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계속될수록...퍼져 가는 '존 레논의 벽'

홍콩 시위 계속될수록...퍼져 가는 '존 레논의 벽'

2019.08.03. 오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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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체코 프라하에 가면 레논 월, '존 레논의 벽'이란 명소가 있습니다.

체코가 공산국가였을 때, 자유를 열망하던 프라하의 청년들이 평화를 노래한 존 레논의 노랫말을 벽에 적으면서 시작된 것인데요.

이 레논 월이 멀리 홍콩으로 날아왔습니다.

보도에 기정훈 기자입니다.

[기자]
육교 유리벽 안쪽이 메모지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애써 적은 게 떨어질까 테이프로 덧붙입니다.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홍콩인들이여, 힘을 내라"

내용 대부분이 송환법을 반대하는 요즘 시위대의 구호거나, 아니면 시위대를 응원하는 글들입니다.

고가도로 기둥, 도로 난간, 지하도 등 장소도 가리지 않습니다.

메모지 시위가 벌어지는 곳, '존 레논의 벽'입니다.

[아이비 찬 / '레논 벽' 참여자 : 아주 긴 터널은 아니지만, 입구부터 여기까지 빼곡합니다. 열흘 밖에 안 걸렸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한 거죠.]

1980년대 체코 프라하의 젊은이들이 자유를 열망하며 그림과 글로 채웠던 '레논 월'.

프라하의 페인트가 홍콩에선 메모지로 바뀌었지만 의미는 다르지 않습니다.

[에드워드 핑크니 / '레논 벽' SNS 운영자 : 지난 몇 주간 홍콩을 가득 채운 절망감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이 도시에 사랑을 가져다 주고 싶을 겁니다. 그렇다면 도시 어디에나 벽을 찾아가 쪽지를 붙이고 뭔가 적는 거죠. 음악을 해도 좋구요. 뭐든 할 수 있어요.]

홍콩에선 지난 2014년 우산 혁명 때 정부청사 벽에 처음 등장했지만, 5년 후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홍콩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벌써 스무 곳 가까이 됩니다.

[샘슨 위엔 / 링난대 정치학과 조교수 : 이제 벽에 메시지 적는 것도 정치 참여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벽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지킨다거나, 메모지나 펜을 제공하거나 사는 것까지, 모든 게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 동대문 DDP 앞에서도 '레논 벽'을 설치하려는 홍콩인들과 중국인들이 시비가 붙는 등 '메모지 레논 벽'은 홍콩의 또 하나의 상징물이 돼가는 분위깁니다.

YTN 기정훈[prod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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