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타격의 현실과 한계: 'B-2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투입이 의미하는 것

이란 핵시설 타격의 현실과 한계: 'B-2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투입이 의미하는 것

2025.06.19. 오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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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시설 타격의 현실과 한계: 'B-2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투입이 의미하는 것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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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현실화되면서 중동 군사 균형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공격 결과는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에게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포르도를 비롯한 핵심 지하 시설들은 여전히 가동 중이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핵개발 시설의 대부분은 산악지대 지하 깊숙한 곳에 구축되어 있어, 일반적인 공중 타격으로는 효과적인 파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란 포르도 핵연료 농축시설은 테헤란 남쪽 180km 지점, 산 속 암반층을 뚫고 건설된 지하 요새입니다. 현재 2,000기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인 이 시설에서 생산되는 고농축 우라늄의 양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최신 정보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15개의 핵무기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농축 우라늄을 축적한 상태입니다. 이는 6개월 전 추정치였던 '핵무기 4기 분량'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황의 심각성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일한 해답: 벙커버스터와 B-2의 조합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배치

이런 지하 요새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초강력 지하 침투 폭탄, 이른바 '벙커버스터'입니다. 대표적인 무기인 GBU-57 대형 관통탄(MOP)은 지면 충돌 후 최대 60미터 깊이까지 침투한 뒤 내부에서 폭발하는 특수 설계 무기입니다. 오직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만이 GBU-57을 2기까지 탑재할 수 있으며,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은밀한 침투 능력과 초정밀 유도폭탄 투하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 기지에 B-2 스텔스 폭격기 6대를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예멘 내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공습 작전과 맞물려, 이란을 직접 겨냥한 전략적 재배치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 한 번의 벙커버스터 투하로는 포르도를 파고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미국 신안보센터(CNAS) 칼런 헤일리그 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이 무기는 원래 산 속에 구축된 목표물을 공격하고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습니다. 처음에는 북한을 겨냥해 개발됐으며, 이후 이란을 포함한 다른 목표 세트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무기 한 발이나 두 발만으로 포르도우를 성공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즉, 포르도 같은 시설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면 여러 대의 B-2 스텔스 폭격가 반복적으로 매우 정밀한 타격을 수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과수술식 공습을 넘어 대규모 군사작전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열린 이란과의 전쟁 반대 시위(사진:AFP/연합뉴스)

■딜레마: 군사적 해결책의 한계와 대가

이스라엘의 6월 공격 결과가 보여준 것은 명확합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직접 투입되지 않는 이상,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결정적 타격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벙커버스터와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군사적으로 중단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미국의 개입을 전제로 합니다. 여기서 진짜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미국이 직접 개입하는 순간, 이는 단순한 공습을 넘어 미국과 이란 간 전면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란의 보복 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전역의 친이란 무장세력 활성화, 그리고 러시아-중국과의 연대 강화 등 파급효과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현재 상황은 시간과의 경주입니다. 이란의 핵 능력은 매주, 매달 향상되고 있으며, 군사적 해결책의 효용성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외교적 해결 가능성 역시 완전히 닫혀있지는 않습니다. 2015년 핵합의(JCPOA)가 실패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협상 틀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각 선택지마다 치러야 할 대가가 막대하다는 점입니다. 군사적 해결책은 중동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 위험을 안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책은 이란에게 핵 기술 발전을 위한 시간을 계속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핵무장은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르도우의 원심분리기들은 계속 돌아가고 있고,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기지의 B-2 스텔스 폭격기들은 언제든 출격할 준비를 마친 채 대기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운명을 가를 선택의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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