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스위스 국민 76% 조건없이 300만원 지급? 아직은 무리

[신율의출발새아침] 스위스 국민 76% 조건없이 300만원 지급? 아직은 무리

2016.06.07. 오전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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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출발새아침] 스위스 국민 76% 조건없이 300만원 지급? 아직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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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6월 7일(화요일)
□ 출연자 :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기본소득네트워크 前대표)


-스위스, 전 국민 조건 없이 기본소득 보장안, 혁명적
-스위스 기본소득 보장 예산 GDP의 30% 예상돼, 현실가능성 ↓
-스위스 국민, “언젠간 하게 될 것, 당장은 무리”
-기본소득 보장, 천동설을 지동설로 바꾸는 것
-핀란드, 약 1만 명(80만원 선) 기본소득 보장 실험 돌입
-핀란드, 기본소득 지급 시 노동에 소홀할진 지켜봐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스위스에서, 노동을 하고 안 하고 상관없이 성인에게 우리나라 돈으로 월 30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습니다. 결과는요. 국민의 약 80%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는데. 복지냐, 포퓰리즘이냐, 논란이 많았던 이 기본소득안에 스위스 국민들은 왜 반대의 뜻을 표했을지,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이하 강남훈): 네, 안녕하세요.

◇ 신율: 기본소득 3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러니까 이게 정확히 이야기하면, 정부가 전 국민의 기본소득을 300만 원 선에서 유지시켜주겠다, 이 이야기죠? 300만 원 넘게 벌면 이 돈을 안 받는 거죠?

◆ 강남훈: 아니요. 그런 게 아니고요.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정부에서 일정한 금액을 아무 조건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겁니다.

◇ 신율: 그러면 300만 원짜리 월급쟁이는 정부한테 300만원을 받아서 600만원을 받는다는 말씀이세요?

◆ 강남훈: 그렇습니다. 바로 그게 기본소득의 특징인데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기초연금 같은 게 있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께서 후보시절에 공약하셨던 거요. 모든 노인에게,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이 30만원씩 주겠다는, 그런 것이 바로 기본소득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스위스에서 300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요. 그런 안으로 언론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안은 잘못 알려진 것이에요. 왜냐면 정작 개정안 자체는 스위스 헌법 개정안이거든요. 그러니까 헌법에 정부는 모든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을 넣는 안입니다. 그런데 헌법 개정안을 제안하면서 스위스 운동 단체들이, 자기들이 만든 재정 모델의 한 예로 1인당 300만원 씩 주자는 제안을 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헌법 개정안 자체는 금액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데, 언론에 300만원이 보도되면서 그 안에 대해 투표하는 것으로 알려져서 조금 아쉽습니다.

◇ 신율: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을 정리해보면, 이번 국민투표라는 건 실제로 기본소득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이에 대한 투표 여부가 아니라 헌법 개정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이 투표였다는 말씀이시고, 두 번째로는 300만원이라는 투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말씀이신가요?

◆ 강남훈: 아니요. 그런 게 아니고요. 이번에 투표한 안은 헌법 개정안이고, 그 개정안 중에 모든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다는 거죠.

◇ 신율: 그게 헌법 개정안의 한 부분인가요? 아니면 헌법 개정안 전부가 기본소득에 관한 것인가요?

◆ 강남훈: 그렇죠. 헌법 개정안이 그거라는 이야기죠. 헌법 개정을 하면서 기본소득을 넣자는 안이죠.

◇ 신율: 그러니까 그걸 넣기 위해서 헌법이 개정될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 강남훈: 네.

◇ 신율: 알겠습니다. 그 다음은요?

◆ 강남훈: 그런데 기본소득 금액이 300만원이라고 정해진 투표는 아니었다는 말이죠.

◇ 신율: 그게 무슨 뜻이죠?

◆ 강남훈: 그러니까 헌법 개정안에 300만원이라는 금액이 정해진 개정안이 아니라는 거죠.

◇ 신율: 그러니까 기본소득에 관한 부분은 포함이 되어 있지만, 그걸 300만원이다, 아니다, 이렇게 수적으로 표현은 안 되었다는 말씀이시죠?

◆ 강남훈: 그렇죠. 그렇게 되고요. 그 300만원이라는 금액은 다만 그 헌법개정안을 제출한 운동단체가 얼마쯤이면 되겠다는 하나의 예로 제시한 겁니다. 개정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요.

◇ 신율: 알겠습니다. 그러면 말이에요. 지금 어쨌든 80%가 반대했어요. 그건 기본소득에 반대한다고 이해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 강남훈: 네.

◇ 신율: 왜 그렇게 나왔다고 보세요?

