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풀, 아르헨티나 세탁기 공장 가동 폐쇄하고 220명 해고...시장 개방으로 중국산 등에 밀려

미 월풀, 아르헨티나 세탁기 공장 가동 폐쇄하고 220명 해고...시장 개방으로 중국산 등에 밀려

2025.11.28. 오전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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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계 가전 업체 월풀이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필라르에 위치한 세탁기 공장을 가동 3년 만에 전격 폐쇄했습니다.

현지 일간 클라과 인포바에는 윌풀이 직원 220명 해고와 전면 수입·판매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3년 전인 지난 2022년 월풀은 연간 30만 대 생산·70% 브라질 수출을 목표로 760억 원을 투자해 아르헨티나에서 최신식 공장을 가동했습니다.

월풀의 필라르 공장 폐쇄는 수출 경쟁력 약화와 수입 가전의 급증 속에 사업 모델이 붕괴된 게 원인인데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부의 대대적인 시장 개방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2023년 12월에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자유시장 경제를 지향하며 관세 인하와 수입 규제 폐지, 환율 자유화 등 정책을 단행하면서 시장을 급속도로 개방했습니다.

이로 인해 브라질·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가전 수입이 폭증하며 아르헨티나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불과 1년 만에 세탁기 수입은 월 5천 대에서 8만 7천 대로, 냉장고는 만 대에서 8만 대로 폭등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철강사인 테친트의 파올로 로카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많은 기업이 계속 생산할지, 아니면 공장을 접고 수입품 유통에 집중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현지에서는 "아르헨티나 국내 생산 업체가 가격으로 도저히 수입품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월풀 입장에서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수출도 안 되고, 비용은 더 비싸며, 수입품은 더 싸지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결국, 월풀은 아르헨티나 내수 경제 침체, 수출 경쟁력 악화, 생산비 급증, 수입품과의 경쟁 심화라는 4중고를 맞이한 상황에서 필라르 공장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월풀은 애초에 필라르 공장을 남미 수출 허브로 육성해 생산의 70%를 브라질 시장에 수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브라질 법인보다 비용이 구조적으로 너무 비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현지 산업계는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동일 제품을 생산하면 브라질보다 25~30% 더 비싸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평가된 달러(dolar barato)" 현상으로 브라질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아르헨티나 제품은 역으로 가격이 비싸지는 등 환율 불안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브라질로 수출하려던 제품이 오히려 브라질산과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서 수출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지난 2003년에도 산루이스 주에 위치한 냉장고 공장을 폐쇄하고 수입 중심 모델로 전환하는 등 월풀이 아르헨티나 제조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생산 라인을 완전히 철수하고 브라질 법인 중심의 수입·판매 구조로 재편됩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르헨티나에서는 수입품 중심 시장이 지속될 것이며 과도한 비용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아르헨티나 제조업 회복은 장기 과제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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