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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6월 2일 태안에 있는 발전소에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바로 고 김용균 님이 사망한 사업장이었습니다. 게다가 6월 9일 태안화력발전소 또 다른 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도록 작업장 안전조치를 강화하자는 요구가 계속되고 법도 시행되고 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요. 오늘은 이 안전사고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 김언경 : 먼저 김충현 님 산재사망사고 개요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대선 바로 전날인 6월 2일 오후 2시 35분경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6월 3일부터 유족과 노조가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하여 이제 우리가 고 김충현 씨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김충현 씨는 태안화력 9·10호기 종합정비건물 1층 현장에서 선반작업을 진행하던 중 끼임사가 발생한 것인데요.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정지된 선반기계를 혼자 점검하던 중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선반기계에는 긴급상황시 전원을 차단하는 비상스위치 등이 있었으나 김씨는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해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김 씨는 한전KPS의 하청업체인 한국파워 O&M 소속 노동자로, 지난 2016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해왔습니다.
태안화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고 후 6년여 만입니다.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1시께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 근무 중 컨베이어벨트 이상을 확인하던 중 끼임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김용균씨는 입사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 심야에 위험한 컨베이어 벨트 점검 업무를 하는데 조명도 없었고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도 않았으며 2인 1조 원칙도 지키지 않았지요. 이 때문에 비정규직 안전 보장과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빗말쳤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등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장기간의 단식과 농성 끝에 입법이 되었지요. 그러나 6년 만에 같은 현장에서 또 하청 노동자가 혼자 선반기계 점검하다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요.
그리고 6월 9일 오후 1시 30분경 태안화력발전소 옥내저탄장에서 케이블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함께 작업하던 B씨는 사고 발생 직후 119에 신고했고, 태안화력 자체소방대가 출동해 A씨를 아산 충무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송 중 심폐소생술을 통해 A씨의 호흡은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태안화력 옥내저탄장 공사를 수주한 현대삼호중공업의 하청업체 파워이앤티 소속 노동자입니다.
◆ 최휘 : 말씀하신 것처럼 김충현 씨 사망사고는 대선 전날 발생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주목을 받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기도 한 것 같아요. 대선 후보가 애도를 표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을테지만 대선이라는 거대한 이슈로 언론의 보도량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한번 짚어볼까요?
◇ 김언경 : 먼저 언론의 보도량이 많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좀 부담이 되긴 했어요.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의 보도가 어느 정도였을지 알고 싶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6월 2일부터 10일까지 총 보도량은 131,012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태안화력 또는 태안화력발전소 또는 한전KPS 라는 조건으로 검색해보면 총 485건이 나오고요. 여기에 사망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보면 고작 283건뿐입니다. 김충현 씨 사망 관련한 보도는 거의 이게 전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9일간의 보도인데다가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언론사가 104개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결코 많은 보도량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대선주자들의 언급이나 행보로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6년 전 김용균 군이 세상을 떠난 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났다"며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고요. "관계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책임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선 동안 '노동자 우선' 행보를 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사고 소식을 접한 후 대선 마지막 날 유세 일정을 급히 변경해 태안군 보건의료원을 찾아 숨진 노동자의 유족을 만났고요. 빈소가 차려지지 않아 새벽에 서울로 돌아온 권 후보는 본투표일인 3일 다시 태안으로 내려가 조문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사실 오늘 이 사안으로 오늘 주제를 정하신 이유가 좋은 보도를 소개하고 싶다는 이유라고 하셨는데요. 관련된 좋은 보도들이 많았나요?
