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합병투표...'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몰고가나

러 점령지 합병투표...'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몰고가나

2022.09.25.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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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정지웅 앵커, 이승휘 앵커
■ 출연 :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와이드]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 7개월째.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세에서 밀리자30만 동원령을 내리면서확전과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동시에 점령지에 대한 러시아와의 합병 주민투표를 강행하는데 여기서 복속된 지역의우크라이나 남성들은 꼼짝없이 러시아군으로 차출돼 동족끼리 총구를 겨누는 비인간적, 비극적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말씀드린 것처럼 벌써 7개월째가 됐습니다. 초반에는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전망한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됐습니까?

[류한수]
일단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사항전 의지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고요. 그다음에 전쟁을 크게 보면 이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격돌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떼어내면 유럽 내에서 미국의 일극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큰 힘을 잃어버리고 무력화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될 것이고요.

그리고 만약에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패배하기라도 하면 미국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일극 체제가 균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직접 개입을 하지 않지만 물심양면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 요인이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앵커]
벌써 반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인데요. 최근에 우크라이나군이 영토 탈환하는 소식들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전세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류한수]
지금까지는 당연히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려왔었는데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도 승리가 절실했고요. 국민들의 사기를 올리려면 어떤 전황에 변화가 있어야 됐고 미국으로서도 지금 사실 중요한 선거를 국내에서 앞두고 있는데 그렇게 큰 도움을 우크라이나에 준다고 했을 때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지 현 바이든 행정부의 상황이 유리해지거든요.

그런 면에서 공세를 계획했는데 러시아는 당연히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중부와 남부 쪽으로 올 줄 알고 그쪽을 철저히 방비하고 있죠. 그런데 실제로는 주공의 방향이 방비가 허술한 북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전략이 주효해서 전황이 바뀌면서 적어도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북쪽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우세를 점했고요. 병력 면에서 8:1의 우세를 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크라이나의 중부와 남부일 텐데 이쪽까지 우크라이나 공세가 계속 확장되고 승리의 기세를 이어나갈지는 조금 더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앵커]
지금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조금 다급해 보이는 모양새예요.

[류한수]
지금까지는 20만 명 정도의 규모로 전쟁. 본인들 표현으로는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하면서 그걸 펼쳐왔는데 이제는 그게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병력 소모도 그동안 적지 않았고요. 지금 또 전황도 유리하게만 흘러가지 않고 현재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방비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병력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이었죠.

그래서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꿔서 총동원령은 아니지만 부분 동원령으로 병력 보충에 나섰으리라고 봅니다.

[앵커]
이번 동원령 발동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고 또 내년에 러시아가 국방비를 43% 증액할 거다, 이런 전망도 나오는데 아무래도 전쟁이 더 길어진다, 더 넓어진다라고 볼 가능성도 있는 거겠죠?

[류한수]
맞습니다. 초기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화됐고요.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이 있었고 그리고 러시아로서는 가장 중요한 지역이 역시 점령지,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동부의 중간 지역과 남부 지역인데 이쪽 지역을 확실히 장악하고 실효지배하기 위해서는 방어병력이 필요하고요.

그것도 우크라이나군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과 확대를 노릴 텐데 이러면서 사실은 어느 쪽이 우세를 확실히 점하기보다는 밀고 밀리면서 교착상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러시아 내부에서 반발도 상당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징집을 피해서 국외로 나가려는 그런 행렬이 이어진다, 이런 외신보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일단 정리를 하자면 30만 명은 지금 해외로 갈 수 있는 상황입니까?

[류한수]
제가 보기에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러시아 행정력이 징집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영장을 보냈을 것이고 그 영장을 거부한다면 이것은 구속 사유가 되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러시아 시민들 중에서,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부분동원령이 점점 확대되면서 징집대상이 넓어졌을 때 징집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미리 몸을 피신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앵커]
지금 국외에서 어떤 행렬을 받아주는 나라들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류한수]
그렇습니다. 초기야 여러 가지 이유에서, 특히 폴란드 같은 경우에 러시아와의 사이에 안 좋은 감정이 있고 다음 차례는 폴란드가 될 것이라고 하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줬고 이러한 움직임이 폴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있었는데요.

항상 그렇지만 전쟁이 훨씬 더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더더군다나 서유럽 그리고 서방 국가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지 않고 악화되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보다는 차가워진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동원령과는 별개로 27일까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서 4곳이죠. 주민투표가 진행될 텐데 사실상 러시아 영토를 합병하기 위한 절차다, 이렇게 봐도 될까요?

