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이해인 수녀의 새해인사 "힘든 청춘, 굴복 아닌 극복 했으면"

[투데이] 이해인 수녀의 새해인사 "힘든 청춘, 굴복 아닌 극복 했으면"

2016.01.05. 오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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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1월 5일(화요일)
□ 출연자 : 이해인 수녀

- 다친 몸 이끌고 움직이는 새 한 마리가 생명에 대한 영감 줘
- 2016년 결심은 타인의 이야기를 좀 더 정성껏 듣는 것
- 올해는 남북한의 관계도 조금 더 순해졌으면
- 외로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독을 준비하는 것
- 時란 아름다움과 선을 향한 갈망,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길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투데이 포커스, 오늘은 인물에 집중합니다. 이분은 호칭이 다양합니다. 마음의 엄마, 엄마수녀, 국민이모, 참 다양한 호칭이죠. 이 시대의 선물 같은 사람, 이해인 수녀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해인 수녀(이하 이해인):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제가 소개해드린 호칭 중에 어떤 호칭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 이해인: 글쎄요. 이모수녀? (웃음)

◇ 정병진: (웃음) 네, 일단 수녀님의 시를 사랑하는 분들, 팬들이 정말 많은데요. 와전된 소식으로 놀란 분들도 좀 있으실 겁니다. 건강은 괜찮으시죠?

◆ 이해인: 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잘 지냅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2015년, 사실 학교에서 특강도 여러 번 하시고, 다양한 활동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2015년은 수녀님께 어떤 해였나요?

◆ 이해인: 저는 지난해에 두 번 정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었고, 그래서 육체적인 아픔을 통해서 오히려 마음은 맑게 정화되었다고 할까요?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더 맑아진 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정병진: 네, 2008년 대장암 판정 이후에 계속 치료해오고 계신데요. 어느 정도 완치 수준에 다다른 건거요?

◆ 이해인: 완치라는 말은 어려울 것 같고요. 더 나빠지지 않으면 괜찮은, 그러니까 현상유지 하고 있는 거죠, 뭐.

◇ 정병진: 건강을 통해서 생각도 바뀌고, 쓰시는 시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이해인: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을 받으니까요. 아플 때는 아픈 시가 많이 나오고 그렇죠. 그래서 아픔을 통해서 더 성숙하는 계기도 되고, 이 세상의 많은 아픈 사람들이 제가 아플 때 쓴 글들을 통해서 위로도 받고 그러는 것 같아요.

◇ 정병진: 네, 개인적인 아픔을 통해서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시도 쓰시고요. 그리고 사회에서도, 예를 들어 지난 해 같은 경우에는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았죠. 최근에는 IS 테러도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세상에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이런 것들도 수녀님의 마음이나 글쓰기에 변화를 주죠?

◆ 이해인: 일단 저희가 그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같이 기도를 하고요. 일일이 글로 쓰지는 않더라도 영향을 주죠. 우리가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이웃과 연대했기 때문에 그런 아픔에 무관하지 않고요. 계속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을까 노력하고 그렇게 하죠.

◇ 정병진: 네, 40년간의 작품을 정리한 전집을 크게 내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를 기다리는 분도 많으신데요. 계획이 있으신가요?

◆ 이해인: 새로운 시는 내년이나 되어야 나올 것 같고요. 올해는 그냥 쉬고 있어요. 그동안 많이 쓴 것 같아서요.

◇ 정병진: 그렇군요. 사실 이해인 수녀님 같은 경우는 글쓰기의 중요성,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이해인: 메모를 일단 해야 안 잊어버리니까요. 시상이 떠오를 때에도 하고, 시상뿐만 아니라 중요한 할 일에 대해서도 메모를 하고요.

◇ 정병진: 최근에 하신 메모 중에 기억나시는 메모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이해인: 최근에 제가 걸어가는 길에서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됐어요. 그런데 ‘새가 아프구나’하고 무심히 생각하고 제 방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니까,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많은 거리를 옮겨 놨더라고요. 그래서 생명이라는 것은 아픈 중에서도 저렇게 움직이는 구나, 그런 걸 보게 되면서 제가 다친 새에 대해서 시를 써봐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메모를 해 둔 것이 있습니다. 생명에 대해서 새 한 마리가 가르쳐줬죠.