◇ 김언경 : 이번 사망사고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사고 자체와 대응태도, 법적인 문제까지 두루 지적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사고 다음날인 6월 3일 <태안화력 ‘끼임’사망, 한전KPS 책임회피>라는 보도에서 사측의 대응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보도에서는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을 준 한전KPS가 재하청을 준 한국파워O&M의 노동자. 원칭이라 할 수 있는 한전 KPS의 입장을 보도한건데요. 한전은 사고 경위를 묻는 허성무 민주당 의원실에 답변을 보냈는데 "당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밝혔다는 겁니다. 사실 김용균 씨 사망 당시에도 사측은 ‘우리가 시킨 일이 아니다’라고 변명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렇게 답변을 보내왔다고 하는데요.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한전KPS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 주변정리 중 끼어 의식 없음"인데요. ‘임의 주변정리’라는 건 우리가 안 시켰는데 마음대로 주변정리했다는 의미가 느껴지잖아요. 혼자 위험한 기계를 점검하다 사망했는데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하다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는 답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발전소 동료들은 "고인은 오전에 2건의 작업 오더에 따라 작업을 했다""꼼꼼한 성격이라 작업 오더 없이는 나사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 오후에 분명히 오더가 있어서 일을 했을 텐데 회사 측이 '임의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최휘 : 사고현장에 대한 보존도 안되어있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 김언경 : 한겨레의 4일 <태안화력서 또 노동자 사망...사고현장 찾은 유족들 ”왜 현장보존 안 했나“>를 보면요. 6월 3일 오후에 현장에 가보니 전날 발생한 사고 흔적은 ‘수사중’, ‘출입금지’ 푯말이 전부였고, 기계 설비와 재료들은 이미 정비된 데다 혈흔까지 다 지우는 등 현장을 훼손했다는 겁니다.
이 보도에서는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밝힌 내용을 전해드리면요. “현장은 공작기계들이 가득했으나 이를 김충현씨 혼자 다뤘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소장은 부품 이름도 몰랐으며 작업안전계획서, 작업표준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작업자들이 아침마다 기록하는 툴박스미팅 기록은 김씨 혼자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결국 이번 사고는 관리부실 사각지대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인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충현 씨는 한국파워O&M씨 소속으로 근무한 것인데요. 이는 안전과 정비 외주화에 따른 참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망한 김충현 씨는 2016년 당시 한전케이피에스(KPS)의 하청업체에 취업한 뒤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를 통해 9년째 일해왔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한전 케이피에스와 올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태안화력발전소 1~4호기, 7~10호기의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계약을 했으며 태안사무소에는 25명이 근무. 선반 담당은 김씨 한 명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처장급 간부는 “종합정비동은 9·10호기 건설 당시 지었으며 한전 케이피에스에 건물과 공작기계 등을 모두 임대했다. 이곳에서는 발전소에서 필요한 볼트 같은 부품 등을 만드는데 정교한 부품은 전문업체에 따로 주문해 납품받는다”라고 해서 역시나 원청 책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건물과 기계 다 임대해서 쓰고 있으니 임차해서 관리하는 업체들 문제라는 입장인거죠.
◆ 최휘 : 방호울이라는 것이 제대로 설치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방호울은 영어로 Guard Fence라고 하는데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가 회전부나 끼임점과 같은 기계의 위험한 부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라고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설치가 안되어있었던 건가요?
◇ 김언경 : 맞습니다. 김충현 씨가 일하다 사고를 당한 작업기계에 방호울이 부실하게 설치된 것으로 확인돠2018년 같은 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했을 때처럼 방호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위험한 부분에 끼이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4일자 경향신문 <[단독]태안 사고, ‘김용균 사고’ 때처럼 방호울 제대로 설치 안해…유족들 ‘사고 현장 청소’ 항의>를 보면요. 사고가 일어난 선반 기계에는 방호울(Guard Fence)이 설치되어 있기는 했으나 회전부 등 기계의 위험한 부분에는 전체적으로 방호울을 감싸야 하지만 이곳의 방호울은 회전부의 약 40% 정도만 감싸고 있었다고 합니다. 방호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끼임 위험이 있는 설비에는 반드시 방호울이나 방호 덮개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걸 대충 시늉만 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을 때도 방호울이나 덮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참사 원인이었습니다. 현재 경찰도 이를 수사 중입니다.
◆ 최휘 : 김용균씨가 사망했던 그 작업장에서 또 다른 분이 끼임사고로 사망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 있으실까요?
