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은 뉴스] 해수면 낮아지는데 싱크홀까지...사해가 사라지고 있다

[과학을 품은 뉴스] 해수면 낮아지는데 싱크홀까지...사해가 사라지고 있다

2019.06.18.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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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해수면 낮아지는데 싱크홀까지...사해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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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해수면 낮아지는데 싱크홀까지...사해가 사라지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의 호황을 '골디락스'라고 부르는데요. 우주에서는 이를 빗대, 온도가 적절하고 물이 있어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만한 지역을 '골디락스존'이라고 부른답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존', 뉴스 FM에도 있습니다.
화요일의 골디락스걸!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그녀! 이동은 기자와 함께 합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안녕하세요. 이동은 기자. 안본 새 이른 휴가를 다녀오셨다고요, 지난번에 얘기했던 번아웃 증후군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신 것 같은데요?

이동은 기자 (이하 이동은) : 네, 제가 번아웃 증후군 자가진단에서 좀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래서 잠시 휴식을 좀 가졌습니다.

조현지 : 그럼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신 건가요?

이동은 : 네, 이번에 조금 멀리 이스라엘을 다녀왔어요.

조현지 : 이스라엘이요? 흔히 종교가 있다거나 성지순례로 가는 곳인줄 알았는데 여행 다녀오신 건가요?

이동은 : 저는 딱히 종교가 있진 않은데요, 워낙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라서 이번에 다녀왔죠.

조현지 : 어떤 경험을 하신 건가요?

이동은 :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사해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제가 이번에 사해를 직접 가서 체험을 해보고 왔습니다.

조현지 : 사해라면 흔히 우리가 아는 것처럼 몸이 저절로 뜬다는 거기 말하는 거죠? 정말 되는 건가요?

이동은 : 저도 사실 처음에는 그게 정말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진짜 되더라고요. 실제로 발만 살짝 들면 그대로 수면 위에 눕는 게 가능하고요, 말 그대로 몇 시간이고 둥둥 떠 있을 수 있을 만큼 부력이 굉장히 센데요, 억지로 가라앉으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을 정도더라고요.

조현지 : 그게 실제로 된다니 신기하네요.

이동은 : 네, 그래서 재미있는 게 사해에도 안전요원이 있는데요, 물에 빠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을 구조하는 게 아니라 눈에 바닷물이 들어가거나 모르고 마셨을 경우에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더라고요.

조현지 :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물에 뜰 정도면 염분이 얼마나 높은 건가요?

이동은 : 보통 바닷물의 평균 농도를 3.5% 정도로 보는데요, 사해 염분 농도는 26% 정도에서 많게는 33%까지 된다고 하니까요, 거의 7~8배에서 10배까지 높다고 볼 수 있겠죠. 사해는 사실 바다가 아니라 물이 고여 있는 커다란 호수라고 봐야 하는데요, 수면이 바다의 평균 높이, 그러니까 해수면보다 350m 이상 낮습니다. 그래서 물이 계속 들어오지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는 거죠. 거기다 건조한 기후 때문에 유입된 물의 양 만큼 증발이 일어나면서 많은 염분이 남아있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바닷물이지만 좀 더 밀도가 느껴지고요, 밖에 나와서 말려도 끈적함보다는 미끈한 기름 느낌이 남아있더라고요.

조현지 : 정말 신기하긴 하네요. 그래서 생물도 살지 못한다, 그런 뜻으로 사해라고 부르는 건가 봐요.

이동은 : 그렇죠. 물고기 같은 생물들은 염분 때문에 엄청난 삼투압 현상을 겪게 되면서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람도 사해에 들어가 있으면 삼투압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수분이 부족하다거나 갈증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물속에 오래 들어가 있는 건 위험하다고 하네요. 또 사해의 물이 피부에 좋다고 알려졌는데요, 피부병을 일으키는 세균들도 여기서는 살 수 없다고 해서 치료 효과를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사해에는 30가지가 넘는 미네랄이 들어 있는데요. 이 성분들이 피부 건강에 좋다고 해서 화장품이나 세안 제품을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고 있고요. 사해에서 나오는 머드도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동은 : 제가 거기 가서 또 한가지 놀랐던 게, 바로 아주 작은 벌레 때문인데요. 초파리보다 조금 큰 날벌레가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몸에도 계속 붙어서 좀 충격적이었는데, 이 벌레도 사해에 들어있는 특정 미네랄 성분을 먹고 살기 때문에 그 주변에만 집중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현지 : 그렇군요. 전혀 생물의 흔적이 없을 것 같은데 사해 때문에 사는 그런 벌레도 있네요.

