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네 가지 설

‘한글’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네 가지 설

2021.10.08.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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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네 가지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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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0월 8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한글날이 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통곡하신다", 한글을 파괴하는 상황을 얘기하면서 함께 나오는 말인데요.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께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는 함께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세종대왕은 한글날만 되면 지하에서 ‘나의 발명품을 망쳐놓다니~’ 하면서 통곡하고 계신 걸까요? 한글날을 맞아 우리글, 한글에 대한 이야기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신지영 교수(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내일 한글날 맞아서, 한글 관련 얘기 나눠볼 텐데요. 오늘도 퀴즈로 시작하나요?

◆ 신지영: 네, 퀴즈 한 번 내보겠습니다. 내일이 한글날인데요. 한글날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시고 반포한 날, 3년 후에 반포를 했잖아요. 그 날을 기념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국경일을 가지고 있는 나라, 전 세계에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냐하면 고유의 문자 갖기도 어렵고요. 그리고 이렇게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문자, 그것에 대한 기록물, 이런 것들이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경이로운 일이거든요. 그것만으로도 한글날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올해 한글날, 몇 돌일까요?

◇ 최형진: 저는 알고 있어요. 이건 애청자님들께 기회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 신지영: 물론이죠. 애청자님들께서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 듣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문자 보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그런데 돌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계산이 되는 거면 계산을 해주실 것 같은데요. 이거 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서두에도 말씀드렸는데 저희도 종종 이런 말해요.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통곡하신다', 혹시 교수님도 이런 얘기 많이 들어 보셨나요?

◆ 신지영: 그런데 왜 세종대왕이 통곡을 하실까요?

◇ 최형진: 한글 파괴죠.

◆ 신지영: 어떤 맥락에서 주로 이런 표현들이 쓰이죠?

◇ 최형진: 비속어 쓰거나 외래어 쓰거나 그야말로 한글을 망치는 어떤 행위들, 그런 것 때문에 세종대왕님께서 지하에서 노하신다, 이런 뜻 아닐까요?

◆ 신지영: 그럴까요? 사실은 말씀하셨듯이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한다 하면서 한글날 개탄을 하면서 왜 이렇게 어법에도 안 맞는 말을 하느냐, 심지어 비속어, 외래어 쓰면 큰일 난다, 우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저는 좀 이상해요. 왜냐하면 세종대왕은 그 당시에 한글, 문자를 만들었을 땐 많이 쓰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대대적으로 쓰이고 있잖아요. 그러면 너무나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당신의 창제물이 이렇게 널리 쓰이고, 당시는 천대받았는데, 이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가치를. 게다가 한글날까지 기념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절대로 통곡하실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를 잘 들어보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런 말 들어보셨죠? ‘세종이 만들어주신 우리말을 잘 닦고 지켜야지, 소중히 여겨야지.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 이런 말이요. 그런데 사실 세종대왕은 문자를 만들었지 언어를 만든 분이 아니잖아요.

◇ 최형진: 한글을 만드신 분이죠.

◆ 신지영: 그렇죠. 글자를 만든 분이죠. 사실은 세종대왕 이전에도 한국어는 계속 한국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왜 우리가 그런 말을 할까요? 어이없이 헷갈리는 경우가 상당히 있더라고요.

◇ 최형진: 이거 헷갈리시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 신지영: 그러니까요.

◇ 최형진: 정말 비속어나 이런 거 그야말로 한국어를 파괴한 것이지 한글을 파괴되는 건 아닌 거잖아요.

◆ 신지영: 맞습니다. 한글을 파괴한 적은 없죠. 소위 얘기하는 ‘야민정음’ 들어보셨죠? ‘멍멍이’를 갖다가 ‘댕댕이’라고 한다든지, 그런 것들이요. 사실 그것도 한글을 파괴한 적은 없잖아요. 한국어의 어떤 어법을 약간 비틀어서 글자가 비슷하게 보이니까 ‘멍멍이’를 ‘댕댕이’라고 한다든지, 좀 가지고 논 것뿐인데 한글을 파괴했다고 이야기 하니까. 사실은 한글 자체를 파괴한 적은 없잖아요. 사람들이 글자, 문자와 언어를 너무나 많이 혼동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최형진: ‘명작’을 얘기하는 ‘띵작’. 모양 때문에요. 한국어를 표현하기 위해 한글이라는 문자를 새롭게 조립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네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세종대왕께서 처음 한글, 문자를 만들었을 땐 한글을 ‘훈민정음’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럼 한글이라는 이름은 별칭 같은 것이었나요?

◆ 신지영: 사실은요. 한글이라는 말 언제부터 시작됐을지 생각해보셨어요?

◇ 최형진: 아니요.

◆ 신지영: 굉장히 오래됐을 것 같죠? 느낌에. 우리가 한국어를 쓰고 있는 고유의 문자를 세종이 만들었을 때는 ‘훈민정음’ 혹은 줄여서 ‘정음’이라고 불렸는데, 우리가 지금은 한글이라고 부르고 있잖아요. 사실 여기에는 굉장히 아픈 과거가 숨어있습니다.

◇ 최형진: 한글이라고 부르게 된 배경에요?

◆ 신지영: 네. 오늘 한글날을 맞아서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서 그 문자를 지켜오기 위해서 노력했던 분들, 그리고 한글이 한글로 불릴 수밖에 없는 어떤 계기, 이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한글이라는 말이 대대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10년대예요. 1910년, 어떤 일이 일어났죠?

◇ 최형진: 뼈아픈 역사 아니겠습니까?

