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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10월 06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가해남성, 본인 회사 여직원 상대 "3년간 범행" 자백
- 경찰, 범행장소인 사무실 PC 포렌식 안한 채 동영상 증거 기준 범행기간 49일로 검찰 넘겨
- 검찰, 보완수사 없이 그대로 기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사건은 회사 여직원 A씨가 여자화장실에서 가로세로 2.5센티미터의 초소형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뉴스에서나 보던 불법촬영 카메라가 내가 다니는 회사 화장실에 설치돼있었다니. 도대체 누가 이랬고, 언제부터 있던 건지, 또 그 안에 무엇이 찍혔을지. A씨는 불안했습니다. 소름끼쳤죠. 그렇게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뜻밖의 인물이 경찰을 찾았습니다. 약 3년 전부터 불법 촬영을 해왔다는 이 남성. 화장실 뿐만도 아니었습니다. 여직원들의 책상 밑에서도 카메라가 발견됐는데 이 남성의 정체... 바로 이 회사 대표의 아들이었다고 하죠.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최근 이 사건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왔는데요. 피해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한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가해자 본인은 3년간 범행했다 자백했는데, 왜 재판에 넘겨진 건 49일뿐이었을까요? 자수와 촬영 실험, 회사 대표 아들이란 지위는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권은택 변호사 (이하 권은택)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불법촬영 문제, 사회적으로도 큰 문젠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떤 사건인지부터 정리해볼까요?
◇ 권은택 :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7월, 제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직원 한 분이 여자화장실 용변칸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발견하고, 곧바로 그 카메라를 들고 회사 임원에게 알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임원이 바로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임원인 40대 남성이었는데요, 그 자리에선 자기가 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요. 회사도 바로 신고하지 않아서, 주말이 지난 월요일쯤에야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고 전해집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결국 이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는데 그 사이 일부 영상은 이미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여자 화장실 뿐 아니라 여직원의 책상 밑에서도 카메라가 발견됐다면서요?
◇ 권은택 : 네, 화장실만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23년 11월쯤 회삿돈으로 내시경 카메라를 샀다고 하는데요. 이 카메라를 같은 부서 여직원 책상 밑에 설치하고 선을 자기 휴대폰에 연결해서 치마 밑 등을 촬영했다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지켜보기도 하고, 일부는 녹화해서 저장까지 했다고 하고요. 더 기가 막힌 건 수법인데요. 피해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그 직원이 자리에 앉으면 휴대폰 보는 척하면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상사라는 위치를 그대로 범행에 이용한 거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정말 소름 끼치는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이원화 : 지금까지도 소름이 끼치는데, 또 뭐가 있는 거죠?
◇ 권은택 : 바로 '연습'을 했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범행 이전부터 배우자가 샤워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제대로 찍히는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자기 아내를 상대로 먼저 시험해봤다는 것입니다. 우발적인 범행과는 거리가 멀고, 굉장히 계획적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따로 기소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별도의 죄로 처벌한 건 아니지만, 범행이 얼마나 계획적이었는지 판단하는 자료로는 삼은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같은 경우, 일반적인 몰카범죄랑 좀 다른 부분이라면 가해자가 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회사 임원이었거든요.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런 지위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까? 영향이 있나요?
◇ 권은택 : 법에 '대표 아들이면 더 무겁게 처벌한다'는 조항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형량을 정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판사는 범행 동기나 수법, 피해자와의 관계까지 다 따져서 형을 정하는데요, 이 사건처럼 회사 오너 일가인 상사가 자기 지위를 이용했다면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재판부도 '회사 대표 아들로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공간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가 대표 아들이면 이상한 낌새가 있어도 문제 삼기 어렵고, 신고한 뒤에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합니다. 가해자는 바로 그 구조를 이용한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이 논란이 됐던 게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기간’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3년 전부터 범행한 것 같다” 진술했어요. 그런데 실제 재판에 넘겨진 범행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던 것 같은데, 이건 왜 그런 거죠?
◇ 권은택 : '자백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피고인이 '제가 했습니다' 해도 그걸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가 없으면 유죄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억지 자백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겼던 역사 때문에 생긴 원칙입니다. 또 공소장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범행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3년 전쯤부터 찍은 것 같다' 정도로는 재판에 넘길 수 없는 거죠. 결국 휴대폰이나 PC에서 실제로 확인된 자료로 뒷받침되는 범위가 화장실 범행 한 건, 그리고 책상 밑 촬영 49일이었다는 게 수사기관 설명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피해여성들이 부실수사를 주장했다고 하던데요. 결국 그 3년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대로 찾아봤냐,는 거잖아요.
