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대국 일본의 그늘...'가족해체'

장수대국 일본의 그늘...'가족해체'

2010.08.09. 오전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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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장수대국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일본에서 요즘 난데없이 장수 노인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00세 이상 고령자들이 잇따라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에는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가족들도 행방을 모르는 이른바 유령의 고령자 문제 때문입니다.

도쿄 김상우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먼저 장수 노인들에 대한 생존 확인 작업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중계 리포트]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도쿄에 사는 최고령 남성으로 알려졌던 111살의 '가토 소겐'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30여 년 전에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부터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30여 년전 숨졌는데도 노령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미이라 상태로 방치하며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가토 할아버지 통장에 우리 돈으로 1억 3,000만 원쯤의 연금이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3,000만 원쯤이 인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각 자치단체가 일제히 100세 이상 고령자의 생존 여부를 긴급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행방이 묘연한 실종자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까지 확인된 수만 6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 실종자들은 자치단체로부터 '장수 축하장'과 선물을 받거나 연금을 타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조사가 100살 이상을 대상으로만 진행되고 있는데요, 만약에 나이를 더 낮춰서 조사가 이뤄질 경우 그 수는 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예컨대 80살 이상 등의 전체 실태조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문]

일본인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지금까지 확인된 실종 사례 가운데는 가족들이 연금을 계속 타기 위해 사망 신고를 하지 않거나 연금은 타면서도 가족 관계를 끊어 행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수십 년 전 부모가 행방불명 됐는데도 찾아보지도 않고, 연락한 지 50년 됐다는 등 가족들로부터 버림 받은 실종 고령자 사례가 많았습니다.

또 담당 공무원들은 고령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집을 찾아갔지만 노인들이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가족 등의 말 한마디에 손을 놓아버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을 과연 어디까지 보호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계와 복지, 가족 관계는 물론 일본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은 행정 당국이 미처 고령화 사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가 이제 터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장과 담당 부처 장관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모리타 모리타 겐사쿠, 지바현 지사]
"일본이란 나라가 정말로 의리도 인정도 옅어졌습니다."

[인터뷰:나가쓰마 아키라, 후생노동상]
"후생노동성내에서 제대로 논의해서 필요한 대책을 세워가겠습니다."

[질문]

일본은 장수 국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데, 그 명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요?

[답변]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장수 국가인데 그 성장의 기틀을 잡아온 과거의 주역들이라 할 수 있는 노인들이 폐기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지적입니다.

즉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족관계가 소원해지고 그 결과 노인이 방치되고 노인이 실종되게 됐다는 것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81%가 가족 간 연결고리가 약화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를 지탱해온 전통적인 공동체 관계, 예컨대 혈연이나 지연 등의 인적 연결망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이른바 '무연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현재 가족이나 친족, 이웃 등과 아무런 접촉이 없이 살다가 혼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른바 '무연사 또는 고독사'의 수가 매년 3만 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또 혼자 사는 가구가 1990년대부터 증가해 현재 독신 가구가 1,500만 가구쯤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지금과 같은 가족 관계의 해체와 공동체의 무관심 때문에 이들 독신 가구도 언제든지 고독사할 수 있는 예비 집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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