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스] 명절 피하게 만드는 질문 '결혼 언제해?' 반복되는 이유는?

[오뉴스] 명절 피하게 만드는 질문 '결혼 언제해?' 반복되는 이유는?

2019.09.11. 오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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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스] 명절 피하게 만드는 질문 '결혼 언제해?' 반복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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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최형진의 오~! 뉴스]

□ 방송일시 : 2019년 9월 11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2부는 오~! 뉴스 초대석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언어, 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잘못 쓰고 있는 표현들, 명절과 함께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가족 호칭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게스트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 최형진: 내일부터 추석연휴인데요. 교수님도 고향에 가십니까?

◆ 신지영: 네, 고향이 서울이라 멀리 가진 않고요. 시댁도 그렇고 친정도 그렇고 소위 본가들이 다 서울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멀리는.

◇ 최형진: 근처로 이동하시는군요.

◆ 신지영: 네, 그렇습니다.

◇ 최형진: 많은 분들이 추석 연휴 기대하지만 저 같은 경우도 스트레스 굉장히 많이 받았고요. 가족들이 모이면 어르신들이 ‘결혼 언제 하냐, 취직했냐, 애 안 낳냐, 공부는 잘하냐’ 이런 말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 신지영: 그거 참 이상하죠. 모두 다 듣고 싶어 하지 않는데요. 다 또 그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좀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 최형진: 신기합니다.

◆ 신지영: 그러니까 사실은 예를 들어서 ‘결혼 언제 할 거야?’ 이렇게 물어보는 건 진짜 궁금해서일까요?

◇ 최형진: 궁금해서가 아닌 것 같아요.

◆ 신지영: 그렇죠. 왜냐면 궁금하다면 이미 알고 있었겠죠.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다 알고 있을 거고요. 그러면 왜 그런 말을 할까요? 그리고 또 궁금하지 않다는 건 듣는 사람도 알기 때문에 조금 불쾌해지는 거죠. 만약에 진짜 궁금하고 걱정된다면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준다든지,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든지.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할까요?

◇ 최형진: 제가 느끼기에는 혹시 별다른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거 아닐까요?

◆ 신지영: 맞습니다. 번역기를 한 번 돌려볼까요. 다 질문이죠. ‘결혼 언제 할 거니?’ 이렇게 질문을 해요. 그럼 질문을 한다는 건 상대의 답을 얻어내는 거죠. 정보를 요구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는 뭐냐면 상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마땅히 꺼낼 말이 없는 거죠. 화제가 빈곤한 거죠. 그렇다면 번역기를 돌려보면 사실 이런 말이죠. ‘나 너랑 이야기하고 싶어. 그런데 할 말이 별로 없어. 내가 세련되지 못한데, 왜냐하면 내가 그런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거야’ 이렇게 사실 이야기할 수 있어요. 번역기를 돌려보니까 좀 측은한 마음이 들죠.

◇ 최형진: 그러네요.

◆ 신지영: 그렇다면 이러한 질문들은 누가 하죠? 누가 누구에게 하는 건가요?

◇ 최형진: 어른들이 보통 아랫사람하게 하죠.

◆ 신지영: 그렇죠. 소위 손윗사람이라고 하는 분들이 아랫사람들에게 하죠. 이런 질문을 만약에 거꾸로 해보세요. 굉장히 무례하죠. 자기도 듣기 싫겠죠. 그런데 왜 할까. 사실은 그 지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사실 어른들한테 그런 말을 듣고 배우고 자란 거예요. 그런데 듣기 싫었는데 내가 또 똑같은 상황이 되면, 다른 입장이 되면 또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도 깜짝 놀랄 거예요. 아마 오늘 이 방송을 듣고 추석이 됐을 때 가족들이 모였을 때 예를 들어서 조카가 있는데 학교를 다니는 조카다. 내가 그 아이를 만났을 때 어떤 질문을 할까. 내가 하고 깜짝 놀라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 최형진: 저도 그런 이야기 듣고 자라면서 굉장히 불쾌한 적이 많았는데, 제가 얼마 전에 사촌동생 만나서 ‘취직은 어떻게 됐어?’라고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반성합니다.

