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NOW] “발렌타인데이, 독일에서 ‘독장미 캠페인’이 열리는 이유”

[세계NOW] “발렌타인데이, 독일에서 ‘독장미 캠페인’이 열리는 이유”

2020.02.14. 오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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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NOW] “발렌타인데이, 독일에서 ‘독장미 캠페인’이 열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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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20년 2월 14일 금요일
□ 출연자 : 채혜원 저널리스트 (독일 현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오늘은 2월 14일 금요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발렌타인데이로 알고 계실 텐데요. 발렌타인데이는 보통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초콜릿,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만, 독일에서는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서 독장미 캠페인이라는 것이 펼쳐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의 캠페인인지 궁금해지는데요. 독일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채혜원 기자, 전화로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 채혜원 저널리스트(이하 채혜원): 안녕하세요.

◇ 전진영: 굉장히 의미 있는 취재를 하셔서 저희가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이 생겨서 이렇게 연결했는데요. 독일에서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독장미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글을 접했습니다. 먼저 독장미 캠페인이 뭔가요?

◆ 채혜원: 네, 독일에서도 발렌타인데이는 장미가 많이 팔리는 날로 알려져 있는데요. 독장미 캠페인은 독일 베를린 거리에서 시민들이 사는 장미가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장미를 키우는 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장미를 둘러싼 숨겨진 여러 정보에 관해서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그러면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단체가 따로 있는 건가요?

◆ 채혜원: 네.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케냐에서 온 이주난민 여성 활동가들과 독일 여성 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알리기로 뜻을 모은 건데요. 현재 케냐 꽃 산업이 점점 거대해짐에 따라서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 그리고 천연자원이나 담수 개발, 장미재배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 등으로 인해서 환경오염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케냐 장미농장이 노동자와 지역사회,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연구하기 위해서 독장미연구팀을 꾸렸다고 합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독일에 있는 케냐와 독일 여성 활동가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성을 인식하고 이렇게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 거네요.

◆ 채혜원: 네. 제가 인터내셔널 우먼 스페이스(International Women Space)라는 여성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동료 중에 케냐에서 온 제니퍼라는 친구가 독장미 연구팀을 꾸리면서 이 연구팀에 대해서 꾸준히 취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원들은 꽃 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으로 일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조사하고요. 또 꽃 수출기업이 장미농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환경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사실 장미꽃을 사거나 선물하기만 했지, 이런 과정을 아마 한국에서도 접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저희가 오늘 구체적으로 내용들을 살펴볼 텐데. 일단 독일에서 팔리는 장미의 상당수가 그럼 케냐에서 온 거죠?

◆ 채혜원: 네. 케냐는 네덜란드, 콜롬비아, 에콰도르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절화 생산국이고요. 아프리카 최대 꽃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유럽연합 전체로 수입되는 모든 절화의 약 38%가 케냐에서 오고 있는데요. 케냐 꽃을 수입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스위스가 있습니다.

◇ 전진영: 많은 나라들에서 케냐로부터 꽃을 수입하는 건데. 그러면 케냐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장미를 많이 수출한다고 하면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는 케냐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수익도 어느 정도 창출이 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실상이 그게 아니라는 거죠?

◆ 채혜원: 네. 1990년 이래 케냐 꽃 수출량은 점점 늘어났고, 2017년에 거의 16만톤에 이르렀다고 제가 조사했는데요. 이것은 수출액 규모로 보면 케냐 돈으로 882억실링, 그러니까 한화로 치면 약 9600억원이 넘는 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제 케냐에서 꽃 산업이 시작되었을 때 이 산업이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빈곤을 줄이고 또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심각한 빈곤을 불러왔고 이는 재앙 수준이라는 게 바로 독장미 연구팀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꽃산업은 점점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노동자들에게 그 이익이 전혀 닿고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수익은 많이 나는데 빈곤을 유발하는 이유가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제대로 안 가는 구조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채혜원: 네, 그렇습니다.

◇ 전진영: 그러면 이 농장을 운영하는 기업 자체도 지금 문제가 있는 거고. 그리고 앞서서 독장미 프로젝트 팀을 꾸린 주체들이 여성 활동가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장미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들었거든요. 여성들의 피해도 굉장히 크다고 하던데요.

◆ 채혜원: 네, 대부분 여성 노동자이기보다는 여성 노동자들의 피해가 좀 더 큰 상황인데요. 왜냐하면 일부 여성 노동자들이 농장에서 장미를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때문에 암에 걸리고 여러 번 유산을 경험한 사례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한 예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케냐 장미농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 주디의 이야기가 있는데요. 주디의 경우에는 장미농장에서 일하는 동안 세 번이나 유산을 경험했고 지금은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어서 일을 그만둔 상태거든요. 그래서 과거에서 일을 할 때 회사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갔을 때는 유산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고 나중에 큰 병원을 찾아갔을 때야 농장에서 사용하는 여러 화학물질로 인해서 유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디의 설명에 따르면 매일 출근시간 전에 기계로 농장에 화학물질을 분사했는데요. 일할 때 안전을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나눠준 작업복은 없었고, 그래서 이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심각한 피부병, 면역체계 이상을 앓고 있다고 했습니다.

