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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5월 28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요즘 보험이 정말 다양해졌다고 합니다만, 오늘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야 이런 보험까지 생겼어?’ 깜짝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학교폭력 보험’인데요. 학폭이 이젠 교실 안 갈등을 넘어 부모들의 소송전, 심지어 보험의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하죠. 단순 말다툼, 감정싸움 심지어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다소 사소한 주장들마저 학폭위와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죠. 특히 학폭 기록이 대입에까지 영향을 주다 보니 부모들도 이젠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하소연합니다. 뭐가 됐든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이고, 어디부터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봐야 하는가 이 부분이겠죠. 최근 법원도 바로 이 경계를 두고 꽤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고 있다고 하죠.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사과하면 정말 불리해지는 건지, 과연 법원은 최근 학복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은택 : 네, 안녕하세요.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저희 방송에서도 학폭 사건들 여러 차례 다뤘습니다만, 정말 근절돼야 할 사회적 문제죠. 근데 문제는 최근 학폭 신고와 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부분 같거든요. 변호사님 이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 권은택 : 네, 지금은 두 방향이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예전 같으면 학교 안에서 풀렸을 감정싸움이나 말다툼까지 생기부와 입시 문제 때문에 곧바로 학폭 신고와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이고요. 다른 하나는 반대로 실제 피해가 적지 않은 사안에서도 가해 학생 측이 기록을 피하려고 행정심판, 행정소송 집행정지까지 총동원하면서 분쟁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에서도 학폭 사건이 계속 늘어서 전담 재판부를 ‘2배로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지금은 교육적 해결보다는 기록과 불이익을 둘러싼 법적 대응이 먼저 작동하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 이원화 : 일단 첫 번째 이야기해 주셨던 부분부터 짚어보죠. 최근 법원에서 나온 이야긴데, ‘접수되는 학폭 사건 중 다수가 가볍지 않은 학폭 사안에 해당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취지의 설명을 하면서 실제 학폭 처분을 취소한 사례들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경우들이 있었나요?
◆ 권은택 : 대표적으로 법원이 최근 소개한 사례들을 보면 1살 많은 학생을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싸가지 없다”라고 말한 경우, 수련회 규율 위반을 두고 ‘xx 어이없다’고 비난한 경우, 또 ‘실물과 사진이 너무 달라서 사기다’라고 외모를 지적한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물론 표현 자체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그때그때의 말실수나 일회적 감정 표현을 무조건 학폭으로 넓게 포섭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보인 것입니다. 결국 말의 수위만 볼 게 아니라 반복성, 공개성 관계의 맥락, 실제 피해 정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 이원화 : 청취자 분들은 이런 생각도 하실 것 같아요. 그럼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이고, 어디부터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볼 것이냐 법적으로는 그 기준이 명확히 나와 있습니까?
◆ 권은택 : 법에 학교폭력의 큰 틀은 나와 있습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안팎에서 발생한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 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으로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 경계가 기계적으로 딱 잘리지 않습니다. 법원도 최근에는 그 말이나 행동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피해자에게 도달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반복됐는지 몇 명이 함께했는지, 실제로 배제나 낙인이 있었는지 이런 맥락들을 세밀하게 봅니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공개 SNS 게시글이라면 학폭이 될 수 있지만, 외부 전파성이 없는 사적 1 대 1 대화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요즘엔 ‘학폭 기록 때문에 명문대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이런 보도들도 나오면서 실제 가해 행위가 있었음에도 가해 학생 측에서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하는데, 문제는 피해 학생입니다.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거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나요? 가해 학생 측에서 일단 소송 해보고 잘 되면 다행, 안 되면 말고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까?
◆ 권은택 : 제도적으로 완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학폭위 조치에 불복해서 행정심판이나 행정 소송을 제기할 권리 자체는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송을 했다고 처분 효력이 저절로 멈추는 건 아니고 별도로 집행정지까지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가해 학생 측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끝까지 다투는 동안 피해 학생은 다시 진술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초기에 사실관계를 촘촘히 정리하고 보호 조치와 분리 조치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 경미한 사안은 관계 회복 프로그램으로 빨리 정리하고 중대한 사안은 지연 없이 심의와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운용이 중대합니다.
◇ 이원화 : 제가 정말 심각하구나 느꼈던 순간은 예전 같으면 선생님들이 중간에서 아이들의 관계를 푸는 역할을 했잖아요? 근데 요즘엔 괜히 중재했다가 사건 무마하려는 거 아니냐, 한쪽 편만 들었다 이렇게 문제 될까 봐 아예 입을 닫고 그저 ‘절차대로만 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심지어는 선생님이 아이의 비행 행위에 개입을 했다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하는 그런 케이스들도 실제로 봤거든요? 실제 학폭 사안에서 교사들이 중재하기가 어려워진 그런 분위기가 저는 감지가 되는데, 어떻습니까?
◆ 권은택 : 네. 현장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분명히 강해졌습니다. 예전처럼 담임이나 생활 지도 교사가 중간에서 화해를 권했다가 한쪽에서는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편파적이라고 문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담 조사관 제도가 들어오고 교사들도 교육적 중재자라기보다는 절차 안내자 보고 담당자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학부모 민원이나 소송 부담 때문에 교사 입장에선 한마디 덧붙이는 것조차 조심스럽습니다. 결국 학교의 신뢰가 약해질수록 분쟁은 더 빨리 학교 밖 법률 시장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 이원화 :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요즘에는 DM이라든지 단톡방, 페메 등 SNS에서 오간 대화를 두고 학폭위에 신고하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이버 공간에서의 뒷담화나 조롱이 학복으로 인정된 사례와 반대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 비교를 통해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거든요?
