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입은 우리 군 '개구리 전투복', 계급장에 이름표까지... 불법 아니다?

탈레반이 입은 우리 군 '개구리 전투복', 계급장에 이름표까지... 불법 아니다?

2021.08.20. 오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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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8월 20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최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현장을 담은 사진이 국제사회에 공개되고 있는데요. 그 중 우리나라 군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 군복이 왜 거기까지 간 것인지, 이렇게 해외에 판매돼도 괜찮은 건지, 탈레반은 왜 우리 군복을 입고 있는 건지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연결 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일우 사무국장(이하 이일우):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이것부터 질문을 드려볼게요. 지금 우리 군복을 탈레반 대원들이 입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분들은 궁금하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전역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놀라기 보다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탈레반 같은 경우는 공포의 통치 등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탈레반을 지원한 것처럼 비춰서 이런 게 우려스럽지 않습니까?

◆ 이일우: 사실 그런 우려들이 많기도 하고 국내 언론에 그런 내용들이 많이 보도되긴 하는데요. 사실 우리나라만 군복에 대해서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국내에만 있고요. 해외에서는 이런 군복류 유통이 자유롭기 때문에 특정 국가가 탈레반을 지원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쪽까지 연결되진 않습니다.

◇ 최형진: 그 부분은 다행인데요. 탈레반 대원이 입은 군복 사진 보셨죠?

◆ 이일우: 네, 많이 봤습니다.

◇ 최형진: 가슴에 한글이름표까지 붙어있던데, 우리나라 군복은 맞는 겁니까?

◆ 이일우: 네, 맞습니다. 92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 군이 제식으로 사용했었던 전군통합위장군이라는 명칭의 군복이고요. 지금은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 최형진: 해당 사진 속 군복을 보고 저도 군대 다닐 때, 개구리라고 많이 했는데, 개구리 군복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불리는 건 맞습니까?

◆ 이일우: 네, 개구리복이라고도 많이 부르고요. 군복의 모양이 정식으로는 아까 말씀 드렸던 전군통합위장군이라고 하고, 미군에서는 이것을 코리안 우드랜드라고 해요. 이게 모양이 개구리 피부색을 닮았다고 해서 우리 예비역들은 개구리복이라고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 최형진: 공개된 사진을 보면 우리 군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이 찍힌 사진이 한 두 장이 아니더라고요. 이 사람들은 따로 군복이 없는 겁니까?

◆ 이일우: 이 사람들은 정식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보급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데요. 이 사람들의 군복을 보면, 군복도 제각각입니다. 위아래 전부 다 우리 군처럼 똑같이 맞춰 입은 사람도 있고, 상의는 한국군 군복인데 하의는 동남아시아 군대 군복이라든가 이렇게 되어 있고, 또 들고 있는 총들도 유심히 보시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전부 다 K-1, K-2 똑같이 통일되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전부 다 총도 제각각입니다. 정식 군대가 아니라 각각의 부족에서 모아진 부족군대기 때문에 정규보급체계가 존재하지 않아서 이렇게 제각각의 보급품을 갖고 있는 겁니다.

◇ 최형진: 개구리복이잖아요. 국장님께서도 개구리복 때 군대 나오셨습니까?

◆ 이일우: 저는 개구리복하고 신형전투복으로 넘어갈 때 그 시점에 좀 오래 있었습니다. 장교였기 때문에.

◇ 최형진: 그럼 최근 디지털군복 입으신 건가요?

◆ 이일우: 네, 디지털군복도 가지고 있습니다.

◇ 최형진: 군복도 그렇고 활동복도 그렇고 역사가 있잖아요. 떡볶이로 불리기도 하고요.

◆ 이일우: 네, 맞습니다.

◇ 최형진: 지금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군복이 어떻게 탈레반까지 갈 수 있었던 건가요?

