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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남자 축구 4회 연속, 야구 5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쏟아지는 건 축하보다 병역 혜택을 둘러싼 비판입니다.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엄지성 선수의 결승골로 일본을 1대 0으로 꺾었습니다. 대회 내내 전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낸 값진 우승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직후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우승의 의미를 퇴색시켰습니다. 박승수 선수는 라커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병역 혜택을 자축하는 수준을 넘어, 군 복무 중인 또래 장병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맏형 이기혁 선수는 결승 직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카메라 앞에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기혁 선수는 대회 전에도 해외에 나가려면 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금메달을 따면 더 좋은 제안이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민혁 선수 역시 군 복무를 마친 선배들의 이야기가 우승의 자극제가 됐다며 병역 문제를 동기로 꼽아 논란을 키웠습니다.
여론이 더 싸늘해진 이유는 기여도였습니다. 박승수 선수는 교체로 세 경기, 16분을 뛰는 데 그쳤고, 양민혁 선수는 대회 내내 부진하다 결승에서야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결승골을 포함해 4골 4도움을 올린 주장 엄지성 선수는 병역보다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뭉친 결과라며, 이제 소속팀에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과거 선배들의 발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2014년 인천 대회의 김신욱 선수는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위해 뛰자고 후배들에게 당부했습니다. 2018년 손흥민 선수는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고 병역 혜택은 두 번째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항저우 대회의 이강인 선수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인 만큼 병역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야구대표팀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프로 선수로 꾸린 한국은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대회 도중 0대 5로 완패했고, 결승 재대결에서도 고전 끝에 3대 1로 이겼습니다. 대표팀 24명 가운데 16명이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대회 직전 코뼈 골절상을 입고도 출전을 강행한 김도영 선수를 두고는, 병역 혜택이 걸리지 않았어도 그랬겠느냐는 뒷말까지 나왔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건 흔히 말하는 병역 면제가 아닙니다. 정식 명칭은 '예술·체육요원'으로,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고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채워야 하는 보충역 제도입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북한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뒤,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이듬해 도입됐습니다.
1990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로 대상이 크게 줄었고, 2002년 월드컵 16강과 2006년 WBC 4강이 추가됐다가 형평성 논란 끝에 2008년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존폐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건 2018년이었습니다. 야구대표팀 선발 논란으로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했고, 정부는 이듬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폐지까지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연간 편입 인원이 45명 안팎으로 병력 확보 효과는 작은 반면, 국민 사기 진작 효과는 크다는 판단에 따라 제도는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병무청은 지난 8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보충역의 단계적 감축과 폐지 방안이 최종 검토 단계에 있으며, 예술·체육요원도 상당 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제도 개편 논의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도의 취지 자체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은 1984년 LA 올림픽 이후 줄곧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았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일본이 야구는 사회인 선수로, 축구는 21세 이하 선수로 대표팀을 꾸릴 만큼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꼽힙니다.
국위선양이라는 기준을 두고는 방탄소년단, BTS와 비교하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 음악 시장을 이끌며 국가 이미지를 높인 BTS는 병역 특례 대상이 아니었고, 결국 멤버 7명 전원이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지만, 2020년 법 개정으로 입영 연기만 허용됐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과연 이들보다 더 큰 국위선양이냐는 물음이 다시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수들은 주어진 규정 안에서 정당하게 금메달을 땄고, 특정 종목을 표적 삼아 비난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겁니다. 전성기가 짧은 운동선수에게 군 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은 치명적인 만큼, 제도를 없애기보다 누적점수제 도입 등으로 정교하게 다듬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선수촌에서 SNS 활용과 인터뷰 교육을 하고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즉흥적인 발언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야구처럼 선수촌에 들어오지 않는 종목은 개별 관리가 쉽지 않다며, 국가대표다운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으로 시작된 제도가 어느덧 반세기를 넘겼습니다. 금메달이 국민에게 기쁨을 준 대가였는지, 아니면 개인의 숙제를 푸는 열쇠였는지. 이번 대회가 남긴 질문은 경기장 밖에서 더 무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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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엄지성 선수의 결승골로 일본을 1대 0으로 꺾었습니다. 대회 내내 전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 속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낸 값진 우승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직후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우승의 의미를 퇴색시켰습니다. 박승수 선수는 라커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른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습니다. 병역 혜택을 자축하는 수준을 넘어, 군 복무 중인 또래 장병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AG 축구대표팀 박승수 선수 SNS 캡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맏형 이기혁 선수는 결승 직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카메라 앞에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기혁 선수는 대회 전에도 해외에 나가려면 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금메달을 따면 더 좋은 제안이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민혁 선수 역시 군 복무를 마친 선배들의 이야기가 우승의 자극제가 됐다며 병역 문제를 동기로 꼽아 논란을 키웠습니다.