◇ 정병진: 아, 작은 새가 굉장히 커다란 영감을 줬네요?

◆ 이해인: 네, 그렇죠.

◇ 정병진: 저는 시사, 뉴스를 많이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삶보다 앞서가는 논리 앞에 주저앉은 고단한 인생들 있잖아요? 특히 경제논리에 주저앉은 청년들이나, 사업에 실패한 중년들, 정말 힘들거든요. 수녀님들은 이분들을 바라볼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 이해인: 제가 지금의 20대처럼 치열하게 살아보지 않고, 직장생활도 안 한 입장에서 해주는 도움말이 호소력이 없겠지만, 살아있다고 하는 것, 그래도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죽을 만큼의 최선을 다 해서 노력을 하는 매일을 살도록, 좌절하지 말고, 굴복이 아니라 극복의 인내로 앞으로 나가시라고, 그런 말씀을 해드리고 싶네요.

◇ 정병진: 굴복이 아닌 극복의 삶을 살자,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수녀님의 시 중 하나인 ‘장미를 생각하며’라는 시가 있는데요. 거기 마지막 연에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그 연이 생각나네요. 참 좋습니다. 올해 수녀님의 새해 소망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이해인: 제가 수녀로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고요. 저 개인으로서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조금 더 정성껏 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봐요. 우리가 서로 너무 듣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밖으로는 남북한의 관계가 조금 더 순하게, 서로 좋은 관계이길 기대하고 싶고요. 그렇습니다.

◇ 정병진: 일단 경청하고 싶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 이해인: 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안 듣는 것 같아요.

◇ 정병진: 맞아요. 사실 SNS 같은 소통 수단은 점점 진화하고 있지만 정작 외롭다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 이해인: 네,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이 호소하는 메일과 편지를 저한테도 많이 보내거든요.

◇ 정병진: 그 외로움을 어떻게 대처하라고 조언하시나요?

◆ 이해인: 그런 외로움이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스스로가 고독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내면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이면 굳이 행복을 남에게서 찾지 말고 자기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고 할까, 그런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 같아요. 고독할 준비를 해야만 외롭지 않다는 거죠.

◇ 정병진: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런 말씀이시네요.

◆ 이해인: 네.

◇ 정병진: 수녀님도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 이해인: 안 하려고 하지만, 저도 몸이 너무 많이 아프거나 하면 힘이 들죠.

◇ 정병진: 그렇죠. 특히 건강상의 어려움이 닥치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 이해인: 네.

◇ 정병진: 수녀님께서 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마음이 뭘까요?

◆ 이해인: 아름다움과 선을 향한 갈망,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길이죠.

◇ 정병진: 그렇군요. 수녀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시가 있으신가요? 본인 시도 좋고요. 다른 사람의 시도 좋고요.

◆ 이해인: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하고요. 제가 쓴 시 중에는 초기에 쓴 ‘민들레 영토’라든가 ‘해바라기 연가’, 이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늘 괴로워했다’ 그 구절이 평생 따라오는 것 같아요.

◇ 정병진: 알겠습니다. 수녀님께 이런 시들이 많은 영감을 주시죠?

◆ 이해인: 그렇죠. 윤동주의 시나 타고르의 시, 이런 아름다운 시들, 중학교 때 읽었던 시들이 평생 가는 것 같아요.

◇ 정병진: 손 편지도 자주 쓰시고 받으시던데요. 손 편지를 쓰는 건 어떤 면에서 좋을까요?

◆ 이해인: 일단 마음이 전달되고요. 생각할 여유를 주니까요.

◇ 정병진: 그렇군요. 새해를 맞아서 수도권 투데이 청취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수녀님의 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이해인: 일단 우리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 속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복을 많이 지으라는 인사말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해서요. 복을 많이 짓고, 복을 많이 받는 한 해 되시라고 인사드리고 싶고요. 제가 쓴 시 구절에서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 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게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 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시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정병진: 네, 감사합니다.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서 이 아침 시간에 참 마음이 따뜻해지고 차분해지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정말 말씀 잘 해주셨고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해인: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이해인 수녀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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