◆ 신지영: 그러니까요. 그렇게 어른들한테 우리가 배운 거예요. 사실 그러면 그 어른들은 또 그 어른들한테 그렇게 배우고 자랐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누가 먼저 바뀌어야 할까요? 어른들이 좀 바뀌면 어떨까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건요. 예를 들어서 조카를 만났다, 중고등학교 다닌다. 그럼 요즘 입시 문제 많이 이야기가 되잖아요. 그러면 힘들겠구나.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을 조사해보니까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말을 굉장히 듣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건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말인데 하는 말은 상처 주는 말, 좀 이상하죠. 그러니까 좀 우리가 바꿔봅시다.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한 번 해보는 거죠. 그러면 예를 들어서 화제를 꺼내고 싶은 게 우리의 목적이잖아요. 그러면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나는 네가 학교 다니는 것 참 힘들 것 같아. 열심히 다녀줘서 고마워. 응원한다’ 이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나도 어려웠어,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하면서, ‘그럼 네가 어른이 됐을 때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니?’ 진짜 질문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그런 화제들을 가지고 이야기해보는 거죠. 취업을 앞둔 가족이 있다, 그러면 ‘나도 취업하느라고 힘들었는데 또 그 시간을 지내보니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너도 그런 시간을 그렇게 생각하는 날이 올 거야’ 이렇게 응원해주면서 ‘혹시 내가 지원해줄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봐’ 그러면서 용돈을 주는 것도 좋겠죠.

◇ 최형진: 결국 돈입니까? (웃음)

◆ 신지영: 아니요, 결국 돈은 아닌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주는 마음은 사실은 그 이전에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이 좋은 거지, 만약에 그런 마음이 없다고 읽히는데 돈만 주면 그것은 불쾌하죠.

◇ 최형진: 그렇죠. 다른 이야긴데요. 갈수록 뉴스 기사에 자극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잘못된 표현도 많은데. 강제징용과 강제동원, 당사자와 장본인. 다른 의미를 가진 말도 아무렇지 않게 섞어 쓰는 기사를 보면 같은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한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 신지영: 원래 언어라는 것은 학습에 의해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들은 대로 하게 돼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특히 언론은 우리가 들을 때 굉장히 공신력 있다. 특히 YTN 라디오처럼요. 뉴스를 주로 중심으로 하는 그런 매체다 보니까 언론의 공신력을 많이 믿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언론이 그렇게 이야기해주면 일반적인 시민들은 언론이 이야기해주니까 따라가는 거죠.

◇ 최형진: 바로 습득이 되죠.

◆ 신지영: 바로 습득이 되죠. 그리고 굉장한 권위를 갖게 되죠. 그렇다면 누가 조심을 해야 할까. 답은 뻔하죠. 언론인들이 사실은 한마디 한마디를 쓸 때 고민해서 써야 합니다. 그런데 그 언론인들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또 그렇게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순간 누군가 환기를 시켜줄 필요가 있어요.

◇ 최형진: 이건 잘못된 표현이다.

◆ 신지영: 그렇죠. 그런 것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것, 이게 되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방금 말씀하셨던 강제징용 이 말을 한 번 꼼꼼하게 살펴볼게요. 사실은 징용이라는 말부터 보면요. 징용이라는 건 국가가 강제로 서비스에, 여러 가지 일을 시키기 위해서 국민을 동원하는 일이에요. 징병의 징 자랑 똑같은 거죠. 병사를 국가가 강제로 소집하는 거죠. 그렇다면 징용은 합법적인 건가요, 불법적인 건가요?

◇ 최형진: 징용은 합법적인 것 아닌가요?

