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美 텍사스 홍수서 가족 구하고 숨진 아빠의 '마지막 말'

줄리안 라이언과 그의 가족들 / KHOU11 캡처

미국 텍사스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최소 80명이 숨진 가운데, 생명을 걸고 가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 지역방송 KHOU11은 현지 시각 4일, 텍사스 힐 컨트리에서 27살 남성 줄리안 라이언이 가족을 구하려다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라이언은 가족과 함께 강 근처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쏟아진 폭우로 과달루페 강이 범람하며 강둑이 붕괴됐고, 순식간에 집 안으로 강물이 밀려들었다.

새벽 4시쯤 발령된 홍수 비상 경보가 발령됐지만, 식당에서 늦게까지 고된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라이언은 경보를 듣지 못했다.

라이언의 약혼녀 크리스티아 윌슨은 "물이 20분 만에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고, 현관문은 강풍과 물살에 날아갔다"고 회상했다.

가족은 침실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렸지만, 물의 압력으로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침대 매트리스에 올려놓고 911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조대는 바로 도착하지 못했다.

절박한 순간, 탈출구는 창문뿐이었다. 하지만 창문을 깰 도구마저 없자 라이언은 맨 주먹으로 유리를 쳐 깨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팔의 동맥이 심하게 손상되며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윌슨은 "오전 6시쯤 라이언이 우리를 바라보며 '미안해, 못 버틸 것 같아. 사랑해'라고 말했다"며 눈물을 삼켰다.

라이언의 시신은 몇 시간 후, 물이 빠진 집 안에서 발견됐다. 그의 죽음은 현지에서 '가족을 위한 마지막 희생'으로 널리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라이언의 여동생 코니 살라스는 "그는 영웅으로 떠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생 조셉 라운슬리는 "가장 먼저 구조됐어야 할 사람이 형이었다"며 당국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일까지 이번 홍수로 최소 80명이 숨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커 카운티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