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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 올린’ 축구협회 수사...'서울청 광수단' 등판의 의미 [와이파일]](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6/0701/202607011642317315_t.jpg)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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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한국 시간)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멕시코 현지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다"는 말과 함께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퇴장했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원인도, 남은 거취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죄송합니다"가 아닌 "감사합니다"였습니다.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까지 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데 쓴 시간은 불과 약 1분 40초.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의 태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 해설위원은 준비한 입장문만 읽고 떠난 데 대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미 물러나기로 한 사람에게 무엇을 더 요구하겠느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감독은 떠났지만, 그를 그 자리에 앉힌 '과정'을 겨눈 수사는 조용히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2년 가까이 종로경찰서에 머물던 고발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넘어갔습니다.
경찰이 사건의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입니다. 사퇴로 끝난 줄 알았던 축구협회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종로서에서 광수단으로...정작 감독은 대상이 아니다
먼저 사건을 넘겨받은 부서의 무게부터 짚어야 합니다.
일선 경찰서의 경제팀이 통상적인 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곳이라면, 서울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대형 금융 범죄나 조직적인 배임을 전담하는 경찰 내 핵심 수사 부서입니다. 다수 피해자가 얽히거나 전문적 분석이 필요해 일선 경찰서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이곳으로 모입니다. 경찰도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해 서울청 광수단에서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주체를 이곳으로 바꿨다는 것은, 이번 사안을 감독 선임 과정의 단순한 절차 위반으로만 보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수사가 겨누는 대상은 누구일까요. 앞서 설명한 대로, 홍명보 감독은 아닙니다. 2024년 7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을 시작으로 접수된 사건은 모두 8건. 혐의는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그리고 일부 고발장에 담긴 업무상 배임입니다. 피고발인 신분에 오른 것은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협회 핵심 인사들입니다. 즉 수사의 표적은 감독 개인이 아니라, 감독을 세운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그 자체입니다.
#사실관계 다 드러났는데, 2년을 끈 이유
주목할 점은, 사실관계가 이미 상당 부분 밝혀져 있다는 겁니다.
2024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는 감독 선임 절차를 포함해 27건에 이르는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를 확인하고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올해 4월 서울행정법원은 협회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자 협회 지도부가 내규상 권한이 없는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넘겼고, 이사회는 충분한 논의 없이 선임을 밀어붙였다고 판단했습니다. 협회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규정을 벗어난 선임 과정은 감사와 재판에서 이미 확인된 셈입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2년째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경찰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행정상 위법과 형사상 불법은 다르다는 겁니다.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려면, 정 회장이 속임수나 강압으로 협회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려 한 '고의'가 입증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지점이 간단치 않습니다. 정 회장은 홍 감독을 추천받은 뒤 오히려 "외국인 후보도 만나보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홍 감독 선임을 밀어붙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2024년 조사에서 정 회장의 행위를 고의적 과오가 아닌 '직무태만'으로 판단했습니다.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지,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절차 위반은 뚜렷하지만, 그 뒤에 형사처벌로 이어질 고의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광수단으로의 이첩이 곧 혐의 입증을 뜻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안을 무겁게 보겠다는 신호일 뿐, 결론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그렇다면 경찰은 왜 지금 수사 체급을 올렸을까요? 세 가지가 맞물렸습니다.
첫째, 경찰이 지켜보던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둘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가 잠잠하던 책임론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셋째, 눈치를 봐야 했던 두 당사자,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차례로 물러나면서 수사의 정치적 부담이 걷혔습니다.
기다리던 명분이 갖춰지고, 여론이 등을 떠밀고, 걸림돌이 사라진 자리. 그 위에서 경찰은 사건을 광수단으로 넘겼습니다.
다만, 의혹의 두 당사자가 이미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 뒤늦은 수사가 어떤 실익을 남길지는 의문입니다. 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의 1차 처분은 통상 두 달 안팎, 시간이 걸리는 지능범죄도 100일 남짓이면 결론이 납니다. 그에 비하면 2년은 분명 이례적인 시간입니다.
#다시 문 앞에
홍명보 감독은 태도 논란을 남긴 채 떠났고, 정몽규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두 사람의 퇴장으로 축구협회는 성난 여론을 달래려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퇴는 출구가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의 체급을 올린 만큼, 이번 수사가 향하는 곳은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서 있습니다. 감독 한 명을 세우는 과정조차 규정을 비켜간 조직, 그 닫힌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른 겁니다.