이동은 : 네, 실제로 연구를 보면 사해에 적응해서 살던 고생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산소나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주변 미생물의 사체를 먹으며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해에 생물이 살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과학적으로는 이런 극한 환경에 생명체가 적응해서 살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현지 : 사해처럼 엄청난 염분이 들어있는 바다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인데요,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사실들도 많이 있네요. 그런데 이렇게 보통 바닷물보다 짠 호수가 사해뿐만이 아니라고요?

이동은 : 맞습니다. 사실 사해가 세상에서 가장 짠 호수는 아닙니다. 기네스 세계 기록을 기준으로 보면요, 지구상에서 가장 짠 호수는 에티오피아 사막에 있는 달롤 화산지대의 호수인데요. 2005년 지진 이후 생긴 이 작은 호수는 표면온도가 50도에 달합니다. 거기에 염도는 43%가 넘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사해보다 10% 이상 높은 거죠.

조현지 : 그렇군요. 근데 작은 호수라면 아무래도 좀 더 염분이 높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사해랑 비교할 수 있을까 싶은데요?

이동은 :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런데 이곳이 아니라도 사해보다 염도가 높은 곳은 또 있습니다. 세네갈에 있는 레트바 호수라는 곳은 핑크색의 아주 예쁜 물빛으로 유명한데요. 아마 SNS에서 사진으로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딸기우유 색이거든요. 물론 사해보다는 작은 면적이지만 이 호수의 경우도 염도가 40%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는 장미 빛깔을 내는 특별한 조류가 살기 때문인데요. 염도가 아주 높은 곳에서만 사는 이 조류가 옅은 제비꽃향을 풍겨서 이 호수에서 난 소금이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조현지 : 사해 말고도 세상에는 참 신기한 곳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쨌든 이동은 기자가 이번에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오셨네요.

이동은 : 저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는데요.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이 사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해로 들어오는 물의 양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해마다 평균 1m 가까이 수면이 낮아지고 있는데요. 50년 전이랑 비교하면 벌써 20m 넘게 낮아진 상태라고 합니다. 최근 사해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주변 나라들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업이 확산했는데요. 그만큼 물이 많이 필요해지니까 주변 지역에 댐과 운하를 건설하고 주요 수원지인 요르단강에서 내려오는 물을 막게 됩니다. 실제로 1960년대만 해도 13억 톤의 물이 사해로 흘러들어왔다고 하는데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2억 9천만 톤 정도로 거의 4분의 1 이상 줄어들었죠. 여기에 주변 광산 업체가 사해에서 끌어다 쓰는 물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런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사해가 사라지고 소금밭이 될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현지 : 2050년이면 아주 먼 얘기도 아닌데 물이 다 사라질 수 있다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네요.

이동은 : 또 다른 문제는 사해 주변에 생기는 싱크홀인데요. 수면이 내려가면서 빗물이나 하천에서 스며든 담수가 땅속에 숨은 소금층을 녹여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싱크홀이란 게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른다는 거잖아요. 실제로 제가 갔을 때 10년 전에 생긴 싱크홀을 볼 수 있었데요. 당시 리조트 건물 한 채가 그 안에 빠졌는데 그 상태 그대로 남아있더라고요. 우기인 겨울이 되면 이렇게 싱크홀이 자주 생기는데 도로가 무너지기도 하고요, 주변 해수욕장이나 캠핑장이 폐쇄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싱크홀이 워낙 많이 생기니까 정부에서도 꾸준히 이 지역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에서는 사람을 대피시키고 최대한 인명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하네요.

조현지 : 저는 아직 못 가봤는데 사라질 수 있다니까 너무 아쉬운데요. 이걸 막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이동은 : 그래서 사해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남쪽에 있는 홍해에서 사해까지 운하를 건설하려고 하는데요. 홍해의 물을 끌어들여서 사해의 수면 높이를 올리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운하가 통과하는 지역이 지진대이고요. 또 홍해의 물이 들어오면 사해에 조류가 번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지금은 이 방법밖에는 없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운하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중이죠.

조현지 : 대책이 인위적으로 물을 끌어오는 방법이라니, 왠지 과연 최선인 걸까 싶기도 한데요. 괜히 조금 씁쓸하네요.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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