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뭐길래?...트럼프·美 과학계 정면 충돌

코로나19 백신이 뭐길래?...트럼프·美 과학계 정면 충돌

2020.03.13. 오전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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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감염병 전문가 "백신 개발 최소 18개월 걸려"
안전성과 효능 검증하려면 최소한의 기간 필요
트럼프, 11월 대선 전 백신 개발 강하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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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과학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독촉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해묵은 과학 경시 풍조가 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성규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19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제약기업 CEO가 만난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 배석한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인체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려면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앤서니 파우치 / 美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 : 대통령이 물어본 것은 언제 백신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는 제약사들이 아무리 빨리해도 최소한 1년에서 1년 반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11월 대선 전에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미국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이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학계를 존중하는 방법부터 배우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3년 전 백신 무용론을 공개 언급한 사실까지 들춰내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 신봉자가 됐다고 비아냥거렸습니다.

미 과학계의 이 같은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경시 풍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먼저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반이민 정책이 해외 우수 과학 인재의 미국 유입을 막는다는 것이 미 과학계의 시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 앞으로 이민자는 (영주권) 승인 전에 영어를 배우고 시험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년간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립보건원 등 과학 관련 예산을 줄곧 삭감해왔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해왔던 미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의 백악관 초청 행사를 생략한 것도 미국 과학계의 감정을 건드렸습니다.

결국, 코로나19를 막지 못하면 재선 가도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미 과학계의 신뢰도 다시 얻어야 하는 이중의 악재를 안게 됐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sklee9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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