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천연 핫팩, 함박눈? 눈오는 날 덜 추운 이유

[과학을 품은 뉴스] 천연 핫팩, 함박눈? 눈오는 날 덜 추운 이유

2019.12.10.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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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천연 핫팩, 함박눈? 눈오는 날 덜 추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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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천연 핫팩, 함박눈? 눈오는 날 덜 추운 이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려운 과학은 빠이빠이. 사는데 쓸모 없다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요. 알고 보니, 눈이 오는 것. 환경 오염 문제, 그리고... 우리가 라디오를 듣는 것도, 모두 다 과학이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 볼까요?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이하 이동은) : 얼마 전 서울에도 첫눈이 내렸죠. 겨울이 되면 눈 오길 기다리는 분들 많은데요, 조현지 아나운서도 눈 좋아하시나요?

조현지 : 눈은, 특히나 첫눈은 매년 기다려지고 설레는 것 같아요.

이동은 : 저는 사실 워낙 잘 넘어지거든요. 눈이 오면 길이 얼어서 잘 걷지를 못하게 되니까 이제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조현지 : 이렇게 눈 얘길 하시는 건 여기에 담긴 과학이 있다는 거죠?

이동은 :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통 눈이 내리면 날씨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하잖아요. 실제로도 눈 오는 날 기온이 높은 걸 알 수 있는데요, 그 이유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조현지 : 맞아요. 눈이 오면 평소보다 훨씬 덜 춥거든요. 왜 그런 건가요?

이동은 : 우선 눈의 원리를 보면 비처럼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들이 온도가 낮아지면서 얼음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여기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덩치가 커지고요, 한계치를 넘으면 떨어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때 물이 얼기 위해서는 온도가 낮아져야 합니다. 그러면 열을 밖으로 배출해야겠죠. 그래서 수증기나 물이 눈으로 변하면서 그 자체는 차가워지고, 얼면서 소모되는 열에너지 때문에 주변 온도는 올라가는 겁니다. 보통 1g의 눈이 만들어질 때 8kcal 정도의 열에너지가 발생한다고 하니까요, 눈이 오는 날 기온이 더 올라가게 되는 거죠. 거기다가 눈송이 커질수록 날씨는 따뜻해지는데요, 눈송이가 크면 그만큼 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배출하는 열에너지도 많아지게 되는 거죠.

조현지 : 눈이 올 때 오히려 에너지를 내뿜으니까 주변 온도가 올라가는 거네요. 단순히 기상 현상인 줄 알았는데 과학 원리가 담겨있었네요.

이동은 : 네, 정확히 말하자면 에너지 보존 법칙 때문인데요, 이 정도 과학 원리는 많이들 기억하실 것 같아요. 에너지는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고 열이나 전기, 빛 이런 식으로 형태만 바뀌면서 총량이 일정하다는 법칙입니다. 우리가 겨울에 손이 시리면 마구 비벼서 열을 내잖아요, 대표적인 에너지 보존 법칙의 응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마찰에 의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앞서 얘기한 것처럼 물이 눈으로 변할 때 에너지가 없어지지 않고 열에너지로 배출되면서 주변 온도를 높이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에스키모인들의 이글루인데요, 눈이 녹았다 어는 과정에서 열이 방출된다는 걸 이용하는 거죠. 그래서 이글루에 수시로 물을 뿌린 뒤에 이때 발생하는 열로 따뜻함을 유지합니다. 또 이글루를 만드는 얼음은 녹지 않은 눈으로 만들어서 공기를 많이 품고 있거든요. 이런 공기가 내부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기 때문에 온기가 오래간다고 합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그럼 따뜻한 날 눈이 오는 게 아니라 눈이 와서 따뜻해지는 거라고 봐야 하는 거네요?

이동은 : 사실은 둘 다라고 봐야 하는데요, 기후적인 조건을 보면 사실 덜 추운 날 눈이 오는 것도 맞습니다. 눈은 비와 마찬가지로 저기압일 때 발생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겨울 같은 경우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위치할 때 더 춥습니다. 또 이렇게 대륙성 고기압이 영향을 줄 때는 건조하고 날씨가 맑죠. 그렇지만 저기압이 위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아지고 날이 흐리게 됩니다. 보통 고기압과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데요, 주로 남서쪽이나 서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 눈이 오기 때문에 대륙성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보다는 덜 추운 거죠.