◇ 김언경 : 이번에 관련 보도를 보면서 언론이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보도하고 그 배경을 어떻게 파헤치는가에 따라 이렇게 많은 점이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문제는 사망했을 때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 이전에 에방에 대한 이슈를 언론이 더 해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분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요. 그때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존재합니다. 또 같은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에 두고 일을 해야겠지요. 국회는 이와 관련된 보완입법을 하고, 사법부는 사람을 죽이는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 제대로 처벌을 하고, 행정부는 더 말할 나위없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언론의 역할 또한 너무 크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재미없다고, 누가 보겠냐고, 돈이 안된다고 여러 이유로 노동인권 관련한 이슈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좀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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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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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6월 2일 태안에 있는 발전소에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바로 고 김용균 님이 사망한 사업장이었습니다. 게다가 6월 9일 태안화력발전소 또 다른 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도록 작업장 안전조치를 강화하자는 요구가 계속되고 법도 시행되고 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요. 오늘은 이 안전사고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 김언경 : 먼저 김충현 님 산재사망사고 개요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대선 바로 전날인 6월 2일 오후 2시 35분경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6월 3일부터 유족과 노조가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하여 이제 우리가 고 김충현 씨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김충현 씨는 태안화력 9·10호기 종합정비건물 1층 현장에서 선반작업을 진행하던 중 끼임사가 발생한 것인데요.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정지된 선반기계를 혼자 점검하던 중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선반기계에는 긴급상황시 전원을 차단하는 비상스위치 등이 있었으나 김씨는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해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김 씨는 한전KPS의 하청업체인 한국파워 O&M 소속 노동자로, 지난 2016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해왔습니다.
태안화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고 후 6년여 만입니다.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1시께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 근무 중 컨베이어벨트 이상을 확인하던 중 끼임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김용균씨는 입사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고 심야에 위험한 컨베이어 벨트 점검 업무를 하는데 조명도 없었고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도 않았으며 2인 1조 원칙도 지키지 않았지요. 이 때문에 비정규직 안전 보장과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빗말쳤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등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장기간의 단식과 농성 끝에 입법이 되었지요. 그러나 6년 만에 같은 현장에서 또 하청 노동자가 혼자 선반기계 점검하다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요.
그리고 6월 9일 오후 1시 30분경 태안화력발전소 옥내저탄장에서 케이블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함께 작업하던 B씨는 사고 발생 직후 119에 신고했고, 태안화력 자체소방대가 출동해 A씨를 아산 충무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송 중 심폐소생술을 통해 A씨의 호흡은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태안화력 옥내저탄장 공사를 수주한 현대삼호중공업의 하청업체 파워이앤티 소속 노동자입니다.
◆ 최휘 : 말씀하신 것처럼 김충현 씨 사망사고는 대선 전날 발생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주목을 받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기도 한 것 같아요. 대선 후보가 애도를 표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을테지만 대선이라는 거대한 이슈로 언론의 보도량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한번 짚어볼까요?
◇ 김언경 : 먼저 언론의 보도량이 많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좀 부담이 되긴 했어요.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의 보도가 어느 정도였을지 알고 싶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6월 2일부터 10일까지 총 보도량은 131,012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태안화력 또는 태안화력발전소 또는 한전KPS 라는 조건으로 검색해보면 총 485건이 나오고요. 여기에 사망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보면 고작 283건뿐입니다. 김충현 씨 사망 관련한 보도는 거의 이게 전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9일간의 보도인데다가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언론사가 104개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결코 많은 보도량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대선주자들의 언급이나 행보로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6년 전 김용균 군이 세상을 떠난 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났다"며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고요. "관계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책임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선 동안 '노동자 우선' 행보를 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사고 소식을 접한 후 대선 마지막 날 유세 일정을 급히 변경해 태안군 보건의료원을 찾아 숨진 노동자의 유족을 만났고요. 빈소가 차려지지 않아 새벽에 서울로 돌아온 권 후보는 본투표일인 3일 다시 태안으로 내려가 조문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사실 오늘 이 사안으로 오늘 주제를 정하신 이유가 좋은 보도를 소개하고 싶다는 이유라고 하셨는데요. 관련된 좋은 보도들이 많았나요?