여론이 더 싸늘해진 이유는 기여도였습니다. 박승수 선수는 교체로 세 경기, 16분을 뛰는 데 그쳤고, 양민혁 선수는 대회 내내 부진하다 결승에서야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결승골을 포함해 4골 4도움을 올린 주장 엄지성 선수는 병역보다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뭉친 결과라며, 이제 소속팀에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과거 선배들의 발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2014년 인천 대회의 김신욱 선수는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위해 뛰자고 후배들에게 당부했습니다. 2018년 손흥민 선수는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고 병역 혜택은 두 번째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항저우 대회의 이강인 선수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인 만큼 병역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AG 우승 직후 셀카를 찍고 있는 야구대표팀
야구대표팀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프로 선수로 꾸린 한국은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대회 도중 0대 5로 완패했고, 결승 재대결에서도 고전 끝에 3대 1로 이겼습니다. 대표팀 24명 가운데 16명이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대회 직전 코뼈 골절상을 입고도 출전을 강행한 김도영 선수를 두고는, 병역 혜택이 걸리지 않았어도 그랬겠느냐는 뒷말까지 나왔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건 흔히 말하는 병역 면제가 아닙니다. 정식 명칭은 '예술·체육요원'으로,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고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채워야 하는 보충역 제도입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북한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뒤,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이듬해 도입됐습니다.
1990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로 대상이 크게 줄었고, 2002년 월드컵 16강과 2006년 WBC 4강이 추가됐다가 형평성 논란 끝에 2008년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존폐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건 2018년이었습니다. 야구대표팀 선발 논란으로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했고, 정부는 이듬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폐지까지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연간 편입 인원이 45명 안팎으로 병력 확보 효과는 작은 반면, 국민 사기 진작 효과는 크다는 판단에 따라 제도는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병무청은 지난 8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보충역의 단계적 감축과 폐지 방안이 최종 검토 단계에 있으며, 예술·체육요원도 상당 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제도 개편 논의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도의 취지 자체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은 1984년 LA 올림픽 이후 줄곧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았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일본이 야구는 사회인 선수로, 축구는 21세 이하 선수로 대표팀을 꾸릴 만큼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꼽힙니다.
국위선양이라는 기준을 두고는 방탄소년단, BTS와 비교하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 음악 시장을 이끌며 국가 이미지를 높인 BTS는 병역 특례 대상이 아니었고, 결국 멤버 7명 전원이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지만, 2020년 법 개정으로 입영 연기만 허용됐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과연 이들보다 더 큰 국위선양이냐는 물음이 다시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수들은 주어진 규정 안에서 정당하게 금메달을 땄고, 특정 종목을 표적 삼아 비난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겁니다. 전성기가 짧은 운동선수에게 군 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은 치명적인 만큼, 제도를 없애기보다 누적점수제 도입 등으로 정교하게 다듬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선수촌에서 SNS 활용과 인터뷰 교육을 하고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즉흥적인 발언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야구처럼 선수촌에 들어오지 않는 종목은 개별 관리가 쉽지 않다며, 국가대표다운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으로 시작된 제도가 어느덧 반세기를 넘겼습니다. 금메달이 국민에게 기쁨을 준 대가였는지, 아니면 개인의 숙제를 푸는 열쇠였는지. 이번 대회가 남긴 질문은 경기장 밖에서 더 무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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