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제재했지만... '카슈끄지 암살 승인' 왕세자는 제외

美, 사우디 제재했지만... '카슈끄지 암살 승인' 왕세자는 제외

2021.02.27. 오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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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가정보국 "사우디 왕세자가 암살 승인"
사우디 "인정할 수 없는 평가를 완전 거부한다"
미국, 대 사우디 제재 조처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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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대 사우디 제재 조처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미 정보당국이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고 판단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제재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김진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반체제 인사였던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으며 시신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미 국가정보국은 이 사건이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한 암살이었다고 평가한 비밀문서를 전격 해제해 공개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이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공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고서는 그 자체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지도부에 관한 보고서의 부정적이고 거짓되고 인정할 수 없는 평가를 완전히 거부한다"며 "그 보고서는 부정확한 정보와 결론을 포함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문서의 판단을 근거로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대 사우디 제재 조처를 단행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 미국 국무장관 : 왕세자를 경호하는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을 제재 대상에 올렸고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지 조처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미 정보당국이 암살을 승인했다고 판단한 빈살만 왕세자는 제재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들이 많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대표적인 동맹국인 사우디의 왕세자를 제재할 경우 양국관계의 경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보고서를 전격 공개해 사우디에 모종의 조처를 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양국 간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타협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슈끄지 암살을 못 본척하며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 문서를 공개했지만, 왕세자 제재라는 핵심 조처가 빠진 것은 사우디와 관계, 왕세자의 위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YTN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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