◇ 김언경 : 이번 사망사고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사고 자체와 대응태도, 법적인 문제까지 두루 지적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사고 다음날인 6월 3일 <태안화력 ‘끼임’사망, 한전KPS 책임회피>라는 보도에서 사측의 대응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보도에서는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을 준 한전KPS가 재하청을 준 한국파워O&M의 노동자. 원칭이라 할 수 있는 한전 KPS의 입장을 보도한건데요. 한전은 사고 경위를 묻는 허성무 민주당 의원실에 답변을 보냈는데 "당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밝혔다는 겁니다. 사실 김용균 씨 사망 당시에도 사측은 ‘우리가 시킨 일이 아니다’라고 변명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렇게 답변을 보내왔다고 하는데요.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한전KPS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 주변정리 중 끼어 의식 없음"인데요. ‘임의 주변정리’라는 건 우리가 안 시켰는데 마음대로 주변정리했다는 의미가 느껴지잖아요. 혼자 위험한 기계를 점검하다 사망했는데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하다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는 답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발전소 동료들은 "고인은 오전에 2건의 작업 오더에 따라 작업을 했다""꼼꼼한 성격이라 작업 오더 없이는 나사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 오후에 분명히 오더가 있어서 일을 했을 텐데 회사 측이 '임의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최휘 : 사고현장에 대한 보존도 안되어있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 김언경 : 한겨레의 4일 <태안화력서 또 노동자 사망...사고현장 찾은 유족들 ”왜 현장보존 안 했나“>를 보면요. 6월 3일 오후에 현장에 가보니 전날 발생한 사고 흔적은 ‘수사중’, ‘출입금지’ 푯말이 전부였고, 기계 설비와 재료들은 이미 정비된 데다 혈흔까지 다 지우는 등 현장을 훼손했다는 겁니다.
이 보도에서는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밝힌 내용을 전해드리면요. “현장은 공작기계들이 가득했으나 이를 김충현씨 혼자 다뤘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소장은 부품 이름도 몰랐으며 작업안전계획서, 작업표준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작업자들이 아침마다 기록하는 툴박스미팅 기록은 김씨 혼자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결국 이번 사고는 관리부실 사각지대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인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김충현 씨는 한국파워O&M씨 소속으로 근무한 것인데요. 이는 안전과 정비 외주화에 따른 참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망한 김충현 씨는 2016년 당시 한전케이피에스(KPS)의 하청업체에 취업한 뒤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를 통해 9년째 일해왔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한전 케이피에스와 올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태안화력발전소 1~4호기, 7~10호기의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계약을 했으며 태안사무소에는 25명이 근무. 선반 담당은 김씨 한 명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처장급 간부는 “종합정비동은 9·10호기 건설 당시 지었으며 한전 케이피에스에 건물과 공작기계 등을 모두 임대했다. 이곳에서는 발전소에서 필요한 볼트 같은 부품 등을 만드는데 정교한 부품은 전문업체에 따로 주문해 납품받는다”라고 해서 역시나 원청 책임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건물과 기계 다 임대해서 쓰고 있으니 임차해서 관리하는 업체들 문제라는 입장인거죠.
◆ 최휘 : 방호울이라는 것이 제대로 설치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방호울은 영어로 Guard Fence라고 하는데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가 회전부나 끼임점과 같은 기계의 위험한 부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라고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설치가 안되어있었던 건가요?
◇ 김언경 : 맞습니다. 김충현 씨가 일하다 사고를 당한 작업기계에 방호울이 부실하게 설치된 것으로 확인돠2018년 같은 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했을 때처럼 방호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위험한 부분에 끼이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지 못했습니다. 4일자 경향신문 <[단독]태안 사고, ‘김용균 사고’ 때처럼 방호울 제대로 설치 안해…유족들 ‘사고 현장 청소’ 항의>를 보면요. 사고가 일어난 선반 기계에는 방호울(Guard Fence)이 설치되어 있기는 했으나 회전부 등 기계의 위험한 부분에는 전체적으로 방호울을 감싸야 하지만 이곳의 방호울은 회전부의 약 40% 정도만 감싸고 있었다고 합니다. 방호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끼임 위험이 있는 설비에는 반드시 방호울이나 방호 덮개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걸 대충 시늉만 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을 때도 방호울이나 덮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참사 원인이었습니다. 현재 경찰도 이를 수사 중입니다.
◆ 최휘 : 김용균씨가 사망했던 그 작업장에서 또 다른 분이 끼임사고로 사망했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 있으실까요?
◇ 김언경 : 이번에 관련 보도를 보면서 언론이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보도하고 그 배경을 어떻게 파헤치는가에 따라 이렇게 많은 점이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문제는 사망했을 때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 이전에 에방에 대한 이슈를 언론이 더 해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존재함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분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요. 그때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존재합니다. 또 같은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에 두고 일을 해야겠지요. 국회는 이와 관련된 보완입법을 하고, 사법부는 사람을 죽이는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 제대로 처벌을 하고, 행정부는 더 말할 나위없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언론의 역할 또한 너무 크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재미없다고, 누가 보겠냐고, 돈이 안된다고 여러 이유로 노동인권 관련한 이슈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좀 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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