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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은 뉴스] 내가 '랜선집사'인 이유는 '유전자' 때문
[과학을 품은 뉴스] 내가 '랜선집사'인 이유는 '유전자' 때문
Posted : 2019-05-28 14:13
[과학을 품은 뉴스] 내가 '랜선집사'인 이유는 '유전자' 때문5/28 (화) 뉴스FM, 조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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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내가 '랜선집사'인 이유는 '유전자' 때문




'과학적'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싶을 때 사람들은 법칙이라는 말을 거론한답니다.
생존의 법칙! 게임의 법칙! 머피의 법칙!
그리고 우리는, 이미 과학적이지만 더 격렬하게 과학적이고 싶은 그녀와의 시간을 이렇게 부릅니다.
‘혜리의 법칙!’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이번 주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 할게요.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 안녕하세요. 이 기자, 벌써 5월의 마지막 화요일이에요.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요. 올 여름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 됩니다. 여름의 기운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여름’ 하면 휴가를 빼놓을 수 없고요, 휴가 많이 떠나시는 곳으로는 바닷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준비해 오신 이야기도 바다와 관련된 내용이네요.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이하 이혜리) : 네. 그렇습니다. 아직 휴가 이야기를 꺼내기 좀 이른 감이 없진 않은데요. 주말까지 너무 더웠잖아요. 빨리 찾아온 더위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 시원한 바다 속 이야기 준비해 봤습니다. 시원하긴 한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조현지 : 어떤 내용인데 그러시는 거죠?

이혜리 : 네, 얼마 전에 미국의 한 심해 탐험가가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바다 속을 탐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탐험가는 전직 미국 해군 장교이자 심해 탐험가로 알려진 '빅터 베스코보'라는 인물이고요. 무려 수심 만 928m, 그러니까 약 11km 깊이의 심해를 탐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현지 : 수심 11km라…, 상상이 잘 안 가는 깊이네요.

이혜리 : 네, 그렇죠. 이 기록은 미국 해군이 1960년에 세운 최고 기록보다 16m 더 내려간 건데요. 이번에 탐사를 한 지점인 해저 11km는 에베레스트 산을 거꾸로 한 것보다 더 내려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지구 대기의 성층권에 해당하는 깊이까지 들어간 거죠.

조현지 : 정말 엄청난 깊이네요. 이렇게 깊은 바다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데요.

이혜리 : 네, 베스코보가 탐험한 지점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의 해저입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괌에 인접해 있는 곳으로 태평양판이 필리핀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평균 수심이 무려 7,000~8,000m나 되는데, 전 세계 평균 수심이 4천 미터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거죠.

조현지 : 그 정도로 깊은 바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네요.

이혜리 : 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보다 훨씬 어둡습니다. 깊어진 수심만큼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어두운 바다 속에서 심해 탐험가 베스코보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4종류의 생물 종을 보고했습니다. 뱀장어류로 보이는 물고기들과 새우를 닮은 갑각류도 찾아냈습니다.

조현지 : 정말 놀랍네요. 그런데 이 기자가 앞서 이번 탐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씁쓸해 진다고 했어요. 어떤 이유 때문이죠?

이혜리 : 네, 이렇게 깊은 바다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지구의 가장 깊은 바다에서 플라스틱 봉투와 사탕 포장지를 관찰한 겁니다. 이렇게 깊은 바다에도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면 전 세계 바다가 얼마나 오염됐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UN은 현재 전 세계 해양에 지금까지 약 1억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 청취자 분들께서도 최근 뉴스를 통해서 뱃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찬 채 발견된, 고래라든지 빨대가 꽂힌 채 발견된 바닥 거북이라든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경종을 울리는 사례를 접하신 적이 있을 거예요. 이번 탐사를 통해서 더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늦춰선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현지 : 이번 탐사를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확인한 만큼 관련 연구도 더 활발해 졌으면 좋겠어요. 바다 깊은 곳은 어떤 모습인지, 우주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거고, 저 역시도 참 호기심이 많이 생기는 분야였는데 오늘 조금 안타까운 결과를 접하긴 했지만 심해 탐사는 흥미로운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일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드네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심해로 내려갈수록 이번 탐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생물을 만나게 되는데요.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해양 표면적을 기준으로 1km²당 새로운 심해 생물 한 종을 발견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구 전체 해양 표면적이 약 1억7천만km²임을 고려하면 전체 바다에는 3억 종이 넘는 심해 생물이 사는 건데요. 이 가운데 확인된 생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 가능성은 무궁무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해양 생물자원을 찾는다는 건 일차적으로는 신약 개발 과정 등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재료를 찾기 위한 것일 수 있고요. 그리고 환경 변화에 대해 생물이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지, 생태 연구로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심해저 탐사에 나서고 있고요.