◆ 신지영: 그렇죠. 강제적인 건가요, 자발적인 건가요?

◇ 최형진: 강제적인 거죠.

◆ 신지영: 그렇죠. 그런데 강제징용 그러면 징용에는 강제성이 있는 것과 강제성이 없는 것이 있다. 이렇게 오도할 수 있겠죠. 원래 징용은 강제적인 거니까요. 그다음에 징용의 주체가 일본이기 때문에 일본은 ‘징용’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우리는 합법적인 일을 한 거다, 라는 말이 징용에 숨어있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불법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지금 법적인 다툼을 하는 거고 우리의 인권이 유린됐다고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합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도 그렇게 나온 거고요.

◇ 최형진: 그럼 동원이 맞는 표현이죠? 강제동원.

◆ 신지영: 그렇죠. 강제동원이 맞는 표현이 되겠죠. 일본이 징용이라고 말하면서 그 역사적 실체 뒤에 숨는데, 우리가 그 말을 쓰면서 일본의 편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 최형진: 단어 하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 신지영: 그렇죠. 그러니까 기사를 쓰는 관점, 내가 이 사태를 바라보는 것이 동원이냐, 징용이냐. 이것부터 정리하고 그 다음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 최형진: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 신지영: 아까 말씀하신 장본인하고 주인공이나 당사자, 이런 것들 얘기해보면요. 장본인이란 말, 원래 부정적인 말이에요. 그러니까 장본인은 나쁜 일을 한 사람.

◇ 최형진: 그럼 당사자가 맞는 거군요.

◆ 신지영: 그렇죠. 주인공이라고 표현해도 좋겠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한글날도 다가오고요. 교수님 말씀 듣다보니까 참 말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데. 공공언어와 관련한 대회가 열린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대회입니까?

◆ 신지영: 서울시가 주최하고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연구팀이 주관하는 ‘다다다’라는 행사가 열립니다. 다다다, 재밌죠? ‘모두 다’라는 뜻도 있고요. 그다음에 ‘말하다, 듣다, 즐기다’의 다 자를 따서 다다다. 재밌죠. 그래서 시민들이 함께 모두 다 참여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민일 필요도 없고요. 대한민국 국민,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한글날인 10월 9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시청에 시민청이 있고요. 활짝라운지라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행사가 진행되는데요. 그전에 예선과 이런 걸 치르고요. 또 지원접수를 지금 받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오후 6시까지 받고 있는데요. 16일 오후 6시까지입니다. 6시까지 지원서를 서울시 홈페이지 들어가 보시면요. 네모난 창이 있어요. 거기에 ‘다다다’ 치시면 참가 신청서 쓸 수 있고요. 다다음주 21일, 토요일인데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예선전을 치르게 됩니다. 예선 대상자들에게 통보를 해가지고요. 예선전을 치르게 됩니다. MBC 아나운서들도 오셔가지고 예선 심사위원을 하실 거고요. 이렇게 해서 나를 배척한 말 한마디, 공공의 언어에서 예를 들면 우리가 서비스를 받으러 갔는데 불편하더라. 예를 들어서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메뉴판이 너무 어렵죠. 이런 것들은 사실 경험이 없으면 이야기하기 어렵죠. 그런 분들이 오셔서 자신의 경험 속에서 내가 어떤 말을 들었는데, 어떤 말을 봤는데 배척하고 나를 차별하는 것 같더라. 뿐만 아니라 이런 말은 이렇게 하니까 참 나를 끌어안아준 것 같더라, 포용하고 배려해준 것 같더라. 그런 말은 나는 이런 거고 이런 제안을 해보겠다, 이런 말을 써보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는 그런 시간이 될 겁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아주 뜻깊은 행사 같은데요. ‘다다다’ 행사, 잘 치르시길 바라고요. 교수님, 추석 연휴 잘 보내십시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최형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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