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과 한지가 만들어낸 빛...흑백의 작품들

목탄과 한지가 만들어낸 빛...흑백의 작품들

2020.01.27. 오전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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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려한 색을 모두 포기하고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완성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목탄과 한지 같은 독특한 질감의 재료를 만나 은은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김혜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어두운 밤, 고매하게 서 있는 매화나무.

달빛을 받은 가지마다 조용히 숨 쉬는 듯하고,

꽃눈이 가득 열린 나뭇가지도 은은한 달빛을 머금어 생명력이 돋아납니다.

어둠 속에서 아련하게 피어오른 물안개, 꿈결처럼 희뿌옇게 쏟아지는 폭포.

모두 목탄으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광목천에 수차례 목탄으로 칠한 뒤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마감처리를 했습니다.

목탄의 질감 때문에 흑백의 수묵화 정서를 담은 독특한 회화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재삼 / 화가 : 달빛에 비친 나무 그림자, 그늘 이런 것을 모티브로 해서 정경에 포함된 공간감, 달빛이 가지고 있는 은은함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죠.]

인화작업이 한창인 사진작가의 작업실.

평범한 인화지가 아닌, 한지에 직접 감광 유제를 발라 인화합니다.

수면 위로 제 그림자를 드러낸 말 없는 바위,

험난한 대지 위에 서 있는 나무.

먹먹한 느낌을 주는 자연의 한 장면이 한지의 질감과 만나 회화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디지털 인화 방식을 결합해서 크기를 키운 작품에서는, 자연을 볼 때 일렁이는 작가의 감정이 담겼습니다.

[장예린/ PKM 갤러리 큐레이터 : 자연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들 '보이스'라는 특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고 관객을 우두커니 잡아두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닌가.]

갈수록 화려한 색깔과 빛이 화폭을 장식하는 시대,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빚어낸 흑백의 작품들은 어둠 속에서 더 짙은 숨결을 내쉬고 있습니다.

YTN 김혜은[henis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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