조현지 : 듣고 보니까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할 때 눈이 오기도 하고 또 눈이 내뿜는 에너지 때문에 더 따뜻해진다는 거네요.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원인이 동시에 영향을 주면서 눈 오는 날 덜 춥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동은 : 네, 그렇죠. 여기에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복사냉각이라는 게 영향을 또 줍니다. 복사냉각이라는 건 쉽게 말해서 대기와 지표면이 냉각되는 현상인데요, 조금 어렵죠? 설명해 드리자면, 눈이 내리면 보통 구름이 많은데요, 그러면 이 구름이 이불처럼 대기권을 덮어주기 때문에 지표면에 있던 열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그 안에 열이 머물게 되는 거죠. 하지만 맑은 날에는 이런 방어막이 없기 때문에 지표면이 내뿜는 열이 대기권 밖으로 다 사라져 버리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눈이 오는 흐린 날 더 따뜻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조현지 : 듣고 보니까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정말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제 눈이 오면 아, 오늘은 따뜻하겠구나 하면서 이동은 기자가 알려준 과학 원리를 다시 한번 떠올릴 것 같아요. 이번에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이동은 : 지난주에 아마 많은 분이 접하신 소식일 텐데요, 다시 한번 짚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한강에서 높은 농도의 리튬이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어요. 들어보셨나요?

조현지 : 저도 그 기사를 접하고 놀랐는데요, 리튬은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배터리에 쓰이는 물질이잖아요?

이동은 : 맞습니다. 리튬은 중금속이 아니라 경금속으로 분류되는 물질인데요, 가볍고 또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어서 최근 활용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같은 소형 전자기기에 많이 쓰이고요, 최근에는 전기차에 리튬 배터리가 활용되면서 특히나 활용도도 높아지고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현지 : 그런데 어쨌든 금속 물질인데 이게 한강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는 건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연구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동은 : 네, 이번 연구는 남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요, 북한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6곳과 남한강 7곳 그리고 한강 4곳의 물을 떠서 그 물을 분석한 겁니다. 우선 북한강이나 남한강의 경우는 리튬 농도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강이 만나서 한강으로 합류하면 그때부터 리튬 농도가 높아진 거죠. 연구팀이 조사한 곳이 한강 상류인 팔당댐부터 영동대교, 가양대교, 그리고 하류에 있는 행주대교 인근 이렇게 4곳인데요, 리튬 농도가 팔당댐을 지날 때까지는 낮았다가 하류로 갈수록 점점 높아져서 행주대교 인근에서는 무려 6배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러니까 도심으로 들어온 강물이 서울을 가로지르는 동안 리튬 농도가 점점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조현지 : 그런데 한강은 서울이나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이잖아요.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이동은 : 그래서 서울 시내 네 곳의 수돗물도 한번 분석을 해봤는데요, 상류에 가까운 서울 동대문구부터 종로구, 서대문구, 그리고 하류 지점인 김포공항 수돗물까지 확인을 해봤습니다. 리튬 농도는 한강에서 조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상류보다 하류로 갈수록 높아졌는데요, 사실 이 경우는 정확한 취수장을 기준으로 한 건 아니고요, 강물의 흐름을 따라서 대략 상류부터 하류까지 지점을 정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조현지 : 그럼 이 리튬이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동은 : 우리가 사실 생활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리튬은 대부분 앞서 말한 배터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려진 배터리에서 나온 물질이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보면 되는데요, 또 한 가지가 바로 약물입니다. 리튬이 흔히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의 대표적인 치료제인데요, 연구팀이 동위원소 분석을 한 번 해봤더니 실제로 배터리라든가 약물에서 나온 리튬이 한강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 거죠.

조현지 : 그러니까 결국은 사람이 버린 리튬 성분이 걸러지지 않고 한강으로 유입됐다는 건데요, 약물로도 쓰인다면 리튬이 건강에는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은 건가요?

이동은 : 아직 리튬이 어떤 경로로 인체에 영향을 준다, 이런 과정은 사실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리튬을 양극성 장애 치료제로 쓰는 경우도 부작용은 있다고 하거든요, 대표적인 게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라든가 부정맥과 같이 심장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경우인데요, 하지만 다른 약물보다 리튬의 효과가 훨씬 더 좋아서 대표적인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리튬이 물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약물을 기준으로 연구했던 거고요, 물에 들어있다면 당연히 희석되면서 리튬 농도가 크게 낮아지게 되겠죠. 문제는 리튬의 경우 완전히 걸러낼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는 건데요, 만약에 건강한 사람이라도 수돗물을 통해서 리튬을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어떤 영향을 받는지, 또 이런 소량의 리튬이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현지 : 리튬 자체는 우리 인간에게 긍정적인 물질은 아니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인데요. 요것도 앞으로 연구를 지켜봐야겠네요.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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