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비계가 정말 불쏘시개?...'홍콩 화재' 원인 두고 갑론을박

대나무 비계가 정말 불쏘시개?...'홍콩 화재' 원인 두고 갑론을박

2025.11.28. 오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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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고층아파트 화재 참사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홍콩 특유의 '대나무 비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32층짜리 아파트 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목재인 대나무를 건물 전체에 둘렀으니 화재가 삽시간에 퍼질 수밖에 없었다는 중론에 참사를 일으킨 본질은 대나무가 아니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앞서 언론들은 대나무 비계와 그물로 된 녹색 안전망이 함께 타면서 이른바 '굴뚝 효과'를 내 거센 불기둥이 치솟았다며, 이번 화재로 대나무 비계의 위험성이 부각 됐다고 일제히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불이 꺼진 뒤 현장 모습들을 보면 대나무 비계가 무너졌을지언정 완전히 타버리지는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대나무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시공사 측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계에 설치된 안전망을 불아 타기 쉬운 것을 쓴 게 참사를 키운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에는 금속 비계 도입이 활성화되지 않은 홍콩을 마치 후진국처럼 묘사하는 듯한 서방 언론들에 대한 반감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관계 당국도 이번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안전망과 아파트의 창문들을 뒤덮은 스티로폼 소재를 지목했습니다.

아울러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과 비계 위 작업자들의 잦은 흡연, 안전 점검 경고에도 시정되지 않았었다는 점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형 인명피해를 낳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도 홍콩에서 대나무 비계가 여전히 쓰이는 것은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닌 전통을 잇는 차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나무 비계가 안전을 이유로 건설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출당할 상황에 놓이자 대나무는 홍콩 건축의 정체성 중 하나라는 목소리를 지난 7월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는 현재 '대나무 비계 장인'(master)이 2천500명가량 등록돼 있을 만큼 전통문화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화재를 계기로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가 퇴출당하는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콩 행정수반은 존 리 행정장관은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27일 밝혔습니다.

이제까지 대나무 비계는 공공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단계적 퇴출이 추진돼왔습니다.



YTN 박영진 (yj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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