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90초] '네팔의 꿈+1'

[개념90초] '네팔의 꿈+1'

2015.05.03. 오전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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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꿈+1'

하늘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히말라야를 품고 '신이 허락한 땅'이란 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있음에도, 정작 이곳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UN 2015 세계행복지수'에 따르면 네팔은 조사 대상 158개국 가운데 121위인데, 이는 분쟁이 끊이질 않는 이라크(112위)나 대지진의 참화가 아물지 않은 아이티(119위)보다도 낮은 최하위권에 해당합니다.

왕정이 2008년 막을 내린 이후, 네팔은 중국 영향을 받는 네팔공산당과 다른 정당들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아직 헌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 기본 틀인 헌정이 부재한데, 국민 삶이 제대로 영위될 리 만무합니다.

네팔 최대 종교인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카스트는 사람을 계급으로 갈랐고, 이는 사회적 합의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차별은 그 어떤 가치와도 양립할 수 없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네팔이 처한 현실은 필연적 가난을 불러 왔고, 그 무게는 해마다 가중되고 있습니다.

1인당 GDP가 2014년 기준 698.59달러로 세계 168위에 머물러 있는 이유입니다.

무엇이 이보다 더 가혹할 수 있을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1년 만에 난 최악의 지진은 이 가여운 나라를 처참히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지난달 25일 수도 카트만두 북서쪽 81km 지점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강진은 힘겹게 살아가던 네팔의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국가 GDP의 35%가 일시에 사라졌고, 경제는 10년 이상의 퇴보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네팔의 복구와 재건이 자력으론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문화유산, 자연유산 피해도 심각한 지경입니다.

네팔에 있던 7곳의 세계문화유산 중 빔센 타워(다라하라 탑)와 스와얌부나트 스투파 등 4곳이 상당 부분 파괴되었고, 히말라야 27개 산악지역 중 25곳도 훼손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인명피해입니다.

고립 분절된 지리환경과 턱없이 부족한 시스템 및 장비로 인해 제대로 된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죠.

네팔 정부는 2일 현재 사망자 수가 6,600명을 넘었고, 부상자는 1만4천 명에 이른다고 밝혔으나, 사망자만 1만5천 명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전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의 구호의 손길이 네팔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119구조대와 구호자금 100만 달러, 구호물품 50만 달러어치 등을 네팔에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고, 민간의 도움도 속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팔인 무케시 카날 씨는 "최빈국을 벗어나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던 '네팔의 꿈'이 일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네팔은 모든 것이 절망에 빠져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선 연일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매몰자들의 생환 소식입니다.

각국 구조대가 하나가 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훨씬 큰 상황입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에 의하면 최대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세상 모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네팔 사람들 역시 먼 이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이들이 '행복한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희망 하나를 더해주세요.

이상엽 [sylee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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