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서울의 봄'…빈틈없는 연기 앙상블, 뚝심 있게 끌고 가는 서사가 주는 쾌감

[Y리뷰] '서울의 봄'…빈틈없는 연기 앙상블, 뚝심 있게 끌고 가는 서사가 주는 쾌감

2023.11.10. 오후 3: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리뷰] '서울의 봄'…빈틈없는 연기 앙상블, 뚝심 있게 끌고 가는 서사가 주는 쾌감
영화 '서울의 봄'에서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광 역할의 배우 황정민 ⓒ플러스엠
AD
원칙을 지키려는 이들과 욕망을 지키려는 이들이 벌이는 치열하고 뜨거운 대결을 다룬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영화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운명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손꼽히는 12.12 군사반란 당시를 그린 작품.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과 이에 맞서는 이들의 9시간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그간 영화 '아수라'·'감기'·'태양은 없다'·'비트' 등을 통해 현실을 환기하는 사실적인 연출을 선보였던 김성수 감독이 이번에는 실제 역사를 이야기의 소재로 가져왔다.

'1979년 12월 12일, 그날 밤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영화는 타임라인에 따라 직선적으로 내달리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숫자로 시각화하거나 자막 등을 적절히 활용해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다. 또한 반란군과 진압군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리듬감 있게 번갈아 제시하며 관객이 영화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친절하게 인도한다.

이처럼 서사가 끊김이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덕분에, 실제 역사를 정확히 모르는 관객일지라도 영화 속 이야기를 쫓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또한 쉼표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잃지 않고 뚝심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연출 방식을 택해 관객이 영화와 캐릭터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강력한 이야기에 흡입력을 한층 배가하는 것은 배우들의 눈부신 호연이다.

영광을 독식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 씨는 절대 권력과 탐욕에 눈이 먼 캐릭터와 완벽하게 동화돼 혼신의 열연을 펼친다. 뜨거운 화산처럼 폭발하고 내지르는 감정을 바탕으로 욕망에 가득 찬 눈빛과 비릿한 웃음을 내짓는 황정민 씨는 자신만의 전두광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든 전두광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의 배우 정우성 씨 역시 적절한 완급조절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의 균형감을 더한다. 정우성 씨는 고지식하지만, 원리원칙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이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고 표현하며 캐릭터에 현실감을 더한다.

언뜻 영화는 황정민 씨와 정우성 씨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쌍두마차처럼 작품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진정한 백미는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주조연 배우의 앙상블이다.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만식 씨를 비롯해 정동환, 김의성, 유성주, 안내상, 염동헌, 최병모, 정해인, 김성오, 이재윤, 박훈 씨 등 익숙한 배우들이 역사에 기록된 인물 그 자체로 변신해 빈틈없는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역할의 비중이 무색할 정도로 빼어난 연기의 합을 보여주는 덕분에 관객은 영화에서 한층 더 풍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단순히 역사를 각색해 이것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독은 각각 원칙과 신념을 지키는 인간 군상과 욕망과 야욕을 위해 이것을 깨뜨리려는 인간 군상을 대표하는 이들의 대립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모두가 돌아서 홀로 남은 상황에서도 대의를 위해서 행동했던 이들의 삶과 마주하며 관객을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삶에서 어떠한 소신을 선택하고, 선택한 소신대로 살 수 있을 지 묻는 질문은 실제 사건으로부터 44년이 지난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영화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긴장감과 박진감으로 가득 찬 가운데, 마치 동어반복처럼 계속해서 반복되는 대립과 갈등 상황에 관객은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선악의 대비가 명확하기 때문에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에게는 이러한 대결 구도가 단조롭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울의 봄'은 뚜렷한 강점과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연출.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1분. 2023년 11월 22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