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의아하고 이상해" 형사사건 전문가들이 입모은 살인·방화사건 [사건X파일]

"참 의아하고 이상해" 형사사건 전문가들이 입모은 살인·방화사건 [사건X파일]

2026.07.20. 오전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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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07월 20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강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불이 난 서울 강남의 한 빌라에서 20대 여성 A씨가 목 부위에 자상을 입은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보름여 만에 숨졌죠. 검찰은 A씨와 함께 살던 직장 동료이자 룸메이트인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B씨는 살인미수와 방화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죠. 실제 재판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빚이 존재했는지 여부는 핵심 쟁점이었죠. 한국판 아만다 녹스(Amanda Knox) 사건으로 불린 이른바 룸메이트 살인 사건 결과는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강호 변호사 (이하 김강호)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강호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 나눠볼 사건은 한때 한국판 아만다 녹스 사건으로 불렸던 그런 사건인데요. 먼저 이 사건 개요부터 한번 정리를 해 볼까요?

◇ 김강호 :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12년 서울 강남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시작됩니다. 화재 현장에서 20대 여성 피해자 A씨가 목 부위에 흉기에 찔린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보름여 뒤에 숨졌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 A씨와 함께 살던 룸메이트이자 직장 동료였던 피고인 B씨가 사건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피고인 B씨가 A씨를 흉기로 찌른 뒤 화재를 일으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사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B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 A씨가 스스로 자해하고 불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1심과 2심 대법원의 판단이 크게 엇갈리면서 이른바 한국판 아만다 녹스 사건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 이원화 : 검찰이 당시 룸메이트였던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이유는 뭡니까?

◇ 김강호 : 검찰은 여러 정황을 종합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우선 사건 전날 두 사람이 돈 문제로 크게 다툰 점을 중요한 범행 동기로 봤습니다. 또 사건 이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가족 및 지인에게 거액의 빚을 졌다는 문자 메시지가 발송됐는데, 검찰은 이것 역시 피고인 B씨가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해 보낸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또 시너와 라이터 기름통을 피해자 명의로 주문을 했지만 실제 이를 수령한 사람은 피고인 B씨였고, 사건 당일 차용증을 작성하게 하고 피해자의 동생에게 보증을 요구한 점도 계획 범행의 정황으로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과거 피해자가 키우던 강아지가 갑자기 눈이 풀리고 침을 흘리면서 숨을 쉬지 못해 피고인에게 물어보니까 난 몰라 이불 속에서 잘 놀던데 라고만 답해 강아지를 안락사 시켜야 했던 사건, 그리고 피고인이 건넨 정체불명의 음료를 마신 뒤 피해자가 실신했던 일 등도 두 사람 사이 갈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함께 제시됐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 이원화 : 하지만 피고인 측 주장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다’, ‘자기가 자기를 찔렀다’ 이런 입장이었죠?

◇ 김강호 : 그렇습니다. 피고인 B씨의 주장은 처음부터 일관됐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약 47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이를 갚을 능력이 없자 내가 죽으면 보험금이 나오니 그 돈으로 빚을 갚으라고 말하며 스스로 흉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피고인 B씨는 이를 말리다가 피해자가 목에 상처를 입었고 자신이 지혈까지 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피해자가 강도 사건처럼 꾸미자며 거부했고, 자신이 집을 떠난 뒤에 피해자가 스스로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는 것이 피고인 측의 핵심 논리였다고 보도되었습니다.

◆ 이원화 : 특이한데요. 일단 정리를 좀 해보자면 큰 빚이 있었는데 그걸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보험금으로 그 빚을 갚으려고 했다 이런 거예요. 근데 의아한 거는 한두 푼도 아니고요. 그 정도 금액이면 차용증이라든지 통장 내역이라든지 피해자가 주변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던 내용이라든지 이런 내용들이 조금이라도 있었어야 하는 건데 일절 없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된 거죠?

◇ 김강호 : 맞습니다. 참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바로 그 점이 검찰이 가장 강하게 의심했던 부분입니다. 검찰은 피해자가 평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빚을 졌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고, 47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피고인 B씨가 다른 사람과 돈 거래를 할 때는 차용증과 인감증명서까지 받아들일 정도로 철저했는데, 정작 더 큰 이 사건 금액에 대해서는 아무런 서류가 없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봤습니다.

