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의 기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참고 하세요.

'82년생 김지영' 열풍, 영화 속 성 역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Posted : 2019-11-05 15:21
'82년생 김지영' 열풍, 영화 속 성 역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82년생 김지영' 열풍, 영화 속 성 역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학교 다닐 때, 평균대 위를 걸어본 적, 한 번쯤 있으시죠?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잠시 딴생각이라도 하게 되면, 떨어지게 되는데요. 지금 제 옆에 계신 이 분은, 과학적인 시선으로 앞만 보고, 평균대 위를 사뿐사뿐 잘 걸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과학적으로 시작해볼까요?
매주 화요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이 기자, 어서 오세요. 한주 만에 다시 만나네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어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이하 이혜리) : 네, 평소와 다름없이 일도 하고요. 요즘은 운동에 빠져서 운동 열심히 하고 있고요. 신랑이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영화를 두 세 편 본 것 같아요.

조현지 : 그중에서 재밌게 본 영화는 뭐예요?

이혜리 : 최근 본 것 중에서는 ‘조커’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보는 내내 마음이 무척 무겁고, 보는 것 자체가 좀 버겁게 느껴지긴 했는데, 큰 울림이 있더라고요. 현지 아나운서는 혹시 최근에 어떤 영화 보셨나요?

조현지 : 제가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봐서 ‘조커’는 보지 못했고요. 요즘 장안의 화제작인 ‘82년생 김지영’을 봤습니다.

이혜리 : 이렇게 저희가 영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오늘 제가 이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영화 관련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최근 가을 극장가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이 영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방금 말씀하신 ‘82년생 김지영’인데요. 이 영화는 작품 자체로도 크게 주목받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페미니즘 담론을 확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조현지 : 맞습니다. 영화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성별 논쟁이 빚어지기도 하잖아요.

이혜리 : 맞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게 됐다는 점에서 영화의 값어치는 충분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자세한 이야기 나누기 전에, 누구나 한 편쯤은 인생 영화를 가지고 있잖아요. 현지 아나운서의 ‘인생 영화’가 궁금하네요.

조현지 : 저는 인생 영화 하면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올라요.

이혜리 : 저는 ‘타이타닉’ 인생 영화이고요. ‘노트북’도 좋고, ‘냉정과 열정 사이’도 좋고요… 근작인 ‘기생충’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영화 속 주인공이 대다수 남성이거나, 남성 중심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이런 편향성이 나타났던 건데요. 이번에 영화와 관련한 분석 내용을 봐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현지 : 아, 그럼 이게 수치로 확인됐다는 거죠? 어떻게 나타난 건가요?

'82년생 김지영' 열풍, 영화 속 성 역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이혜리 : 네, 연구팀은 우선, 2017년과 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 40편을 대상으로 분석했고요, 감정적인 다양성, 그러니까 영화 속 캐릭터가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느냐를 분석했을 때, 여성 캐릭터가 남성보다 더 획일화된 감정 표현을 보였습니다. 특히 여성 캐릭터는 슬픔이나 공포, 놀람 등의 수동적인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지만, 남성은 분노나 싫음과 같은 능동적인 감정을 더 자주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조현지 : 듣고 보니,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그런 감정들이 많이 나타났던 것도 같네요.

이혜리 : 네, 더 심각한 건 여성 캐릭터의 시간적인 점유도가 굉장히 낮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의 시간 점유도는 남성 캐릭터보다 56% 정도 낮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훨씬 적다는 거죠. 또한, 평균 연령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캐릭터가 79.1% 더 어리게 나왔습니다. 특히 지금 말씀드린 이 두 가지 특징은 할리우드 영화보다 한국 영화에서 더 두드러지게 관찰됐습니다.

조현지 : 최근 개봉작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여성들의 높아진 사회적 지위에 비해서는 아직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이 밖에도 여성 캐릭터의 경우 남성보다 안경 착용 횟수가 적었다는 점, 또 남성 캐릭터보다 실내, 가구와 같은 사물과 더 자주 등장함으로써 정적인 장면에서 자주 나타났다는 특징도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안경 착용 횟수가 적었다는 특징은 여성이 남성보다 지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빈도가 낮았던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습니다.

조현지 : 네,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보통 주연이라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연구 결과를 보니까, 감정에서부터 나이, 나오는 시간, 심지어는 어떤 사물과 함께 등장하는지 까지 분석한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알아낸 건가요?

'82년생 김지영' 열풍, 영화 속 성 역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이혜리 : 네, 연구팀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분석하기 위해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얼굴 감지 기술인데요. 이 얼굴 감지 기술을 적용하면 캐릭터의 성별, 그리고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도 금세 알 수 있고요, 또 표정 분석을 통해 캐릭터가 느끼고 있는 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사물 감지 기술을 활용해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도 확인했습니다.

조현지 : 그렇다면 첨단 기술이 문화나 예술 분석에도 활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어요.

'82년생 김지영' 열풍, 영화 속 성 역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이혜리 : 그렇습니다. 사실 영화 속 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평가하는 기존의 방식이 있긴 합니다. '벡델 테스트'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분석 방법인 건데요. 벡델 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으로, 균형적인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벡델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해야 한다거나 그 여성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벡델 테스트는 여성 캐릭터의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시각적인 묘사를 파악하기 어렵고요, 여성 캐릭터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남성 캐릭터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등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조현지 : 그러면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분석법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볼 수 있겠군요. 아무래도 최근 극장가를 관통하는 주요 코드 가운데 하나가 '페미니즘'이 아닌가 싶거든요. 연구 결과를 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요, 앞으로는 여성 캐릭터를 조금 더 능동적이고 비중 있게 다루는 영화가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이혜리 : 그렇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토이스토리4의 경우에도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모두 사랑하는데, 최근 개봉한 네 번째 시리즈에 등장한 ‘걸크러쉬 캐릭터’ ‘보’에 눈길이 많이 가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그동안 수동적인 '공주'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해온 디즈니도 최근 개봉작, 알라딘이나 '토이 스토리4' 등을 통해서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죠. 물론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해석의 차이를 보이거나, 반발하는 기류도 있긴 하지만요, 상대적으로 그동안 소외돼 온 여성 캐릭터가 재조명받고 있다는 점은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런 현상을 놓고 성별 갈등이 빚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자로서 페미니즘을 논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민감한 주제가 된 것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 결과를 낸 연구팀이 연구 결과를 내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는데요. 바로 영화라는 매체가 대중들의 잠재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현지 아나운서가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몇 편 정도의 영화를 볼 것 같나요?

조현지 : 1년에 한 다섯 번 정도 보지 않을까요?

이혜리 :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4.25회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은 그러면서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또 영화 제작자들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제작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의 성별에 한 가지 이미지만 고정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것일 수 있죠. 만약에 미래에 태어날 제 아이가 남성이라고 해서 혹은 여성이라고 해서 고정화된 이미지를 갖고 그런 것에 부합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면, 조금 속상할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영화 속 성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함께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단계까지 성 인지 감수성이 성숙할 수 있다면 지금 성별 간 갈등도 잦아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현지 : 네, 우리가 앞서 인생 영화 이야기도 했지만 그만큼 영화가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앞으로 개봉할 영화에서는 성별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이 담겨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댓글등 이미지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