌이자 내가 너에게 받는 벌이라는 내용이죠.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노력들을 남들이 내려치는 데 소비하다보니 나 또한 올라가지 못하겠지만 너 또한 못 올라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어떻게 하면 운율도 있고 글자 수도 맞추고 이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에 두 달 가량이 걸렸어요. 그런 식으로 작품 제목을 정하는 데에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합니다.
▲ 공평하게 엉망진창, 130.3 x 97.0cm, Acrylic on canvas, 2025

Q.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작가님의 성장 배경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어렸을 때 제 취미는 그림이었어요. 하지만 예고를 부모님 반대로 가지 못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공부를 안 했어요. ‘나는 그림 그릴 사람인데 내가 왜공부를 해야 되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집안에서 난리가 났죠. 또 저는 순수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가자는 생각에 대학을 시각디자인과로 갔죠. 그런데 결국 디자인은 제 그림이 아닌 남의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운 좋게 대학 졸업하기 전에 첫 개인전을 열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저는 성격이 항상 뭔가 다 언짢아서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싫고 하는 일종의 ‘투덜이 스머프’ 같았습니다. 그러다 제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한 번 들은 적이 있어요. 너는 항상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해왔는데 그걸 너의 작업에 녹여낼 생각은 못하냐구요. 그게 아마 시작이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부터 사회문제를 제 그림의 소재, 혹은 주제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겁니다. 당시 그런 조언을 해 준 그 친구한테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 낮잠, 91.0 x 91.0cm, Acrylic on canvas, 2024

Q.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다 그러고 산다’는 겁니다. 나만 불안한 거 아니고 막막한 게 아니란 거죠. 세상을 좀 넓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99%가 성인보다는 범인에 가깝기 때문에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 일종의 이기심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남들도 다 나처럼 고생하고 산다는 걸로라도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고 저 또한 그랬거든요. 그냥 다 그러고 사니까, 나만 문제인 것처럼 안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낙담하고 비교의식에 젖어서 열등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건 제가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엄살쟁이, 91.0 x 91.0cm, Acrylic on canvas, 2023

Q. 관객들에게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

전시를 관람하는 법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제 전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시회에도 포함되는 내용인데 전시를 어떻게 봐야 할 지, 어디서부터 봐야 될 지 모르겠다면 이 전시 그림을 보고 내가 진짜 여기서 딱 한 점만 살 수 있다면 어떤 그림을 살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봤을 때 이 그림은 시각적으로 더 예쁘고, 내용은 이게 좀 더 좋은 것 같고, 가격도 보게 되고, 내 집 사이즈가 이러니까 이것보다 이게 좀 더 좋을 거 같고, 이렇게 여러 가지 측면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게 되거든요. 외적으로는 이게 좋은데 이 의미가 뭐지 했는데 막상 의미가 내 마음에 안 들면 또 다른 그림을 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작품을 하나하나 어떻게 보면 비교 분석을 하면서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시 관람을 너무 어려워하시는 분이 있다면 제 전시를 포함한 모든 전시를 보실 때, 이 전시회에 들어갔을 때 무조건 딱 한 점만 내가 살 수 있다면 어떤 그림을 살 지에 초점을 맞춰 보는 게 본인의 기호나 취향을 아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기만자, 91.0 x 91.0cm, Acrylic on canvas, 2023

Q. 앞으로 작업 계획은 무엇인지, 작가로서의 포부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품적으로는 기존에 하고 있던 페인팅은 꾸준히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건 이제 없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제가 잘 엮고 버무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자 합니다. 제가 공개하지 않은, 저만의 카드를 하나하나 대중들에게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게끔 작업 하는데 초점을 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을 만드는 데에 목표를 두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중에 제 작품만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큰 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동구’라는 작가의 흔적을 좀 더 오래 이 세상에 남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YTN 브랜드홍보팀 이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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