◆ 강남훈: 일단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것은 기존의 경제, 사회 제도를 바꾸는 혁명적인 안입니다. 모두에게,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무조건 일정한 액수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혁명적인 거죠. 그런데 그 안에 대해서 23%가 찬성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죠. 그래서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스위스 운동단체들은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시작할 때는 3%가 찬성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운동하는 과정에서 23%로 높아진 것이죠. 그런데 만약 스위스에서 1인당 300만원이라는 재정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원래 헌법개정안처럼 그냥 모든 국민은 기본소득에 대한 권리가 있다. 이 말만 했더라면 지지율이 훨씬 더 높았을 것 같습니다. 스위스 국민들이 걱정했던 것은 스위스 경제가 그만큼 높은 기본소득을 집행할 힘이 있겠냐? 그 기본소득 예산이 GDP의 30%나 되었거든요. 그것과 더불어서 그렇게 많이 받으면 누가 노동을 하겠냐? 이런 것들 때문에 부결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안 알려져 있는 것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투표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여론조사를 한 게 있습니다. 출구조사 같은 거죠. 그런데 반대투표자의 70%가 한 25년 뒤에는 될 것 같다.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찬성 투표자들은 15년 뒤에 될 것 같다, 이렇게 대답을 했고요. 그리고 대부분이 아마도 몇 년 뒤에 다시 투표하게 될 거다. 이렇게 예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앞으로 언젠가는 하게 될 텐데, 지금 당장 그만한 금액을 하는 건 무리다, 이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 신율: 그런데 저는 사실 물이 잔에 채워져 있을 때 반밖에 안 남았다, 반이나 남았다, 이렇게 표현이 달라지듯이, 저는 사실 뭐라고 생각했느냐면, 야, 이거 300만원이나 정부가 기본소득 보장해준다는데 이거 좋은 거 아닌가? 많은 국민들이 다 찬성할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3%만 찬성했다가 23%가 찬성하게 되어서 기뻐하고 있다, 저는 사실 그 23%밖에 찬성 안 한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 강남훈: 네, 이건 생각해보면 사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안이거든요. 이때까지 모든 복지제도는 노동을 하는 사람을 전제로, 누구나 노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의 대가로 자기가 먹고 사는 거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생각을 바꾸고, 노동하지 않더라도 인간으로 태어나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는 것은, 천동설을 지동설로 바꾸는 것처럼 혁명적인 이야기입니다.

◇ 신율: 그렇죠. 혁명적이고 뭐 다 좋은데요. 문제는 지속가능성 아니겠어요? 제가 알기론 복지에서 제일 중요한 게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는데,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 강남훈: 네, 그러니까 스위스의 논쟁은, GDP의 30%라는 금액은 지속가능성을 넘어서는 금액이라고 판단한 거죠. 만약 그것이 10% 정도였다, 예를 들어 GDP의 5% 정도였다. 그랬다면 많은 국민들이 오히려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예를 들면 핀란드가 곧 실험을 시작하거든요. 내년부터.

◇ 신율: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나요?

◆ 강남훈: 그렇죠. 실험을 합니다. 한 1만 명 정도. 그리고 작은 금액을 보장해줍니다. 무조건 주는 금액이니까요.

◇ 신율: 얼마 정도죠?

◆ 강남훈: 우리나라 돈으로 한 80만 원 정도입니다.

◇ 신율: 그러면 제가 한 가지 궁금한 게요. 우리나라에서도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있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있죠. 그러면 핀란드에서 80만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받는 금액과 비슷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물가를 고려하면요. 그러면 결국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것도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강남훈: 그렇지는 않고요. 다른 점이 우리는 기초생활수급자만 주잖아요. 그런데 모든 국민에게 다 주겠다는 거죠.

◇ 신율: 그런데 핀란드가 실험을 할 때는 1만 명만 준다고 하셨잖아요.

◆ 강남훈: 그건 실험이니까 그렇죠.

◇ 신율: 그러니까 우리도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죠.

◆ 강남훈: 그것과는 다르죠. 왜냐면 우리는 가장 가난한 사람만 골라서 주잖아요. 그건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아니죠. 정책이죠. 핀란드의 실험 부자도 고르고, 일하는 사람도 고르고, 그래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80만원의 기본소득을 줬더니 일을 더 열심히 하는지, 그것 받아서 노는지, 그걸 실험해보겠다는 거죠.

◇ 신율: 그렇군요. 어쨌든 기본소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세계적인 관심사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스위스의 사례가 굉장히 뜻 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인 것 같고요.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다음에 좀 시간을 길게 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남훈: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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