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배우는연애] "......" 적막을 깨는 대화의 기술

[귀로배우는연애] "......" 적막을 깨는 대화의 기술

2019.04.08. 오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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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배우는연애] "......" 적막을 깨는 대화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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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장재숙 동국대 교수

[귀로배우는연애] "......" 적막을 깨는 대화의 기술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여러분.... 거리에도 SNS에도 커플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사실 솔로들에게는 가장 괴로운 계절이 봄인데요.
커플들의 달달한 모습, 끈적한 모습들 때문에 많이 불편하시죠.
그렇다면 당신은 안타깝게도 연애 세포 0%인 상태!! 하지만 이 분과 함께라면 방전된 연애 세포도 100%로 완충 가능합니다!!
남녀노소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학 특강! 연애줄기세포 재생치료 전문!!
동국대 장재숙 교수와 함께 합니다. <귀로 배우는 연애>
이번 주도 동국대학교 장재숙 교수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장재숙 동국대 교수(이하 장재숙) : 안녕하세요.

조현지 : 지난주에 교수님을 보내드리고 이런 문자가 하나 왔어요.

청취자 문자]
젊은 시절, 아내와 사별하고 세 아이를 홀로 키웠습니다.
지난 해, 막내까지 시집을 보내고 비로소 혼자가 되다보니, 적적한 요즘인데요.
얼마 전 부터는 큰 아이가 등록을 해준 문화센터 서예교실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나가다보니, 제 또래의 비슷한 처지인 여성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차피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혼자인 몸이라,
같이 커피 한 잔 하고 싶고, 산책도 하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혼자 오래 살아 버릇해서인지,
여자 마음도 잘 모르겠고, 차마 먼저 입을 떼기도 힘이 듭니다.


장재숙 : 마침 6421님의 문자와 오늘의 주제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오늘의 주제는 바로 ‘대화의 기술’입니다.

조현지 : 참 이 말이라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되는데 평소에 말을 잘 하던 사람들도 소개팅이나 상대방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얼음이 돼버리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몰라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요. 도대체 첫 만남에서 대화의 물꼬, 어떻게 터야 할까요?

장재숙 : 이런 상황에서는 두 사람 모두 알고 있는 공통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가장 무난해요. 예를 들면, 두 사람을 소개해 준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그 친구와 어떤 관계고, 어떤 추억이 있고..등등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이야기만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건데요. 두 사람이 소개팅 하러 나온 거지, 소개시켜 준 친구를 분석하러 나온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대화의 첫 물꼬는 소개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되, 적당한 때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야 하는 거죠.

조현지 : 적당한 때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라! 대화의 주제를 이동시키라는 말씀인거죠?

장재숙 : 그렇죠. 주선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그 다음엔 상대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궁금한 부분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내 이야기도 하면서 대화를 진행시키는 거죠. 그리고 중간 중간 대화가 끊기는 것 같으면,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나 카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오늘 나오면서 교통편은 어땠는지 묻는 것도 좋아요. 뭔가 한 가지씩 포인트를 잡아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겁니다.


조현지 : 듣고 보니까요. 이 방법은 대화만 했다하면 툭툭 끊기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장재숙 : 맞습니다. 대화를 오랫동안 이어나가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사용하시면 좋아요. 대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야기가 끊기고 정적이 돌면 정말 힘들죠. 특히나 저처럼 “··· 공포증” 이 있는 사람들은 더 힘든데요. 그런데 대화가 끊겼을 때는 침묵을 소재로 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면, ‘갑자기 조용해지니까 어색한데요?!’ㅋㅋ 이런 식으로. 그럼 서로 잠깐이라도 웃게 돼요. 그러면서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인지..등등 물어보면서 또 다시 이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지루한 대화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화’라고 합니다. 대화 내용을 계속해서 이어가다 보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지칠 수 있어요. 심할 땐,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상대가 또 다른 주제를 집어 들까 봐 상대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도 겁나게 되죠.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되면, ‘이제 장소를 옮겨볼까요?’ 라든가 바로 헤어질 거라면, ‘오늘 만나서 좋은 얘기도 나누고, 즐거웠습니다’ 라고 마무리 멘트를 하는 거죠. 그럼 대부분은 눈치껏 함께 마무리를 합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조금 전에 교수님이 ‘...(쩜쩜쩜) 공포증’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장재숙 : 말 그대로, 아무 말도 오고가지 않는 ‘...’ 순간을 두려워하는 건데요. 제가 정말 말이 많은 편이예요. 수업할 때도 학생에게 질문을 해놓고, 대답을 제가 더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집에서도 혼자 있잖아요? 그럼 밥솥이나 청소기 하고도 이야기해요~! 요즘은 전자제품에 음성기능이 있잖아요. ‘백미를 시작하겠습니다’ 하면, “그래~오늘도 맛있는 밥 부탁할게~” 뭐 이런 식이죠. 왜 그런가하면, ‘침묵’이 너무 어색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알고 보면, 침묵도 여러 소통방법 중 하나거든요. 침묵을 견디지 못하면 오히려 말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침묵을 견디는 것도 좋은 소통방법일 것 같아요.