◆ 이일우: 사실 우리 한국군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런데요. 우리나라가 징병제고 매년 수만 명 입대해서 수만 명이 전역합니다. 그러면 이 전역한 사람들이 예비군복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그냥 규정대로 전부 다 예비군 기간이 끝나고 나면 조각조각 잘라서 폐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대부분은 헌옷수거함에 버립니다. 그럼 이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중고의류로써 판매가 되는데 워낙 양이 많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팔려나갑니다. 가령 이번에는 탈레반이 예가 되었지만, 과거에 IS 무장테러집단도 한국군복을 입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포착 됐었고, 세계 각국의 패션 편집샵을 가보면 한국군복을 커스터마이징해서 패션의류로 둔갑시킨 경우가 많습니다.

◇ 최형진: 외국에서는 그렇군요. 여담입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헌병 전역해서 헌병하면 장구류 많잖아요. 하이바도 그렇고 경봉도 그렇고, 이걸 실제로 부대에서 가지고 나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사실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불법 아닙니까?

◆ 이일우: 피복류, 의류하고 신발, 모자, 이런 것들은 개인이 전역할 때 가지고 나가는데요. 그 외 여기에 부착하는 각종 전투용 장구류, 예를 들어 헬멧, 탄창을 집어넣는 탄입대, 탄띠, 이런 것들은 물론 똑같은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군수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대 밖으로 반출해서는 안 됩니다.

◇ 최형진: 반출금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제약이 심하군요.

◆ 이일우: 우리나라에서는 들어오는 것도 심하고 나가는 것도 심한데, 한국군을 굉장히 폐쇄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투 장구류, 피복, 이런 것들이 부대 밖 민간에 유통되고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 민감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 최형진: 국가 간에 중고 군용헬기 등을 사고팔기도 하잖아요, 군복이나 군화, 군복, 방독면 이런 군수품은 해당되지 않는 겁니까?

◆ 이일우: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조금 예외적인데요. 우리나라는 분단 상태의 국가고, 북한이라는 나라가 언제 이 비슷한 군복을 입고 무장 테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이 부분에 굉장히 민감한데요. 해외에서는 이른바 밀리터리 컬렉터라고 해서 각 국가 별로 혹은 시대 별로 군복과 장구류를 똑같이 수집해서 그것을 입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는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있습니다. 이렇게 폐쇄적인 건 한국만의 특징입니다.

◇ 최형진: 국내에서는 민간인들이 군복을 사고파는 게 불법인데, 탈레반 대원이 입은 군복도 그럼 불법적인 경로로 팔린 거 아닙니까?

◆ 이일우: 이게 2014년 이전에 벌어졌다면 불법적인 경로로 판매된 게 맞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예비군복은 예비군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자신이 보관을 하고 있어야 하고요. 기간이 끝나면 전부 다 조각조각 잘라서 폐기처분해야 되는데요. 그렇지 않고 외부에 팔거나 유기함으로써 사람들이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제식군복이었던 2014년 이전까지는 불법이지만, 지금은 8년이 지났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만약 3군 통합 전투복이 아닌 현재 군에서 입고 있는 디지털 전투복을 팔거나 사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까?

◆ 이일우: 이 위장패턴도 그렇고 디지털 위장패턴도 그렇고 이 문양에 대한 특허권을 국방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똑같은 문양으로 복제해서 원단을 생산하거나 혹은 비슷하게 의류를 만들어서 팔면 그거 자체가 불법이 됩니다.

◇ 최형진: 한동안 알리 익스프레스나 이베이 등에서 지금의 디지털 무늬 군복과 유사한 무늬의 군복도 판매되곤 했습니다. 이런 유사품, 복제품은 처벌 대상 아니겠습니까?

◆ 이일우: 맞습니다. 그건 해외 인터넷 사이트기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픽셀과 똑같은 형태의 원단을 만들어서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건 특허법 위반이고요. 방금 말씀하셨던 사이트는 전투복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군한테 보급됐던 방탄복, 방탄헬멧, 이런 군수물자가 일부 올라와서 논란이 됐던 적도 있습니다. 그건 군수품을 불법으로 반출한 거기 때문에 우리 군 당국에서 수사 중입니다.

◇ 최형진: 밀리터리룩이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은 유행이 조금 지났습니다만, 한 때 유행이었는데요. 대부분 구형 군복이지만 오리지널 밀리터리룩이라면서 진짜 군복을 판매하기도 하고요. 군복 판매나 일상에서의 착용이 왜 불법인 겁니까?

