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美 샌프란, 기림비 시 소유물 공식 승인... 日 '발끈'

[취재N팩트] 美 샌프란, 기림비 시 소유물 공식 승인... 日 '발끈'

2017.11.24. 오전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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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진실에 대해 미국 도시들이 강단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한국과 중국의 민간인들이 건립한 '위안부 기림비'를 시의 공식 소유물로 승인했는데, 일본은 총리까지 나서 거부권을 주장하는가 하면 도시의 자매결연까지 파기하며 발끈하고 있습니다.

현지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기봉 특파원!

자, 샌프란시스코 시가 위안부 기림비를 시 소유물로 승인했다는 건데, 우선 이 기림비가 어떤 것인지 한번 다시 정리를 해주시죠.

[기자]
현지시각 지난 9월 22일 샌프란시스코 도심 공원에 제막한 기림비입니다.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는 다른 형상이어서 소녀상이라고 하지 않고 기림비라고 하는데요, 한국과 중국, 필리핀의 세 소녀와 그 소녀들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할머니 한 분을 형상화한 상입니다.

소녀들은 당시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짓밟힌 피해국 여성들을 나타낸 것이고, 할머니는 위안부 역사를 처음으로 공개 폭로한 김학순 할머니입니다.

이 동상은 위안부와 직접적으로는 아무 관련도 없는 영국 출신 미국인 작가 스티븐 화이트의 작품인데, 피해 당사국은 아니지만 인류의 보편적 역사의 관점에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작품을 만든 것입니다.

[앵커]
해외에 건립되는 다른 소녀상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기림비를 제작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죠?

[기자]
예, 그렇습니다. 이 기림비 건립은 중국계 후손들이 처음에 주도적으로 나섰습니다.

미국에서 판사로 활동하던 두 중국 여성이 중심이 돼 건립을 추진했지만, 일본의 방해 공작이 너무 집요해 난항에 부딪치자 우리 한인 단체에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물론 한인 단체들은 적극적으로 공조를 했고 4년 전 글렌데일 소녀상 건립 경험을 충분히 발휘해 일본의 방해 공세를 뚫었습니다.

일본은 정부까지 나서서 위안부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억지 논리를 들이대며 물타기를 했는데요.

한인 단체들은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샌프란시스코 공청회장에 직접 모시고 와서 일본의 거짓 주장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잠깐 보실까요?

[메라 고이치 / 일본 극우단체 : 일반적으로 떠돌고 있는 위안부 이야기는 모두가 거짓입니다.]

[이용수 할머니 : 야! 네가 눈으로 봤어? 누가 거짓말이야!]

[앵커]
자,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시가 이 기림비를 정식으로 수용했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이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시 공공부지에 설립됐기 때문에 이미 시가 공식적으로 그 건립을 법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건립의 주체가 한국과 중국 등 피해국의 민간단체였기 때문에 이 기림비가 공식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건립을 한 민간단체들이 이 기림비를 샌프란시스코 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시가 공식적으로 기증을 받기로 함으로써 이 구조물은 사실상 시가 만든 것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된 겁니다.

기림비 건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한인 단체의 말을 잠깐 들어보시죠.

[김현정 / 가주 한미포럼 위안부 정의연대 : 2년 전에 이 기림비를 세우고 싶다고 제출한 그 결의안 안에도 위안부 문제의 역사와 의미가 상세하게 담겨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결의안을 통과했을 때부터 이미 샌프란시스코 시 의회에서는 이 위안부 역사의 의미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만장일치로 통과가 됐었습니다.]

[앵커]
민간인이 건립한 것과 시의 공식 소유물이 된 것과는 의미상의 차이가 큰 것 같은데요, 일본은 역시 반발을 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은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일종의 대정부 질의 성격의 논의를 했고요, 아베 총리는 무거운 표정으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아베는 애드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고 밝혔고, 샌프란시스코와 60년 동안 자매도시 관계였던 일본 오사카 시는 자매 결연을 끊는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오사카 시장은 앞서 자매결연 파기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결국 기림비를 수용하자, "매우 유감이다. 신뢰관계는 없어졌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오늘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를 포함해 미국 등지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앵커]
앞서 글렌데일 소녀상도 건립 과정과 건립 이후에 일본 측의 끈질긴 방해공작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상 LA라 할 수 있는 글렌데일 시 중앙공원에 지난 2013년 7월, 소녀상이 건립됐는데요, 시의 허가 과정에서부터 일본 우익 단체는 물론 정부까지 직접 나서 끈질긴 방해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논쟁이 계속될수록 진실이 더 드러나게 돼, 글렌데일 시는 건립 허가를 했는데요, 일본은 건립 이후에도 철거를 주장하는 소송을 집요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지난 3월 미 연방 대법원까지 일본의 주장은 들어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쐐기를 박았습니다.

글렌데일 시는 2년에 걸친 소송전의 인력과 비용을 자체적으로 대면서도 보편적 상식을 위해 싸운 것입니다.

위안부 관련 구조물이 세워질 때마다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곳이 없는데요, 이런 방해를 의연히 뚫고 미국에만 소녀상 4곳을 포함해 각종 형태의 위안부 기림비 11기가 당당히 서 있습니다.

[앵커]
네, 역사를 사실대로 되새기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에 생떼를 부리는 한심한 행태가 이제는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기봉 특파원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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