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백악관 봉변 대비...미 언론인 "아베처럼 골프 쳐라" 조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오는 5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다른 나라 정상의 조언을 받아가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나섰습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메르츠 총리가 이미 트럼프를 만난 우크라이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핀란드 정상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트럼프가 언론 카메라 앞에서 돌발 상황을 연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미국 언론인 에릭 키르시바움은 기고문에서 "불법 이민 차단 등 트럼프가 중시하는 문제와 관련해 새 정부가 전 정부와 다른 길을 간다는 점을 설명할 천금 같은 기회"라며 골프 라운딩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트럼프를 상대로 한 골프 외교의 성공 사례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또 트럼프가 스투브 대통령과 라운딩 때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경청한다면서 "대서양 관계는 새로운 동력과 접근 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직접 카트를 몰며 골프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라운딩 도중 뒤로 넘어져 벙커에 빠져 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도 지난달 백악관 회담에 남아공 출신 골프 선수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을 데려가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습니다.

독일 정부는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무역 정책 등 국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식 의제 이외에 독일 대안당(AfD)에 대한 우익 극단주의 단체 지정 등 '유럽식 민주주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유럽 각국이 극단주의 콘텐츠 제한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앙숙이었고, 2017년 3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선 메르켈의 악수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과 무역 불균형, 이민 정책, 러시아산 천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 승인 등 여러 문제를 두고 메르켈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8일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상호 방문을 약속한 뒤 트럼프의 조부모가 살던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바트뒤르크하임으로 초대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라인란트팔츠주는 미군 기지가 집중된 지역으로 메르츠 총리는 1970년대 여기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트럼프는 2014년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 피를 가진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는 메르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미국 대통령과 이성적 대화를 나누는 데 발드리안(신경안정제)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