◇ 권은택 : 네, 바로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 남성이 스스로 낸 휴대폰과 집 PC만 포렌식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범행 장소는 회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이 남성이 쓰던 사무실 PC를 포렌식해 달라고 했는데, 경찰은 동영상 파일을 검색해 보는 데 그쳤습니다. 문제는 파일을 지우면 단순 검색으론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경찰 설명도 일리는 있습니다. 포렌식은 피해자가 요청한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PC가 범행에 쓰였다는 정황이 있어야 영장도 받고 압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본인이 3년이라고 자백했고, 2023년 11월에 카메라를 산 기록도 있었고, 영상을 지운 정황까지 있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았나, '피의자가 주는 것만 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 검찰도 그냥 그대로 기소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검찰 단계에서 추가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걸까요?
◇ 권은택 :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으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추가 수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기록만 봐도 '본인은 3년이라는데 공소장은 49일'이라는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까지 넉 달 가까이 보완수사 요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당시 인력이 부족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요. 아이러니한 건,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하면서 '범행 기간이 장기간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는 겁니다. 장기간이라고 보면서도 그 기간을 입증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이죠.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기보다는, 확인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앞서 이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이야기해주셨는데 흔히 자수하면 형 깎아준다란 말 있잖아요. 이 남성도 그런 감경을 기대했을까요? 실제 이번 재판에서 자수로 감형이 됐습니까?
◇ 권은택 : 기대는 했을 겁니다. 형법상 자수하면 형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1심에선 검찰 구형 그대로 징역 3년이 선고됐으니, 자수 감경은 반영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이 남성은 피해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왔을 때 아무 말도 안 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찾아갔고, 그 사이 영상 일부를 지웠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진정한 자수라고 보긴 어려웠을 겁니다.
◆ 이원화 : 그래서 1심에서 실형이 나왔습니까?
◇ 권은택 : 네,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이 남성은 법정에서 바로 구속됐습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도 함께 내려졌고요. 이 남성 측은 초범이고 잘못을 모두 인정했고, 공탁금까지 걸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는데요. 피해자들은 공탁금 수령을 거절했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초범인데도 구형 그대로 실형이 나온 건, 결코 가벼운 판결이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판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재판부가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보다 드러나지 않는 범행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적했거든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했을 것 같은데 항소심에서 달라질 여지가 있을까요?
◇ 권은택 :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범위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범행을 판사가 직접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달라지려면 결국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합니다. 회사 PC를 제대로 포렌식하고, 삭제된 영상을 복원하고, 카메라를 산 2023년 11월 이후 촬영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거죠. 추가 범행이 확인되면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추가로 기소할 수 있고, 반복된 범행이 입증되면 상습범으로 더 무겁게 처벌될 여지도 생깁니다. 다만 피고인만 항소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면,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들이 추가적으로 요구하거나 문제제기할 수 있는 절차나 방법들도 있을까요?
◇ 권은택 : 네,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드러나지 않은 범행에 대해 새로 고소하면서, 회사 PC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재판 단계에선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진술하거나 의견서를 낼 수 있고, 재판 기록 열람·복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국선 피해자 변호사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수사 단계에서 안내를 제대로 못 받았다는 주장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요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형사재판 안에서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배상명령 신청도 가능하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신다면 경찰 감찰 부서 민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유포가 걱정되신다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모니터링과 삭제 지원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궁금한 건 범행장소가 회사였고, 가해자나 회사임원이자, 대표 아들이었잖아요. 사실관계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신고가 늦어서 과태료를 받았다는 일부 보도도 있던데 피해자들이 가해자 뿐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나요? 이럴 때 회사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요?