조현지 : 그렇군요. 요즘은 혼자 살아도 인공지능이랑 대화하는 분들이 참 많잖아요. 교수님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물과의 소통도 가능한 분이셨군요~! 사실 연애 해 보신 분들은 다 알고 계실 텐데요. 연애가 사랑의 감정만으로 되는 것 같아도 사랑의 표현부터 갈등해결까지 결국, 모두 대화로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장재숙 : 그렇죠.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서로의 눈빛만 보고 마음을 알아차리긴 어렵죠. 사랑할 때도, 갈등이 생겨도 표현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연애에서 사랑의 감정만큼이나 중요한 게 사랑의 표현인 것 같아요.

조현지 : 지금 도착한 문자하나 소개 해 볼 게요.

청취자 문자]
“연애 2년차입니다.
지금도 여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인데..
여자 친구는 제 표현이 와 닿지 않는다고, 의무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전 예전과 똑같이 표현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문제가 뭘까요?“


장재숙 : 내 진심을 몰라주는 것처럼 답답한 게 없죠.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라고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소통에서 메시지 내용이 차지하는 건 7%라고 해요. 반면에 목소리나 어조와 같은 청각적 정보는 38%, 그리고 눈빛, 표정, 몸짓 등의 시각적 정보가 55%나 차지한다는 건데요. 결국, 어떤 표현을 할 때 ‘무엇을 말했느냐’ 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말했느냐’ 라는 거죠. ‘사랑해’라는 같은 말을 표현할 때도 어떤 느낌으로 표현되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겁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인사말처럼 하지 마시고, 여자친구분이 사랑스럽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 그윽한 눈빛과 함께 표현하신다면 그 마음이 더 잘 전달될 거라고 봐요.

조현지 : ‘사랑한다’는 표현도 다 같은 표현이 아니군요. 특히 우리 아빠들은 괜히 쑥스러워서 이렇게 말씀 하시곤 하잖아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라고..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장재숙 : 그럼요. ‘사랑해’라는 말로 직접 표현하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말이나 행동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분은 남편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어디 아프면 항상 남편이 제일 먼저 약을 사온다는 거예요. 이런 분은 아내가 아플 때 약을 챙겨주는 게 곧 사랑의 표현인거죠. 애인이나 배우자가 ‘사랑한다’는 표현이 없다고 서운해 하시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물어보세요. 당신은 어떤 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지, 또 나는 이렇게 사랑을 표현한다고도 알려줘야겠죠. 서로 사랑의 표현법을 모르잖아요? 그럼 지금 이 순간도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 그 사실을 모르기 쉽습니다.

조현지 : 교수님도 결혼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교수님은 부부간에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시나요?

장재숙 : 저희 부부도 말로 ‘사랑해’라는 표현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남편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제 다리를 주물러줍니다. 오래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보다 이런 행동이 더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남편에게 필요한 것들을 메모해놨다가 제 때 쓸 수 있게 사다놔요. 그게 저희 부부의 사랑의 표현이죠.

조현지 : 지금까지 남녀노소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학 특강!
<귀로 배우는 연애>
동국대학교 장재숙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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