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 요원은 미니언즈를 좋아해"...신분 위장 프로필에 빈번하게 사용

북한 사이버 요원들이 미국인 신원을 도용해 미국 기업에 원격 근무자로 침투하는 사례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당수가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미니언즈를 프로필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북한 IT 요원 중 다수가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에 나오는 캐릭터를 SNS 프로필 등에 사용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이들 요원을 추적하는 조사관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WSJ은 "북한인들의 슈퍼배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은 이들을 조사하는 보안 연구자들 사이에 다소 당황스럽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농담거리"라고 소개했습니다.

슈퍼배드는 악당 그루(Gru)와 그루의 수하인 미니언즈가 등장하는 유명 애니메이션로 일반 대중에는 노란색 알약처럼 생긴 캐릭터 미니언즈로 친숙합니다.

북한 위장 취업자들을 추적하던 조사관들은 처음에는 북한 요원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계정명에 'Gru'란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실제로 한 북한 요원 위장취업자는 미국의 정보기술(IT) 회사 취업을 위해 코드 공유사이트에 올린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회사 측에 알렸는데, 'Grudev325'란 계정명을 사용했습니다.

이 요원은 취업 인터뷰 과정에서 "슈퍼배드를 좋아한다"라고 소개하면서 Gru가 러시아 정보 기관이 아닌 슈퍼배드 주인공 캐릭터를 의미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Grudev325 계정을 사용한 요원은 실력 부족으로 한 달 만에 직장에서 해고됐지만, 2년 뒤엔 한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참여해 6,200만 달러를 탈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상화폐 업체 조사관은 수년간 가상화폐를 탈취한 북한의 위장 취업자 중 상당수가 미니언즈 등 슈퍼배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WSJ에 말했습니다.

개발자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의 계정명이나 텔레그램 계정 프로필 등지에 미니언즈 등 슈퍼배드 캐릭터가 빈번하게 등장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요원 추적 과정에서 미니언즈 등 슈퍼배드 캐릭터 관련한 암시가 등장하게 되면 주소를 제대로 찾았다는 신호로 여기게 됐다고 조사관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북한 요원은 위장 취업한 회사에서 슈퍼배드와 미니언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미니언 캐릭터의 이름인 '케빈'이라는 가명을 즐겨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활동명에 케빈을 사용한 한 북한 요원은 위장 취업한 회사에서 근무 시간에 슈퍼배드 등장인물을 검색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보안업체 간부는 말했습니다.

또 북한 요원들이 슈퍼배드 캐릭터를 자주 사용하는 데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슈퍼배드의 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미니언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WSJ에 말했습니다.

북한 사이버 요원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인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신원을 사칭하고 원격근무자로 위장 취업해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의 증가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주로 하위직급의 IT 직종에 집중적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는 게 미 당국과 사이버 보안기업들의 설명입니다.

실제 채용된 북한 IT 요원들은 잠재적으로 수천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앞서 WSJ은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취업한 북한 요원들은 회사의 네트워크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기업정보나 가상화폐 등을 탈취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조지아주 검찰은 최근 블록체인 업체에 원격으로 위장 취업한 뒤 가상화폐를 탈취한 북한 국적자 4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IT 인력의 위장취업을 통해 대량 살상 무기(WMD) 개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의 IT 분야 노동자들이 연간 3,300억 원에서 8천억 원의 수입을 얻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