조현지 : 심해에는 보물찾기 하듯, 소중한 자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혜리 : 맞습니다. 깊은 바다는 과학자들에게는 소중한 연구 소재를 제공하고요.
때로는 예술가에겐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심해 탐사에 몰두한 영화감독으로도 잘 알려진, 정말 너~무 유명한 감독, 영화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심해 탐사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그의 기록은 만 908㎞, 거의 이번 신기록과 비슷하죠. 약 11km 심해를 탐험한 건데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심해를 우주에 비유했는데요. 그의 작품을 보면 바다 속 신비한 세계가 그에게 어떤 영감을 줬는지 짐작이 갑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사실 우리 여행 가서 ‘스노클링’만 해도 얼마나 신기해요. 깊은 바다의 신비함, 그리고 그만큼 또 자연의 소중함, 이런 것들이 느껴지네요. 이 기자, 가만히 보면 자연을 사랑하는 그런 분이신 거 같아요. 자연을 사랑하시는 분이 반려 동물은 또 무서워하시잖아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사진으로 혹은 멀리서 보면 너무 귀엽긴 한데 가까이서 마주친다거나 하면 무서워서 도망가요. 저.

이혜리 : 정말 저랑 똑같으시네요. 혹시 어릴 때 강아지나 고양이에 얽힌 안 좋은 추억이 있었던 건가요?

조현지 : 딱히 뭐 물리거나 그런 건 없는데 짖거나 고양이가 할퀴는 그런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이혜리 : 저는 어릴 때 저희 집 주변에 굉장히 활발한 푸들이 있었어요. 어쩌면 지금 생각해보면 그 푸들은 제가 반가워서 막 저한테 달려들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그게 너무 무서웠거든요. 그 이후부터는 강아지 근처에도 못가요. 어릴 때 경험이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사례죠.

조현지 : 그러니까요. 요즘은 ‘집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아지, 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막상 키우면 정말 정도 많이 들 것 같고 한데, 용기가 안 나네요.

이혜리 : 맞아요. 제가 개를 너무 무서워 하니까, 때로는 개, 고양이와 주인들한테 죄송스러울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현지 아나운서와 저를 위한 연구 결과를 가져왔는데요. 이렇게 우리가 개를 무서워하는 건, 유전자 때문이라는 거죠.

조현지 : 과거의 경험보다는 유전자 문제라는 거군요. 궁금한데요.

이혜리 : 네, 개를 기른다는 건 지금까지는 어릴 때 집에서 개를 기른 경험이 있으면 쉽게 말해 커서도 개를 기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일반적인 과학적 이론이었는데요. 이런 정설을 어떻게 보면 뒤집는 결과인데요. 우선 연구를 진행한 건, 스웨덴 연구팀입니다. 연구팀은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50%만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 3만 5,035쌍을 대상으로 개를 기르는 비율을 비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가 똑같이 개를 기를 비율이 이란성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 겁니다. 어릴 때 개를 길러본 사람이 청년기에 개를 기르는 확률이 높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경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개를 기른 부모라면 자녀에게도 그런 유전자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결국 자녀가 커서 개를 기르게 된다는 거죠.

조현지 : 그니까 개를 좋아하고, 기르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 뭐 이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좀 색다른 접근이네요.

이혜리 : 그렇습니다. 개는 오랜 시간 사람과 함께 해온 대표적인 동물인데 원래는 늑대가 개로 진화해서 지금의 이렇게 친근한 동물이 된 거거든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개와 사람의 오랜 관계를 설명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수많은 동물 가운데 아주 오랜 시간 가축으로써 사람이 개를 선택했던 것이 인간에게서 어떤 특정 유전적 변이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건데요. 이 연구에서 아쉬운 점은 그럼 과연 어떤 유전자가 개를 기르도록 하는지는, 혹은 저희처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만드는지는 정확하게 밝히진 못했다는 겁니다. 다만, 여러 유전자가 이런 현상에 관여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습니다.

조현지 : 그래요, 제가 개를 무서워했던 건 제 유전자 때문이었어요.

이혜리 : 저도 이 연구 내용을 보고 생각해보니까, 저희 부모님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으셨거든요. 바로 그런 유전자를 제가 받은 게 아닌가, 이렇게 또 유전자 탓을 하며 마무리해 봅니다. 씁쓸한 말이지만 사실 유전자를 이긴다는 건, 사실 과학적으로는 되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조현지 : 그렇군요. 특별한 계기가 생기진 않는 한 저도 영상으로 강아지, 고양이를 사랑하는 ‘랜선 집사’ 활동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재밌는 연구였네요.

이혜리 : 멀리서 보는 걸로 해야겠어요.

조현지 : 오늘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와주셨어요.

이혜리 : 공통점이 있는 주제를 가지고 오니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조현지 : 그러게요.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YTN 사이언스 이혜리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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