[류한수]
그렇습니다. 이게 러시아가 최근 10년 사이에 분쟁지역에서 했던 패턴이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이었고 그전에 오세아티아에서도 그랬었는데 그쪽 분쟁 지역에 있는 러시아계 주민들을 동원해서 투표에 나서게 하고 그것을 명분 삼아서 그쪽 지역을 러시아의 영토로 만들든지 아니면 독자적인 공화국을 세우는데 그 독자적인 공화국이 사실은 허울뿐인 국가겠죠.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그런 국가체제를 유도해냅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아마 그런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지금 이 투표를 믿을 수 있냐, 이런 의문점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류한수]
일단 지금 점령 지역에 러시아계 주민이 상당히 많이 있고요. 그래서 그 러시아계 주민들의 표를 기반으로 해서 과반수를 넘기려고 하겠죠. 그리고 되도록이면 압도적인 표 차를 기록해서 대의명분을 살리려고 할 텐데요. 자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설령 못 미치는 표가 나와도 조작을 해서라도 과반수를 훨씬 넘는 득표를 했다고 선전할 가능성이 있죠.

[앵커]
문제는 이렇게 합병되면 우크라이나 남성이 러시아군으로 징집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면 동족인 우크라이나들끼리 서로 총과 칼을 겨누게 되는 건데.

[류한수]
그럴 가능성이 있고요.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러시아 영토로 편입될 지역에서 주민 구성을 살펴보면 우크라이나계가 있고 러시아계가 있거든요. 만약에 우크라이나계일 경우에는 러시아 정부로서는 충성심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징병 대상으로 삼아서 전투병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그래도 병력이 모자란 상황이기 때문에 보조병과의 인력으로 우크라이나 시민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나운서님 걱정대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죠.

[앵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말이 참 와닿는데 지금 영토 합병 서두르는 이유 중의 하나로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런 분석도 있어요. 이게 연관성이 있습니까?

[류한수]
이렇게 되겠죠. 지금 점령지역을 러시아의 정치영토로 만들면 그쪽 지역을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할 경우에 그것은 자국 영토를 방위하는 형식이 돼버리거든요. 자국 영토를 방위할 때는 전략핵은 아니더라도 전술핵을 사용하겠다는 어떤 의사를 더 강력히 밝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식 영토가 되었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테이블 위에 전술핵이라는 카드를 보란듯이 내밀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앵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교수님께서 보실 때 전술핵이 혹시라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류한수]
제가 볼 때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기로는 핵이라는 것이 사실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조그마한 돌발변수가 나비효과를 불러와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앵커]
일단은 지금 이번 전쟁이 서방 언론 중심으로 푸틴의 전쟁이다라고 평가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번에 동원령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이 자국 병력이 자발적으로 항복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호전적인 태세가 문제점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러시아 내부에서의 변화는 기대하기가 어려울까요?

[류한수]
결론으로 말하면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상당히 지금 여러 러시아 곳곳 도시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이것이 러시아의 전체 여론을 바꿀 만큼 강렬한가는 조금 지켜봐야 될 상황이고요. 최근에 러시아에서 전국 단위의 지방자치 선거가 있었는데 여기서 집권당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아주 극적인 전황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금 관성대로 흘러가서 러시아에서 변고 내지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전환할 만한 그런 극적 계기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앵커]
지금 만약에 푸틴이 실각을 한다 그래도 전쟁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거든요. 그러면 이거는 푸틴의 전쟁을 넘어서 어떻게 보면 나라 간의 전쟁으로 가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류한수]
이것도 상당히 변수가 많은 시나리오긴 한데 한 가지 시나리오가 사실 지금 러시아에 상당히 강경파가 존재하거든요. 이것을 어느 정도는 억제하는 인물이 바로 푸틴 대통령인데 만에 하나 푸틴 대통령이 실각이라도 해서 극단적인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러시아 내의 강경세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훨씬 더 전쟁이 격렬하고 확전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 그 강경파보다는 좀 더 온건한?

[류한수]
그렇죠. 전체적으로 푸틴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이지만 항상 그렇지만 그 내부에서는 훨씬 더 강경한 세력이 있기 마련이고요. 국가 수반으로서 푸틴 대통령은 극단적인 세력의 준동을 막을 필요도 있다는 얘기죠.

[앵커]
끝으로 이 전쟁을 끝내야 할 텐데요.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노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류한수]
사실은 그 부분이 뾰족히 보인다면 덜 답답할 텐데 그것이 보이지 않아서 착잡한 심정입니다. 그럴수록 더 사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지켜보고 주시하면서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국제 여론을 계속해서 전쟁 중지 그리고 협상을 통한 전쟁의 중단을 요구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왕도는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 류한수 상명대 교수와 함께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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