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오인사격 경찰에 '징역 하루' 구형...유족 반발

흑인여성 오인사격 경찰에 '징역 하루' 구형...유족 반발

2025.07.18. 오전 11:2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미 법무부가 경찰의 오인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의 시민권을 침해한 혐의로 지난해 유죄 평결을 받은 전직 경찰관에 대해 징역 하루를 구형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법무부 민권국은 지난 16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전직 경찰관인 브렛 핸키슨에 대해 "(그는) 테일러를 쏘지 않았으며, 그녀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면서 단 하루의 징역형과 3년간의 보호관찰을 선고해달라고 연방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2020년 3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발생한 테일러 사망 사건은 같은 해 5월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함께 미 전역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확산시킨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마약 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백인 경찰관 3명은 테일러의 집을 용의자의 집으로 오인해 문을 강제로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을 자던 테일러의 남자친구는 경찰을 침입자로 오인해 총을 발사했고, 경찰이 대응 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테일러가 경찰의 총을 맞아 숨졌습니다.

테일러의 집에서 10발의 총탄을 발사했던 핸키슨은 경찰관 3명 중 유일하게 기소됐습니다.

그는 켄터키주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이후 공권력 남용에 따른 민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연방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법무부는 법원에 낸 소장에서 핸키슨의 총탄이 직접적으로 테일러를 죽이지 않은 데다, 5년 전 경찰복을 벗은 전과자로서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징역 하루'는 앞서 핸키슨이 체포돼 수감됐던 기간에 해당하며, 이미 복역한 일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습니다.

해당 혐의는 최대 종신형까지 가능하지만 법무부가 이같이 구형하면서 연방법원이 다음 주 형량을 정하는 선고 공판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테일러의 유족은 법무부의 구형량을 두고 "모욕적"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테일러 가족의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이건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며 "단 하루의 형량을 권고하는 것은 백인 경찰이 흑인의 시민권을 침해해도 거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연방법원을 향해 "법무부가 거부하는 일을 수행해 법을 수호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법무부의 이번 구형은 과거 공권력의 인종 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민권국의 전면적인 기조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법무부 민권국은 트럼프의 이른바 '문화전쟁' 어젠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시했던 인종 차별 해소보다 반유대주의나 반기독교주의 편견에 대한 조사 의지를 밝히며, 진보 진영을 상대로 한 트럼프의 이념 전쟁에 부합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법무부 민권국은 트럼프가 임명한 하르밋 딜런 차관보가 이끌고 있으며,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도 그가 직접 서명했습니다.

법무부는 앞서 소속 직원들에게 시민권 침해와 관련한 모든 신규 사건 조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도 내렸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