◇ 권은택 : 네, 있습니다. 먼저 '사용자 책임'인데요.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회사도 함께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회사 안에서 근무 중에, 업무 지시를 하는 상사 지위를 이용해 벌어졌고, 카메라도 회삿돈으로 샀다고 합니다.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두 번째는 회사 자체의 잘못입니다.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이 생기면 지체 없이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도대로 대응이 늦어 과태료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영상이 삭제됐다면 그 책임도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또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그건 별도로 처벌받는 행위입니다. 물론 회사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해자가 대표 아들인 회사에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회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6년 10월 06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가해남성, 본인 회사 여직원 상대 "3년간 범행" 자백
- 경찰, 범행장소인 사무실 PC 포렌식 안한 채 동영상 증거 기준 범행기간 49일로 검찰 넘겨
- 검찰, 보완수사 없이 그대로 기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사건은 회사 여직원 A씨가 여자화장실에서 가로세로 2.5센티미터의 초소형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뉴스에서나 보던 불법촬영 카메라가 내가 다니는 회사 화장실에 설치돼있었다니. 도대체 누가 이랬고, 언제부터 있던 건지, 또 그 안에 무엇이 찍혔을지. A씨는 불안했습니다. 소름끼쳤죠. 그렇게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뜻밖의 인물이 경찰을 찾았습니다. 약 3년 전부터 불법 촬영을 해왔다는 이 남성. 화장실 뿐만도 아니었습니다. 여직원들의 책상 밑에서도 카메라가 발견됐는데 이 남성의 정체... 바로 이 회사 대표의 아들이었다고 하죠.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최근 이 사건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왔는데요. 피해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한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가해자 본인은 3년간 범행했다 자백했는데, 왜 재판에 넘겨진 건 49일뿐이었을까요? 자수와 촬영 실험, 회사 대표 아들이란 지위는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권은택 변호사 (이하 권은택)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불법촬영 문제, 사회적으로도 큰 문젠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떤 사건인지부터 정리해볼까요?
◇ 권은택 :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7월, 제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시작됐습니다. 여직원 한 분이 여자화장실 용변칸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발견하고, 곧바로 그 카메라를 들고 회사 임원에게 알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임원이 바로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임원인 40대 남성이었는데요, 그 자리에선 자기가 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요. 회사도 바로 신고하지 않아서, 주말이 지난 월요일쯤에야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고 전해집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결국 이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는데 그 사이 일부 영상은 이미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여자 화장실 뿐 아니라 여직원의 책상 밑에서도 카메라가 발견됐다면서요?
◇ 권은택 : 네, 화장실만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23년 11월쯤 회삿돈으로 내시경 카메라를 샀다고 하는데요. 이 카메라를 같은 부서 여직원 책상 밑에 설치하고 선을 자기 휴대폰에 연결해서 치마 밑 등을 촬영했다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지켜보기도 하고, 일부는 녹화해서 저장까지 했다고 하고요. 더 기가 막힌 건 수법인데요. 피해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그 직원이 자리에 앉으면 휴대폰 보는 척하면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상사라는 위치를 그대로 범행에 이용한 거죠.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정말 소름 끼치는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이원화 : 지금까지도 소름이 끼치는데, 또 뭐가 있는 거죠?
◇ 권은택 : 바로 '연습'을 했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범행 이전부터 배우자가 샤워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제대로 찍히는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자기 아내를 상대로 먼저 시험해봤다는 것입니다. 우발적인 범행과는 거리가 멀고, 굉장히 계획적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따로 기소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별도의 죄로 처벌한 건 아니지만, 범행이 얼마나 계획적이었는지 판단하는 자료로는 삼은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같은 경우, 일반적인 몰카범죄랑 좀 다른 부분이라면 가해자가 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회사 임원이었거든요.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런 지위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까? 영향이 있나요?
◇ 권은택 : 법에 '대표 아들이면 더 무겁게 처벌한다'는 조항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형량을 정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판사는 범행 동기나 수법, 피해자와의 관계까지 다 따져서 형을 정하는데요, 이 사건처럼 회사 오너 일가인 상사가 자기 지위를 이용했다면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재판부도 '회사 대표 아들로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공간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가 대표 아들이면 이상한 낌새가 있어도 문제 삼기 어렵고, 신고한 뒤에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합니다. 가해자는 바로 그 구조를 이용한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이 논란이 됐던 게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기간’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3년 전부터 범행한 것 같다” 진술했어요. 그런데 실제 재판에 넘겨진 범행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던 것 같은데, 이건 왜 그런 거죠?
◇ 권은택 : '자백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피고인이 '제가 했습니다' 해도 그걸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가 없으면 유죄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억지 자백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겼던 역사 때문에 생긴 원칙입니다. 또 공소장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범행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3년 전쯤부터 찍은 것 같다' 정도로는 재판에 넘길 수 없는 거죠. 결국 휴대폰이나 PC에서 실제로 확인된 자료로 뒷받침되는 범위가 화장실 범행 한 건, 그리고 책상 밑 촬영 49일이었다는 게 수사기관 설명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피해여성들이 부실수사를 주장했다고 하던데요. 결국 그 3년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대로 찾아봤냐,는 거잖아요.
