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수끼리 결승인데, 한쪽엔 야유?" 中 악성 팬덤 문화 '눈총'

AFP/연합뉴스

중국 선수 간 대결로 관심을 끈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 선수에게는 환호성이, 다른 선수에게는 야유가 쏟아지자 '왜곡된 팬덤 문화'가 언급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세계 랭킹 4위 천멍(중국·30)이 1위 쑨잉사(24)를 4-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천멍은 지난 도쿄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단식 우승을 차지했지만, 대결이 펼쳐지는 동안 관중 대다수는 '쑨잉사'를 연호했다. 홍콩 매체 봉황망은 "관중 80%가 '쑨잉사 힘내라'를 외쳤고, '천멍 힘내라'는 이따금 한두 번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쑨잉사가 득점할 때마다 관중석은 환호했지만, 반대로 천명이 서브하거나 점수를 따내면 야유가 쏟아졌다. 일부는 손가락으로 욕설까지 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천멍이 쑨잉사를 이긴 후 시상대에 올라갈 때도 관중 상당수 야유하며 쑨잉사의 이름만 외쳤다.

봉황망은 "왜 모두 쑨잉사만 응원하고 천멍은 응원하지 않냐"고 질문하는 프랑스 AFP 기자에 "이게 바로 팬덤(飯圈) 문화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중국 탁구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등 소셜미디어에는 "천멍이 너무 힘들었다. 원정경기였다", "모두 중국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선수들인데 이렇게 야유하는 건가", "'사사'(쑨잉사의 애칭)는 좋은 선수지만 그의 팬은 너무 악성이다"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악성 팬덤 문화가 나타난 상황"이라며, 연예계 팬덤에서 자주 보인 현상이 스포츠계에까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 기간에는 쑨잉사와 천멍, 왕만위 등 중국 탁구선수들 팬이 온라인에서 열띤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스포츠 팬들의 '전투적'인 팬덤 문화를 경계하고 있다. 국가체육총국은 지난 5월 회의에서 "선수 선발·육성 등 전 과정에 걸쳐 기형적인 팬덤 문화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