◆ 이원화 : 네, 실제 이 사람에게 어떤 채권 채무가 있었는지 계좌 내역들이나 이런 것들이 아마 남아 있지 않았나 봐요. 이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피고인 측 주장대로 빚이 있었을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니깐요. 아무튼 그리고 제가 또 하나 걸리는 게요. 피해자 목에서 발견된 자상입니다. 목에 자상을 입고 사망한 피해자가 발견됐을 때 이게 자해인지 아니면 타인에 의한 상처인지 이걸 판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거든요. 법의학적으로 어떻습니까?

◇ 김강호 :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상처의 형태를 볼 때 일반적인 자해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저흔이 없었고, 목에 두 상처 깊이도 비슷해 타인이 흉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의사 의견을 토대로 이 정도 상처라면 정상적인 대화나 일상적인 행동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목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시너를 배달 주문하고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주장을 했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대로 목에 상처가 나 있는데 시너를 주문을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 측에서는 이게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을 건데요. 어떻습니까?

◇ 김강호 : 보도에 따르면 목을 찔린 피해자가 친구와 무려 40분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그 메시지에도 피해자가 평소 안 쓰던 어투나 이모티콘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또 피해자는 목이 찔려 매트리스에 겨우 누워 있는 정도였다고 했는데 라이터 기름통과 시너를 배달 주문했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고 보도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이 특히 더 주목을 받았던 건 재판 결과 때문이었거든요. 1심과 최종심의 결과가 180도 달랐죠. 어떻게 달랐습니까?

◇ 김강호 : 우선 1심은 검찰이 제시한 여러 간접 증거와 정황을 종합해 피고인 B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같은 증거를 놓고도 의심은 되지만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 이원화 : 자, 먼저 1심은 왜 그렇게 판단했던 겁니까?

◇ 김강호 : 1심은 우선 채무가 사실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피해자가 주변에 단 한 번도 이 사건 채무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피고인이 평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에 인감증명서까지 받았으면서 이 사건에서는 아무런 증서도 받지 않은 게 이상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 피해자의 혈액에서 졸음을 유발하는 약물이 검출된 점, 피고인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던 점, 그리고 피해자가 목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장시간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시너를 주문하며 여러 행동을 했다는 피고인의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수긍이 가는데요. 그러면 반대로 항소심과 대법원은 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겁니까? 1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던 그 정황들이 왜 상급심에서는 다르게 해석된 거죠

◇ 김강호 : 항소심과 대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합리적인 의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항소심은 실제 채무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그 이유로 피해자가 자해하다가 흉기에 찔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상처가 크지 않았을 수도 있고 따라서 그날 밤 있었던 행동들을 피해자가 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 화재 당시 피고인의 옷에서 불에 그을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특별한 정신 병력이 없고 전과도 없는 피고인이 단순한 갈등 때문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듣는 입장에서는 이상하다. 분명히 범인인 것 같다. 충분히 의심이 들 수도 있는 그런 내용이지만 형사 재판에서는 그 의심이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유죄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보는 거죠.

◇ 김강호 : 네 그렇습니다. 형사 재판은 의심스럽다와 유죄라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범인일 가능성을 높게 보더라도 다른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하지 못하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역시 많은 사람이 정황상 의심을 가졌지만 법원은 그 의심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입증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무죄가 확정된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요 변호사님,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설령 직접 찌른 것도 불을 지른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그냥 안 했다 칠게요. 재판도 그렇게 나왔으니까. 안 했다 할지라도 목에 상처를 입은 룸메이트를 두고 현장을 떠난 거 이 부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김강호 : 네 이 부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픈 사람을 그냥 두고 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되실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 피고인은 법률이나 계약상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에는 해당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네, 그렇죠. 예 동거인에게는 구호 의무를 인정한 그런 판례가 있는데 이 둘은 단순히 룸메이트 사이였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구호 의무를 아마 인정하지 않을 걸로 보이고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고 하죠. 근데 우리 법은 응급의료법상 면책 중심으로만 규제가 돼 있고 규정이 돼 있고 실제로 어떤 의무를 부과하는 형태의 어떤 법은 도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문제 삼기는 제가 봐도 현실적으로 좀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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