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로 44명 사망·279명 실종...과실치사 3명 체포

홍콩 아파트 화재로 44명 사망·279명 실종...과실치사 3명 체포

2025.11.27. 오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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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콩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40명 넘게 나왔습니다.

생명이 위독한 부상자도 40여 명인 데다 실종자가 3백 명 가까이여서 인명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국제부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홍콩 아파트 화재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어제 오후에 시작된 홍콩 타이포 구역 아파트 화재로 지금까지 적어도 4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사망자가 36명이었는데 치료를 받던 중상자 가운데 숨진 주민들이 더 나왔습니다.

사망자 가운데는 불을 끄던 소방관도 포함됐습니다.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부상자도 45명에 달한다고 홍콩 소방 당국은 발표했습니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돼 실종자로 분류된 주민도 279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재 진압이 마무리 된 뒤 수색 작업이 본격화 되면 인명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파악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접수된 피해자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아파트에 난 불은 모두 진화가 됐습니까?

[기자]
현장에서는 여전히 소방차가 아파트 건물에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검게 그을린 아파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일부 층에서는 불길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불이 난 지 20시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겁니다.

화재가 시작된 건 현지 시간으로 어제 오후 3시쯤입니다.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총 8개 아파트 동 가운데 7개 동에서 불이 났고 이 가운데 4개 동은 10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3개 동에서는 진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홍콩 소방 당국은 어제 오후 6시 반쯤 화재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격상했습니다.

홍콩에서 5급 경보는 4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입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화재가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뒤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화재 원인은 파악됐습니까?

[기자]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보수 공사에 나선 작업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홍콩 경찰은 아파트 보수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의 임원 2명과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체포된 3명이 화재의 직접 원인과 관련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화재 피해가 커지면서 홍콩 당국은 관광버스를 동원해 아파트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인근 학교 건물 등이 임시 대피소로 개방됐고 약 900명이 수용됐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화재 피해가 컸던 겁니까?

[기자]
네, 무엇보다 보수 작업을 위해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나일론 보호망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쉽게 불이 붙는 소재들인 데다, 화재 당시 강풍까지 불면서 건물 외벽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 겁니다.

홍콩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는 이미 안전 문제가 지적돼 올해 초 홍콩 정부가 단계적으로 사용 금지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1996년 갈레이 빌딩 화재도 대나무 비계 때문에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각층 승강기 인근에 설치된 스티로폼도 화재를 더욱 빠르게 확산시킨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현지 당국의 발표 내용 들어보시죠.

[아이린 청 / 홍콩 경찰 북부지역본부 경무관 : 각 층 승강기 근처 창문에 스티로폼이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자재는 잘 타는 가연성 물질입니다. 이번 화재가 이렇게 빠르게 번진 원인 가운데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재 발생 이후 현장 대응도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재 초기 경보기가 먹통이어서 주민들이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겁니다.

현지 주민은 "경보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경비원이 문을 두드린 뒤에야 불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고령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대피가 늦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홍콩 특유의 '닭장 아파트' 구조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 간격이 좁아 화재가 옆 건물로 옮겨붙기 쉽고 연기가 빠져나갈 공간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홍콩 당국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의회 선거 연기를 검토한다고 밝혔고, 내일부터 예정된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엠넷 마마 어워즈 등 여러 행사도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권준기 입니다.

YTN 권준기 (j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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