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늘 각의...'화이트리스트' 배제 강행할 듯

日, 오늘 각의...'화이트리스트' 배제 강행할 듯

2019.08.02. 오전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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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승민 앵커
■ 출연 : 조수현 / 국제부 기자

[앵커]
일본 정부가 오늘 오전 각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보입니다. 1,100개에 이르는 품목이 규제 대상으로, 우리 기업들에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국제부 조수현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베 총리가 어제 강경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예상대로 오늘 화이트리스트 시행령이 의결될까요?

[기자]
네, 오늘 오전 10시 도쿄 총리 관저에서 각의가 열립니다. 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데요. 오늘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관련 개정안이 의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그제 정례브리핑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면, "안보를 위해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영에 필요한 재검토로, 그 방침에 변화는 없으며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또, "한국 측으로부터 부정적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여러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오늘 각의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물론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각의 의결에 앞서 경제산업성이 24일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공개하는 절차가 있었는데요. 경산성이 그 결과에 대한 입장을 담은 문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경산성 홈페이지에는 아무런 문서가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오늘 오후 방콕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데요. 사실상 미국의 중재로 타협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겠죠.

이런 일정이 예정돼 있는데 일본 정부가 오전에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처리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불쾌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미일 장관이 만나는 자리까지 지켜보고, 그 이후에 처리할지, 유보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오전에 처리하지 않거나 더 미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시행령이 처리된다면 어떤 내용을 예상할 수 있나요?

[기자]
일본은 첨단 재료 수출과 관련해,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한 국가에 대해 우대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화이트 국가 리스트',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인데요. 한국도 2004년에 화이트 국가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현재 27개국인 이 명단에서 한국만을 제외하기 위한 법령 개정입니다.

개정안에는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뺄 필요가 있다"고 적시됐습니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제도가 느슨한 게 배제의 배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각의 의결 후에, 향후 남은 절차와 발효 시점은?

[기자]
개정안이 각의를 통과하면, 아베 총리를 거쳐서 나루히토 일왕이 최종 공표하게 됩니다. 각의 통과부터 공포까지 통상 사흘 정도 걸리는데요. 주말은 제외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7일 공포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공포 시점으로부터 21일이 지난 뒤에 법안이 효력을 갖게 되는데요. 예상대로라면 28일 전후에 실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되나요?

[기자]
네, 우대 조치로 그간 한국 수출품에 대해 3년에 한 번, 포괄적으로 받던 일본 정부 허가를 매번 받아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모아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았었는데요. 해당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계약별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경제산업성 심사 과정만 90일 정도 소요됩니다.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규제 대상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뿐 아니라, 첨단 소재와 전자, 통신, 센서 등 1,100여 개에 이릅니다.

우리 기업들에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되는데요. 특히 대일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나 석유·정밀화학. 공작·정밀기계 등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한일 갈등과 거리를 두던 미국에 최근 변화 기류 감지됐는데, 미국 입장도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태 초기에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한일 정상 둘 다 원한다면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번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한일 둘 다 동맹인 만큼, 어느 한쪽의 편을 들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부담 느꼈을 텐데요.

이처럼 변화에 기류가 감지된 건, 사태 악화는 원치 않는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일 갈등을 계속 방치할 경우, 북한 비핵화와 중국 견제 등 한미일이 협력해야 할 중요한 현안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미국이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아사히 신문 보도인데요. 미국이 한일 양국에, 사태 악화를 피하기 위해 자제를 촉구하며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내용입니다.

일본에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서 제외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한국에는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원고가 압류한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한미일 3국이 수출 규제에 관한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본 언론은 미국의 중재안에 일본 정부가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화이트 리스트 개정안 처리 이후에, 일본 정부 향후 어떻게 나올까요?

[기자]
우선 미국에는,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우리의 재량이다, 그리고 한국을 제외했지만 허가는 정상적으로 내주고 있다"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달래는 데 주력할 것을 보입니다. 왜냐면 경제 협정도 있고, 방위비 협상도 있고, 미국과 협의할 게 많거든요.

때문에 일본은, 여러 품목에 대해 신속하게 허가를 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작, 배터리 등 한국이 타격받을 품목은 심사를 지연시키는 양수를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이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갈지, 변화가 있을지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총리로서는 모든 한일 문제의 정점은 개헌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여권이 3분의 2 의석을 얻지 못하면서 개헌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인데요. 수출 규제 조치도 개헌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일 갈등 국면이 해소되면, 아베 총리가 국내에서 얻는 반사이익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며 지지 세력을 모아서, 개헌을 이루는 게 최종 목표로 보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강행 방침엔 변함이 없지만, 미국의 중재안과 한국의 대응을 지켜본 뒤에 향후 한국에 대한 조치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특히 한일 대립을 우려하는 미국의 진의를 신중하게 살피며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일본의 각료회의, 이제 한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잠시 뒤 10시에 열리게 되는데요. 관련 소식 국제부 조수현 기자와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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