◇ 권은택 : 네, 바로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 남성이 스스로 낸 휴대폰과 집 PC만 포렌식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범행 장소는 회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이 남성이 쓰던 사무실 PC를 포렌식해 달라고 했는데, 경찰은 동영상 파일을 검색해 보는 데 그쳤습니다. 문제는 파일을 지우면 단순 검색으론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경찰 설명도 일리는 있습니다. 포렌식은 피해자가 요청한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PC가 범행에 쓰였다는 정황이 있어야 영장도 받고 압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본인이 3년이라고 자백했고, 2023년 11월에 카메라를 산 기록도 있었고, 영상을 지운 정황까지 있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았나, '피의자가 주는 것만 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 검찰도 그냥 그대로 기소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검찰 단계에서 추가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걸까요?
◇ 권은택 :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으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추가 수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기록만 봐도 '본인은 3년이라는데 공소장은 49일'이라는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까지 넉 달 가까이 보완수사 요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당시 인력이 부족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요. 아이러니한 건,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하면서 '범행 기간이 장기간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는 겁니다. 장기간이라고 보면서도 그 기간을 입증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이죠.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기보다는, 확인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앞서 이 남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이야기해주셨는데 흔히 자수하면 형 깎아준다란 말 있잖아요. 이 남성도 그런 감경을 기대했을까요? 실제 이번 재판에서 자수로 감형이 됐습니까?
◇ 권은택 : 기대는 했을 겁니다. 형법상 자수하면 형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1심에선 검찰 구형 그대로 징역 3년이 선고됐으니, 자수 감경은 반영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이 남성은 피해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왔을 때 아무 말도 안 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찾아갔고, 그 사이 영상 일부를 지웠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진정한 자수라고 보긴 어려웠을 겁니다.
◆ 이원화 : 그래서 1심에서 실형이 나왔습니까?
◇ 권은택 : 네,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이 남성은 법정에서 바로 구속됐습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도 함께 내려졌고요. 이 남성 측은 초범이고 잘못을 모두 인정했고, 공탁금까지 걸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는데요. 피해자들은 공탁금 수령을 거절했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초범인데도 구형 그대로 실형이 나온 건, 결코 가벼운 판결이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판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재판부가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보다 드러나지 않는 범행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적했거든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했을 것 같은데 항소심에서 달라질 여지가 있을까요?
◇ 권은택 :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범위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범행을 판사가 직접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달라지려면 결국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합니다. 회사 PC를 제대로 포렌식하고, 삭제된 영상을 복원하고, 카메라를 산 2023년 11월 이후 촬영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거죠. 추가 범행이 확인되면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추가로 기소할 수 있고, 반복된 범행이 입증되면 상습범으로 더 무겁게 처벌될 여지도 생깁니다. 다만 피고인만 항소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면,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들이 추가적으로 요구하거나 문제제기할 수 있는 절차나 방법들도 있을까요?
◇ 권은택 : 네,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드러나지 않은 범행에 대해 새로 고소하면서, 회사 PC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재판 단계에선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진술하거나 의견서를 낼 수 있고, 재판 기록 열람·복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국선 피해자 변호사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수사 단계에서 안내를 제대로 못 받았다는 주장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요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형사재판 안에서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배상명령 신청도 가능하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신다면 경찰 감찰 부서 민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유포가 걱정되신다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모니터링과 삭제 지원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궁금한 건 범행장소가 회사였고, 가해자나 회사임원이자, 대표 아들이었잖아요. 사실관계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신고가 늦어서 과태료를 받았다는 일부 보도도 있던데 피해자들이 가해자 뿐 아니라 회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나요? 이럴 때 회사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까요?
◇ 권은택 : 네, 있습니다. 먼저 '사용자 책임'인데요.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회사도 함께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회사 안에서 근무 중에, 업무 지시를 하는 상사 지위를 이용해 벌어졌고, 카메라도 회삿돈으로 샀다고 합니다.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두 번째는 회사 자체의 잘못입니다.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이 생기면 지체 없이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도대로 대응이 늦어 과태료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영상이 삭제됐다면 그 책임도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또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그건 별도로 처벌받는 행위입니다. 물론 회사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해자가 대표 아들인 회사에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회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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