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악 화재 참사에 커지는 시민 분노...중국 통치력 '시험대'

홍콩 최악 화재 참사에 커지는 시민 분노...중국 통치력 '시험대'

2025.11.28. 오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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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7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아파트 화재 참사의 사상자 수가 늘어가자 안전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을 향한 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27일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습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주권이 반환된 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은 특별행정구(SAR)이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로 자치권은 약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등으로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하면서 표현·집회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도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본토의 인력과 자본이 홍콩으로 유입돼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홍콩인의 불만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대형 화재 참사로 중국 당국은 홍콩에 대한 통제는 강화했지만 정작 통치의 가장 기본인 민생안전에는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낸 격이 됐습니다.

가디언은 "70여 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화재가 베이징의 홍콩 통치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홍콩 주민 사이에서는 화재 원인과 관련해 분노가 커지고 있으며, 특히 치솟는 집값으로 재난에 취약한 밀집된 고층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홍콩의 주거 불안을 건드렸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지역 중 하나인 홍콩에서 건물 안전 시스템이 이러한 취약성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번 재난이 부패와 책임회피의 결과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고 짚었습니다.

에밀리 라우 전 홍콩 민주당 대표는 NYT에 이번 참사의 규모가 정부 감독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홍콩은 이런 곳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위법행위와 관련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홍콩 구의원 마이클 모는 "홍콩에서 민주 진영에 대한 대대적 단속으로 친민주 세력과 시민사회가 사실상 소멸한 이후 당국에 대한 견제 장치들이 사라졌고 정부를 더 효율적이고 책임 있게 만들 방법이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언론은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가 참사 수습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시 주석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과 피해 주민에게 위로를 전달하도록 지시했으며 홍콩 당국의 화재 진압과 수습 등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홍콩 정부는 아파트 보수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와 스티로폼 등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공사업체가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국이 미흡한 안전관리를 감추려고 홍콩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대나무 비계 탓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이번 화재는 중국 통치력과 그 정당성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로이터도 이번 화재 참사가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변화해 온 중국의 홍콩 장악력에 대한 주요 시험대"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대중의 분노가 건설사를 넘어 소방안전·건축물 규제 당국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YTN 박영진 (yj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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