관건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광수단의 칼끝이 절차 위반을 넘어 형사 책임까지 규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번 수사가 협회의 불투명한 구조를 실제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여론이 끓어오른 뒤에야 손댄 뒷북으로 남을 것인가입니다. 체급은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부서에 사건을 넘기는 것과, 사건을 끝까지 규명해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1분 40초 만에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질문들은 그렇게 짧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광수단으로 넘어간 이번 사건이 한국 축구의 닫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 아니면 과거처럼 문 앞에서 또 한 번 멈춰 서고 말지, 답은 경찰의 칼끝에 달려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모든 책임은 감독인 제게 있다"는 말과 함께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퇴장했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원인도, 남은 거취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죄송합니다"가 아닌 "감사합니다"였습니다.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까지 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데 쓴 시간은 불과 약 1분 40초.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의 태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 해설위원은 준비한 입장문만 읽고 떠난 데 대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미 물러나기로 한 사람에게 무엇을 더 요구하겠느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감독은 떠났지만, 그를 그 자리에 앉힌 '과정'을 겨눈 수사는 조용히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2년 가까이 종로경찰서에 머물던 고발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넘어갔습니다.
경찰이 사건의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입니다. 사퇴로 끝난 줄 알았던 축구협회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종로서에서 광수단으로...정작 감독은 대상이 아니다
먼저 사건을 넘겨받은 부서의 무게부터 짚어야 합니다.
일선 경찰서의 경제팀이 통상적인 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곳이라면, 서울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대형 금융 범죄나 조직적인 배임을 전담하는 경찰 내 핵심 수사 부서입니다. 다수 피해자가 얽히거나 전문적 분석이 필요해 일선 경찰서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이곳으로 모입니다. 경찰도 사안의 중요도를 고려해 서울청 광수단에서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주체를 이곳으로 바꿨다는 것은, 이번 사안을 감독 선임 과정의 단순한 절차 위반으로만 보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수사가 겨누는 대상은 누구일까요. 앞서 설명한 대로, 홍명보 감독은 아닙니다. 2024년 7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을 시작으로 접수된 사건은 모두 8건. 혐의는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그리고 일부 고발장에 담긴 업무상 배임입니다. 피고발인 신분에 오른 것은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협회 핵심 인사들입니다. 즉 수사의 표적은 감독 개인이 아니라, 감독을 세운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그 자체입니다.
#사실관계 다 드러났는데, 2년을 끈 이유
주목할 점은, 사실관계가 이미 상당 부분 밝혀져 있다는 겁니다.
2024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는 감독 선임 절차를 포함해 27건에 이르는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를 확인하고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올해 4월 서울행정법원은 협회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자 협회 지도부가 내규상 권한이 없는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넘겼고, 이사회는 충분한 논의 없이 선임을 밀어붙였다고 판단했습니다. 협회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규정을 벗어난 선임 과정은 감사와 재판에서 이미 확인된 셈입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2년째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경찰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행정상 위법과 형사상 불법은 다르다는 겁니다.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려면, 정 회장이 속임수나 강압으로 협회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려 한 '고의'가 입증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지점이 간단치 않습니다. 정 회장은 홍 감독을 추천받은 뒤 오히려 "외국인 후보도 만나보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홍 감독 선임을 밀어붙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2024년 조사에서 정 회장의 행위를 고의적 과오가 아닌 '직무태만'으로 판단했습니다.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지,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절차 위반은 뚜렷하지만, 그 뒤에 형사처벌로 이어질 고의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광수단으로의 이첩이 곧 혐의 입증을 뜻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안을 무겁게 보겠다는 신호일 뿐, 결론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그렇다면 경찰은 왜 지금 수사 체급을 올렸을까요? 세 가지가 맞물렸습니다.
첫째, 경찰이 지켜보던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둘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가 잠잠하던 책임론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셋째, 눈치를 봐야 했던 두 당사자,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차례로 물러나면서 수사의 정치적 부담이 걷혔습니다.
기다리던 명분이 갖춰지고, 여론이 등을 떠밀고, 걸림돌이 사라진 자리. 그 위에서 경찰은 사건을 광수단으로 넘겼습니다.
다만, 의혹의 두 당사자가 이미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 뒤늦은 수사가 어떤 실익을 남길지는 의문입니다. 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의 1차 처분은 통상 두 달 안팎, 시간이 걸리는 지능범죄도 100일 남짓이면 결론이 납니다. 그에 비하면 2년은 분명 이례적인 시간입니다.
#다시 문 앞에
홍명보 감독은 태도 논란을 남긴 채 떠났고, 정몽규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두 사람의 퇴장으로 축구협회는 성난 여론을 달래려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퇴는 출구가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의 체급을 올린 만큼, 이번 수사가 향하는 곳은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서 있습니다. 감독 한 명을 세우는 과정조차 규정을 비켜간 조직, 그 닫힌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른 겁니다.
관건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광수단의 칼끝이 절차 위반을 넘어 형사 책임까지 규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번 수사가 협회의 불투명한 구조를 실제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여론이 끓어오른 뒤에야 손댄 뒷북으로 남을 것인가입니다. 체급은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부서에 사건을 넘기는 것과, 사건을 끝까지 규명해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1분 40초 만에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질문들은 그렇게 짧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광수단으로 넘어간 이번 사건이 한국 축구의 닫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 아니면 과거처럼 문 앞에서 또 한 번 멈춰 서고 말지, 답은 경찰의 칼끝에 달려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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