◆ 신지영: 그렇죠. 경술국치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역사에서 또 한 가지를 주목해봐야 하는데요.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이, 그 문자가 국가의 공식 문자로 인정받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요? 사실은 1894년 갑오개혁 때부터예요. 그러니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사실은 한글이 공식문자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1894년 갑오개혁 때부터 11월에 칙령을 내려서 국문을 기본으로 하고 그 다음에 한문에 번역본을 달아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한글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문자로써 인정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때는 국문이라고 불렸어요. 국어국문, 이렇게 불렸죠. 그런데 국문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게 바로 경술국치입니다.

◇ 최형진: 1910년이요.

◆ 신지영: 네, 1910년 8월 29일 날 경술국치를 맞이하면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됐냐면, 국문은 일본문이 국문이 됩니다. 국어는 일본어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국어라는 말을 더 이상 쓸 수가 없었어요. 한국어에 대해서. 또 국문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말이 필요했죠. 그래서 언어는 어떻게 표현하기 시작했냐면, 조선어가 됩니다. 다시. 조선시대를 벗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대한제국이 있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어가 됐죠. 반면에 글은 조선글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조선문, 조선글이라고 부르지 않았고요. 그러다보니까 ‘한(韓)’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대외적으로 우리를 지칭하는 게 ‘한(韓)’이었어요. 한불자전, 한영자전할 때 한(韓)입니다. 삼한(三韓)할 때 그 한(韓)이었죠. 여기에 문(文)을 붙이니까 ‘한문’이러니까, 중국의 문장인 한문(漢文)하고 헷갈리게 된 거죠. 그래서 이걸 한글이라고 말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한글이라는 말은 1910년대 이후에 사용하게 됐다. 10년대부터 사용하게 됐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역사를 잘 짚어주셨는데. 그러면 한글이라는 이름을 누가 언제 만들었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 않습니까?

◆ 신지영: 논란 있죠. 세 사람이 등장해요. 그리고 설은 네 가지 정도의 설이 있는데요.

◇ 최형진: 네 가지나 있어요?

◆ 신지영: 네, 첫 번째는 최남선이 만들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요. 여기는 증언 같은 것도 있고요. 가장 먼저 한글이라는 단어가 발견되는 게 우리 문헌에서 지금 현재 1914년이었어요. 최남선이 발행한 ‘아이들보이’, 아이들을 위한 잡지였어요. ‘아이들이 보는 것’이란 뜻이죠. 그 ‘아이들보이’에 1914년에 한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게 한글이라는 단어가 나온 첫 번째 문헌이에요. 그렇기도 하고 박승빈 선생이 그런 증언도 했어요. ‘최남선 선생님이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 최형진: 그러면 최남선이라는 분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 신지영: 얘기하는 게 첫 번째 설이고요. 그 다음에 모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설 중에 하나가 주시경 선생님이 만들었다. 이 설이죠. 이건 증거는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쪽에서 만든 사전에 보면 한글이라는 항목에 풀이가 되어 있는데. 이 단어를 주시경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두 번째 설, 주기경설이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설이지만, 증거가 부족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죠.

◇ 최형진: 그러면 지금은 설에 머물러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 신지영: 세 번째는 이종일이라는 사람이 쓴 ‘옥파비망록’에 한글이라는 걸 처음 썼다고 나오는데. 이게 한문으로 쓴 책이거든요. 그래서 그게 번역됐을 때 한글이라고 나온 것이고, 원본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설은 있지만 굉장히 축소된 설이죠.

◇ 최형진: 역시 또 증거가 약한.

◆ 신지영: 네, 그리고 네 번째 설은 집단으로, 누구 하나가 만든 게 아니라 대외적으로 우리가 ‘한(韓)’이라는 말을 계속 썼으니까, 삼한시대 이후로. 그래서 대한제국의 한도 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거기에다 ‘글’을 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누가 딱 만든 건 아니다. 이런 설이 있는데, 저는 네 번째 설이 조금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 최형진: 저도 딱 듣는 순간 언급해주신 마지막 설이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 신지영: 여기서 우리가 누가 한글을 만들었는가, 이런 것보다는 중요한 건 우리가 국문이 국문으로, 한국 고유의 글자, 훈민정음 혹은 정음이라고 불렸던, 그리고 그걸 가지고 썼던 문장을 국문이라고 했는데 국문이 국문으로 불리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한글’이라는 단어. 이걸 보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 안에서도 이걸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되새겨보는 그런 한글날이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 최형진: 좋은 말씀으로 맺어주셨는데요. 특히 교수님 같은 경우는 한글날이 다가오는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 신지영: 아무래도 한국어를 연구하는 사람이니까 특별한 의미를 갖죠. 또한 한글이라는 문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책이 있는데 그게 훈민정음 해례본이에요. 사실 훈민정음이라고 얘기하는 책은 크게 보면 해례본이 있고, 그 해례본이 안 달려있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훈민정음 해례본은 정말 놀라운 책이에요. 어떻게 한글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창제원리가, 해례라는 게 풀이와 예시를 들어서 어떻게 써라, 이런 것들이 다 달려있거든요. 그게 유네스코 기록물이잖아요. 그리고 그 원리자체가 엄청납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 훈민정음 해례본의 내용들을 보면서 제가 고등학교 때 ‘국어학자가 되어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한글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것들이 엄청난 자부심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언어와 문자를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실은 이렇게 정보접근성이 높아지는 게 한글이 배우기가 쉽거든요. 모두가 문자접근성이 높아진 거, 이것이 민주주의의 아주 뿌리다,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저도 업이 이러다 보니까 너무나 의미 있는 한글날인데요. 서두에 드린 질문의 정답 발표를 해야죠.

◆ 신지영: 네, 575돌입니다.

◇ 최형진: 한글날 내일인데, 참 뜻깊은 날 아니겠습니까.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신지영: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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