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소통으로 치유한 '이야기꾼' 박완서

고통을 소통으로 치유한 '이야기꾼' 박완서

2011.01.22. 오후 9: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박완서 작가는 나이 40에 소설가로 데뷔해 40년 동안 전쟁과 개인사의 아픔을 끊임없이 글로 풀어냈습니다.

특히 중산층과 노년의 삶을 다룬 문학으로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개성 외곽에서 태어난 박완서 씨는 6.25때 오빠를 잃는 등 현대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데뷔작 '나목', '엄마의 말뚝' 등을 통해 그 아픔을 글로 담아냈습니다.

[녹취:박완서, 소설가 (지난해 여름)]
"사회적인 변동, 국가의 운명 그런 것이 우리의 개인 생활을 깊숙히 파괴하기도 하고 침해해 들어오기도 하고 그러니까 항상 사회적인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죠."

고인의 큰 업적은 7,80년대 민중민족문학과 모더니즘으로 양분된 문학계에서 간과됐던 중산층의 삶을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등은 중산층 가정을 무대로 우리 사회의 내면적 변화를 그려냈습니다.

[녹취:최원식, 인하대 인문학부 교수·문학평론가]
"중산층의 꿈과 중산층의 속물성까지도 예리하게 파해친 그것이 바로 이 분의 작품세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와 남편, 아들의 죽음 등 개인적인 아픔이 많았던 고인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등 제목만 봐도 따뜻함을 주는 글을 많이 썼습니다.

나이 40에 등단해 일흔이 넘어서도 살아있는 문장력으로 '친절한 복희씨' 등 인기작을 펴내며 우리 문단에서는 귀한 '노년문학'을 남겼습니다.

고인은 경기도 구리 자택에서 마당을 가꾸며 말년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8월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는 '부드럽고 따순 흙으로 몸이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며 달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녹취:박완서, 소설가 (지난해 여름)]
"(저 세상이) 아무것도 없는 허무라해도 내 남편이나 엄마, 아들이 가 있는 데라면 내가 그 허무 속에 쑥 빨려들어간다 해도 굉장히 평화를 느낍니다."

고인은 40년 동안 끊임없이 글로 자신과 독자들의 고통을 치유해온 천상 이야기꾼이었습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