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최, 美 매체 기고 "'기생충' 여정은 특권이었다"

샤론 최, 美 매체 기고 "'기생충' 여정은 특권이었다"

2020.02.19. 오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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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최, 美 매체 기고 "'기생충' 여정은 특권이었다"
사진 출처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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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면서 화제가 된 인물, 바로 전담 통역사 샤론 최(최성재)다. 봉 감독의 말을 '아바타'처럼 정교하게 통역해 외신의 극찬을 받았지만 언론 인터뷰를 여러 차례 고사해온 그가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를 통해 시상식 시즌을 회고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샤론 최는 지난해 4월 봉 감독의 전화 인터뷰를 통역해줄 수 있냐는 이메일을 처음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각본을 쓰느라 그 메일을 놓쳤고, 나의 모든 프로페셔널함을 동원해 '다음에는 가능하니 연락해주세요'라고 답변했다"라고 전했다. 샤론 최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단편 영화를 제작한 경력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어 샤론 최는 "며칠 후 또 다른 요청이 왔고, 마음에 드는 메모장과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한 시간 동안 내 방광이 잠잠하길 기도했다"라고 덧붙였다.

샤론 최는 '기생충' 전담 통역을 맡기 전까지 그의 통역 경력은 단 일주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 관한 통역이었다. 그래서 샤론 최는 "한 번은 봉 감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의 참고자료를 설명한 것을 놓쳤는데, 그때 '이제 다른 통역사가 화장실 걱정을 하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과 달리 그는 지난해 제72회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수개월 동안 '기생충' 팀과 함께 일했다. 그는 "6개월 동안 목소리를 위해 끝없이 허니 레몬 티를 마셨다"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샤론 최는 통역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적기도 했다. 그는 "불면증을 해결하려 그동안 봐왔던 영화들에 의존해야 했고, 동양과 서양 문화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봉 감독의 정교한 표현을 전달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또 "가면 증후군(스스로 이뤄낸 업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과 내가 존경하는 인물의 말을 잘못 전달했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라면서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대에 오르기 전 10초간 명상을 하는 것, 그리고 관중들이 보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뿐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봉 감독의 배려와 대학 시절 그에 관해 썼던 리포트가 통역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샤론 최는 어렸을 때 2년 동안 미국에서 보낸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상한 혼종이 된 것 같았다. 미국인이 되기엔 너무 한국적이고, 한국인이 되기엔 미국적이었다. 그렇다고 한국계 미국인도 아니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나는 내 자신의 통역사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생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에 좌절했다. 그래서 영화의 시각적 언어를 좋아했다. 영화 제작은 내면의 언어를 외부와 소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번역과 비슷하지만, 원문과 거의 가까운 단어를 검색할 필요는 없다"라고 영화에 매료된 이유를 설명했다.

'기생충'과 함께 자신이 화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내 얼굴을 보는 것이 정말 기이했다"라며 "'비아그라' 광고 해시태그에 내 이름이 붙은 것을 보고 특히 그랬다. 또 미용 제품 광고 제의도 있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특히 샤론 최는 이번 기생충과 함께한 여정을 '특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무엇보다 진정한 선물은 일을 하면서 만난 '기생충' 팀과 아티스트들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수 있던 것이다. 앞으로 이 사람들과 다시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영화 감독인 그는 자신의 다음 작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알려진 것처럼 시상식 시즌에 관한 시나리오가 아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론 최는 "봉 감독이 인용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기 때문에 매우 개인적인 경험과 내 이야기를 녹여낼 시간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번역 작업은 나 자신과 영화 언어 사이의 일뿐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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