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6년 살다 떠난 날'...졸업장 받은 길고양이

'캠퍼스 6년 살다 떠난 날'...졸업장 받은 길고양이

2019.04.23.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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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6년 살다 떠난 날'...졸업장 받은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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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필리핀 마닐라 드 라 살레 대학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의 주인공은 학생이 아니라 6년 동안 캠퍼스를 누빈 고양이 '아쳐'였다.

아쳐는 2013년부터 대학에 모습을 보인 떠돌이 고양이로 캠퍼스 북쪽 게이트를 자신의 구역으로 삼았다. 고양이는 '아쳐'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까지 학생들에게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살레 대학 학생은 "그는 아쳐가 되기 전는 '라이언 킹'이라고 불렸다. 꿰뚫어 보는 눈과 고상한 태도는 마치 자신이 캠퍼스 고양이 가운데 왕이라고 주장하는 듯 했다"고 회상했다.

2014년 아쳐는 캠퍼스 인포메이션 부스에서 일하는 직원 아테 제니를 만나 북쪽 경비원으로 임명됐다. 정식 경비가 된 아쳐는 곧 기숙사 학생들의 마음을 녹이며 학교의 마스코트로 등극했다. 대학 내에는 학교 내 길고양이를 관리하고 케어하는 동아리도 생겼다. 3년 뒤, 제니는 일을 그만두면서 아쳐와 헤어지게 돼 매우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모든 학생이 함께 돌보았기 때문에 입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제니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올해 초, 아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보호자가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검진 결과 아쳐는 신장과 간이 약해져 세심한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3월 27일 고양이는 공식적으로 제니의 집으로 입양되면서 정든 캠퍼스를 떠나게 됐다.

학생들은 아쳐를 더 이상 북쪽 문에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6년 동안 학교를 지키다 떠나는 아쳐를 위한 졸업식을 열고 학생증을 선물한 것. 졸업식에는 그를 돌보던 모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참석했다.

아쳐는 현재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으며 제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제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정기적으로 아쳐의 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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