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증 환자의 심리는?

노출증 환자의 심리는?

2018.10.24.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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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신체를 노출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을 본 적 있으시죠?

상대가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가질 때 오히려 성적 쾌감을 얻는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노출증 환자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앵커]
최근 여대 강의실, 초등학교 주변에서 이런 음란행위를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혹시 황보혜경 앵커는 이런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본 적은 없고 소문만 들었어요. 오세혁 앵커는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런 행위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소문이 많군요.

[앵커]
그런데 이게 웃어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교수님도 기사 보셨죠?

[인터뷰]
네, 기사 봤습니다.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잖아요.

실제 사건이 발생했던 여대에서는 범행 장소에 대해서 전부 소독을 실시했고요.

외부인, 특히 남성의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죠.

초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주의 당부를 하는 상황인데,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상황이거든요.

대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저희는 못 봤다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여대 알몸남 사건 이후 비슷한 사건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출증 환자들이 매년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실제 피해 상황은 어떤가요?

[인터뷰]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니까 놀라운데요.

공공장소에서 신체 특정 부위를 노출하는 '공연음란죄'라고 하거든요.

검거된 사람의 수를 보니까 지난 5년간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2013년 1,471건에서 지난해에는 2,989건, 거의 3,000건이 발생했는데요.

공연음란죄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거든요.

다만 폭력이나 협박이 동반되지 않았을 때는 강제추행죄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앵커]
자료를 보니까 1년에 3,000여 건이라고 하면 하루에 8건 정도 발생하는 건데, 이런 노출 행위를 '노출증'이라고 규정지은 건 언제부터일까요?

[인터뷰]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샤를 라세느(Charles Lasègue)가 1877년, 상당히 오래됐죠?

이때 이미 노출증이 정신장애의 일종이라고 진단했었는데요.

사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 흥분을 위해 노출을 하는 행동과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 것이 특징인데요.

특히 이성에게 성기를 노출해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고 그럴 때 자신이 오히려 즐기는 것은 일명 '바바리 맨'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저희가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보면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하고 아까 말씀드린 노출을 하면서 환상이나 쾌감을 느끼고, 이런 정도가 지속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여대에 출몰해 논란을 준 그 남성은 음란행위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행위를 촬영해 SNS에 올렸잖아요.

이를 두고'신종 바바리 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음란행위를 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사실 이 사람은 반년 넘게 노출한 걸 여러 장소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고 합니다.

이런 성적 일탈이 순간적인 것은 아니고 상당 시간 동안 지속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거든요.

온라인에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인데요.

이런 걸 보통 그들이 말하는 용어에 따르면 야외노출을 한다, 그게 공유되고 왜곡된 SNS 문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노출하게 되면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게 되잖아요.

그러면 그들은 마치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는 거죠.

사실 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느끼는 변태적인 착각이 동반된 행동이잖아요. 이게 잘 안 고쳐져요.

[앵커]
그런데 이게 문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거네요.

[인터뷰]
네, SNS상에서요.

[앵커]
앞서 자료를 봤지만, 웃지 못할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렇게 변태적으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인터뷰]
일종의 성도착증입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런 환자들 같은 경우 자신의 성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기가 거세되는 공포에서 벗어난다고 해요.

일종에 거세공포, 거세 불안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것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반응인 셈인데요.

그렇게 하면서 마치 이성을 정복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 특히 남성 노출증 환자의 경우 여성에게 모욕, 무시를 당했다고 느꼈을 때 성기를 노출함으로써 여성에게 복수했다고 느낌을 가지게 되고, 남성적 주체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그런 시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상당히 허무하고 외롭고, 무기력한 것들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 같은 경우는 무언가를 보상받기 위해 자신이 노출하면서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이렇게 왜곡된 성 의식을 갖게 된 대에는 분명히 배경이나 원인이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고 계시는가요?

[인터뷰]
개인마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 않습니까, 평소에 이성을 대할 때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거나 이성에게 열등의식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은데, 자신의 성적인 역할에 대해 미숙한 경우가 되겠고요.

또 하나는 대인관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뭔가 어떤 것을 탈피하기 위한 건데 상당히 역기능적이고 부정적인 대처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성장하는 단계에서, 어린 시절에 성과 관련한 모욕감을 느꼈거나 상처가 있어서 극복하는데 잘못 나타나는 방식인 거죠.

[앵커]
이런 다양한 원인이 있군요.

그런데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하고 더 큰 자극, 그리고 중독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중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이 이야기하는 도박 중독이나 해외의 마약 중독과 조금 다른 건 뭐냐면 그런 걸(마약, 도박) 하게 되면 상당히 피폐해지고 주관적으로 불편해지잖아요.

[앵커]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고요.

[인터뷰]
그렇죠.
그런데 노출증 같은 경우에는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주관적인 불편감이 높지 않은 상태인 건데요.

이걸 어떻게 생각하냐면 법적으로 문제만 안 되면 크게 문제없지 않겠냐는 안일한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치료하러 잘 안 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노출증이 지속하면 할수록 일상을 파괴하거든요.

그래서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의 늪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래서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저는 걱정되는 부분이 이런 노출증이 반복되면 직접적인 성범죄로까지 이어질까 봐 이 부분이 좀 우려스럽더라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현재 보일 때 '비 접촉성 성범죄'라고 하거든요.

[앵커]
접촉하지는 않으니까요.

[인터뷰]
그렇죠, 신체가 접촉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1, 2년 단위로 넘어간다면 더 격렬한 자극으로 넘어갈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이제 흔히 말하는 '접촉성 성범죄'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처럼 적극적으로 질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하는 거죠.

[앵커]
그럼 이런 노출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일단 노출증이 질환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거죠.

이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노출을 계속하게 되면 자신의 영적 세계가 망가지게 되고요.

건전한, 정상적인 성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도 상당한 방해가 됩니다.

노출을 보게 되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충격이잖아요.

이걸 인식해야 하고요. 이건 질환입니다.

두 번째는 이게 스트레스와 상당히 관련 있습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못 하기 때문에 뭔가 변태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본인이 현재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대처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고요.

마지막으로 습관적인 노출증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개인 혼자의 힘으로 해결이 안 됩니다.

이럴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치료받아야 하는데요.

연구 결과를 보니까 인지행동치료, 집단치료, 약물치료 등에 상당히 잘 반응합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치료에 와야 하고, 주변 분들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리고 적발 시 처벌이 제 생각에는 좀 가볍다 보니까 범행 수법이 더 대담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더더욱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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