◇ 전진영: 그럼 당연히 이런 부분에 대한 어떤 기업의 보상도 노동자들에게 전혀 이뤄지지 않았겠네요.

◆ 채혜원: 네. 지금 현재 노동조합이 만들어져서 이 문제에 대응하고는 있는데요. 아직 문제가 해결되고 있진 않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그럼 일하는 여성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나 되나요?

◆ 채혜원: 네, 제가 취재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적게는 유로로 45유로, 그러니까 한화로 약 6만원이었고요.

◇ 전진영: 한 달에요?

◆ 채혜원: 네, 한 달에. 그리고 많게는 100유로, 그러니까 한화로 약 13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전진영: 아까 거의 케냐에서 9600억원, 우리나라 돈으로 그 정도 상당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정작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한 달에 6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이 사실이 굉장히 충격적인데. 몸 건강도 지금 굉장히 안 좋아진 상황이고 제대로 된 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그런데 요즘은 그런 공정무역 기업 같은 것도 있잖아요. 케냐에는 없나요?

◆ 채혜원: 케냐에도 여러 공정무역 기업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케냐의 여러 공정무역 기업에 다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제가 독장미 연구팀을 통해서 접하게 된 사례가 한 가지 있는데요. 원산지 제품 가격을 높여서 생산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공정무역기업인데, 이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정무역 산업 자체도 지금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로 인한 이득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었고, 또한 공정무역에서 일하면서 받은 노동자의 월급이 아까 제가 말씀드린 45유로, 그러니까 한화로 6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은 노동자 사례가 있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이렇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처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 부분도 심각하지만, 장미를 키우기 위해서 사람이 먹는 물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하던데요?

◆ 채혜원: 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독장미 연구팀에서 일하는 활동가인 제인을 통해서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요. 현재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제인은 케냐 장미농장에서 1년 넘게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인은 장미농장이 여러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깨끗한 물에 대한 소유권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장미농장 소유주가 마을의 깨끗한 물을 다 철저하게 통제하다 보니 정작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쓸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적은 물로 여러 가족이 생활해야 하고, 또 이로 인해 여러 아이들이 전염병에 걸리기도 했고요. 사실 장미꽃을 키우려면 아주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장미농장 부근 마을에는 깨끗한 물이 사람이 아니라 장미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전진영: 케냐 자체가 물부족국가인데 사람이 먹을 물, 쓸 물도 부족한데 그 깨끗한 물을 오로지 장미를 위해서만 쓴다는 거네요.

◆ 채혜원: 네, 그렇습니다.

◇ 전진영: 사실 우리나라는 워낙 수도시설이 잘돼 있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워낙 깨끗한 물이 잘 나오니까 아마 전혀 체감이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한데. 기자님께서 독일에서 케냐 여성들, 그리고 장미산업에 대해서 이번에 취재하시면서 이런 부분은 우리가 한 번쯤 시사점이 있다, 생각해볼 만하다. 느낀 점이 있으실 것 같거든요. 끝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 채혜원: 네, 제가 케냐 장미농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독일 공영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게 됐는데요. 장미농장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다룬 영상이었는데 그 영상 중에 케냐에서 큰 장미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 기업에 찾아가서 독일인 매니저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PD가 현재 장미농장 노동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월급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 매니저가 뭐라고 대답했냐면, ‘우리는 충분한 돈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지내는 노동자들은 많은 돈이 필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제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고 독일인 동료들에게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몇 번을 물어봤거든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은 장미 산업뿐만 아니라 유럽의 모든 경제 기반에서 아프리카 노동자들은 이렇게 착취당하고 있고, 실은 아프리카 노동자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을 포함해서 많은 이주민들의 노동력이 사실 착취당하고 있는 건데요. 앞으로 이런 문제가 더 조명되길 바라고, 그래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논의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길 개인적으로 바랍니다.

◇ 전진영: 오늘 발렌타인데이라서 아마 장미꽃도 그러고 많은 선물들을 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오늘 아마 기자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을 들으면서 오늘 선물을 사시더라도 이 장미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또 말씀해주신 대로 생산 과정에서 정말 이런 노동자들의 아픔이 스며들어있는 건 아닌지 저희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기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반성하게 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채혜원: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독일 현지에서 채혜원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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