◆ 이일우: 군복이라는 것이 상징을 나타냅니다. 소속과 신분, 이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생긴 밀리티리룩은 괜찮지만 거기에 명찰, 계급장, 이런 걸 달아서 해당 신분을 사칭하게 되면 그로 인해서 여러 범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무장공비들이 90년도에 우리 군 전투복이란 똑같은 복장을 입고 국내에 들어와서 공작을 벌였던 사례가 있었고요. 무장공비 사례가 아니라도 심심하면 올라오는 뉴스들을 보면, 대령이다, 장군이다, 이렇게 사칭해서 계급장을 달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군 현용 전투복과 동일한 군복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가 되어 있는 겁니다.

◇ 최형진: 군복 말고 탈레반 이야기 더 해보겠습니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었던 무기를 다 들고 미국으로 못 가고 남겨두고 왔다는 소리가 있었는데요. 미국 무기 수준은 최고 아니겠습니까?

◆ 이일우: 맞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은 미군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무기들은 다 가지고 왔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100조 원 넘게 쏟아 부었다, 그 100조 원 중에는 총, 항공기, 전차 등 온갖 종류의 무기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지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이런 무기 대부분이 탈레반 손에 떨어졌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탈레반이 정규 군대가 아니라 부족 중심으로 이뤄졌는데요. 아프간 정규군도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의 명령보다는 각 부족장의 명령을 더 따르기 때문에 부족장이 ‘우리 탈레반과 싸우지 말자’라고 하면 미군한테 받은 무기를 탈레반한테 주고 화해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사진을 보고 있으면 탈레반이 미군의 최신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 최형진: 탈레반에서 미군의 무기, 총이야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만, 탱크나 헬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 이일우: 원래는 이런 무기운영병력들을 굉장히 많이 처형했었는데요. 그래서 불과 이틀 전에 인접한 우즈베키스탄에서 50여 대의 항공기가 우즈벡으로 망명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상당수는 아직 남아있는데요. 탈레반도 이러한 장비들이 굉장히 고가고 첨단의 장비기 때문에 이 장비들을 운영했던 병사들을 회유하고 구슬려서 지금은 그 장비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이전에는 일상에서 군복을 입거나 이렇게 해외에서 발견되는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탈레반의 우리 군복 착용이 국제사회에 보도되는 상황을 보면서 여러 의견이 들려옵니다. 물론 서두에 외국에서는 이런 군복을 입는 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이 상황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일우: 전문가들 대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걸로 인해서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판단을 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게 국내에서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군복 모양에 의해서 피하식별을 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런 우려가 생기는 것도 국민들 입장에서 당연하긴 한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군복 규제가 과도하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 같은 것들을 풀고, 미군 같은 경우, 미군이 입고 다니는 전투복을 세계 어디에서나 심지어 우리 시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른 피하식별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전문가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저도 군대 근무하면서 군복과 군화 이런 부분에서 효율적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최근에 군복 관련해서 좀 안 좋은 군복을 납품한다는 비리도 발견되기도 했었는데, 효율적으로 군복이 바뀌고 장병들의 군 생활을 위해서 좋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일우: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부분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 굉장히 오래된 부분이 있는데요. 군납 체계가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몇 개 업체가 한정되어서 경쟁이 이뤄지지 않다보니까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는 품질이 향상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령 아까 말씀하셨던 여러 물자 중에 전투화 같은 경우, 지금은 군인공제산하의 모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그러한 업체에서 생산한 것 말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등산화 잘 만드는 회사와 경쟁을 붙였었습니다. 해당 업체에서 등산화에 기반한 전투화를 납품해보니까 병사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우리 군납 영역 부분에서도 공개경쟁, 투명한 경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최형진: 저희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중에 군대이야기 하는 코너가 있는데요. 저번에도 나오신 국방기자님께도 질문을 드렸는데요. 국장님께서 다시 군대를 간다면, 화생방하고 행군, 둘 중에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시는 건요? (웃음)

◆ 이일우: 차라리 행군이 나을 것 같습니다. 화생방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다른 사람보다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센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저도 행군이 낫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일우: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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