◆ 권은택 : 비교해 보면 기준이 좀 분명해집니다. 인정된 사례는 피해 학생과 주고받은 문자를 SNS에 올려 외부에 퍼뜨리고 모든 과제에서 배제하고 선배를 통해 압박까지 한 경우였습니다. 법원은 이런 행위는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명예훼손이자 집단적인 배제 행위로 보면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는 학생 둘이 1 대 1 인스타그램 DM으로 피해 학생 험담을 주고받은 것인데, 법원은 그것이 피해 학생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비밀스러운 대화였고 전파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결국 사이버 공간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공개성, 전파성 배제의 구조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 이원화 : 또 눈에 띄었던 판결이 ‘따돌림은 2명 이상이 관여해야 한다’ 이런 법원 판단이 있었거든요. 이건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거예요?
◆ 권은택 : 법원은 집단 따돌림이라는 유형은 말 그대로 둘 이상이 함께 특정 학생을 지속적으로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구조가 있어야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사례에서도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공격적인 말을 한 것은 문제될 수 있지만, 혼자 한 행위를 두고 바로 따돌림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말이 한 명이 한 괴롭힘은 아무 문제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혼자 했더라도 모욕, 명예훼손, 협박, 폭행 같은 다른 유형의 학교 폭력은 충분히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선 행위의 이름을 정확히 붙이는 게 중요합니다.
◇ 이원화 : 맘카페 같은 곳들을 보면 ‘요즘은 먼저 신고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먼저 신고하기도 한다’ 이런 하소연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만약 별다른 근거 없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학폭 신고를 했다든지 별일 아닌데 부풀려서 신고를 한 경우라면 오히려 신고한 쪽이 문제 될 수도 있습니까? 왜냐하면 학폭위에 신고되는 순간부터 학생이든 학부모든 상당한 정신적인 압박을 받게 되거든요. 어떻습니까? 그런 사례가 있어요?
◆ 권은택 : 경우에 따라선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허위 신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당사자가 느낀 피해와 법적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를 압박하려고 사실을 과장하거나 없는 일을 꾸며내고 캡처를 편집하거나 주변에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 악의적으로 신고한 경우입니다. 그 경우엔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 또 다른 학교 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포이든 선제 신고든 결국 핵심은 누가 먼저 신고했느냐가 아니라 ‘증거’와 ‘맥락’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폭 보험’이라는 것까지 등장을 했어요. 이게 정확히 뭘 보장해 주는 거죠?
◆ 권은택 : 상품마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피해 학생 쪽에서 치료비, 상담비, 학폭위 심의 결과에 따른 보장 등을 해주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사나 변호사 선임 비용처럼 분쟁 대응 비용을 담보하는 형태입니다. 교직원을 상대로 한 소송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도 나와 있습니다. 다만 이름만 보면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내 아이가 고의로 폭행하거나 괴롭힌 책임까지 마음대로 덮어주는 만능 보험은 아닙니다. 보장 범위와 면책 사유가 제각각이고 특히 고의 행위는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서 약관을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 이원화 : 근데 변호사 비용이 지원이 되는 경우에 보험이 있으니까 소송 가도 된다, 가해자로 지목돼도 보험으로 대응하면 된다 이런 식의 오해가 생기는 거 아닐지 걱정이거든요. 이런 보험이 학폭의 소송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은 없을까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세요.
◆ 권은택 : 그 우려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일단 끝까지 가보자’ 요인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학폭 보험, 학폭 전문 로펌 풀 패키지 대응 같은 시장이 커지면서 교육적 해결보다는 법적 대응이 먼저 떠오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만 보험이 있다고 해서 없는 사실이 진짜가 되거나 불리한 사건이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학폭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는 문제가 뭐냐 하면 아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맞는데, 요즘은 자칫 그게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걸로 받아들여질까 봐 사과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이런 분위기가 있다고 하거든요. 학폭 신고를 당했을 때 사과하면 정말 불리해집니까?
◆ 권은택 : 결론부터 말하면 사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으로 끝장 난다 이렇게 볼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 대응은 정말 미안한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하되,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은 차분히 정정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신고 이후 접촉 금지 조치가 있거나 직접 연락이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담임이나 상담, 교사 등 적절한 통로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이원화 : 네, 변호사님 말씀이 맞는 게 학교폭력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가 되는 5가지 요소가 있잖아요? 그중에 하나가 반성의 정도예요. 근데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거는 반성의 정도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고,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관점에서는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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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요즘 보험이 정말 다양해졌다고 합니다만, 오늘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야 이런 보험까지 생겼어?’ 깜짝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학교폭력 보험’인데요. 학폭이 이젠 교실 안 갈등을 넘어 부모들의 소송전, 심지어 보험의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하죠. 단순 말다툼, 감정싸움 심지어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다소 사소한 주장들마저 학폭위와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죠. 특히 학폭 기록이 대입에까지 영향을 주다 보니 부모들도 이젠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하소연합니다. 뭐가 됐든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이고, 어디부터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봐야 하는가 이 부분이겠죠. 최근 법원도 바로 이 경계를 두고 꽤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고 있다고 하죠.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사과하면 정말 불리해지는 건지, 과연 법원은 최근 학복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은택 : 네, 안녕하세요.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저희 방송에서도 학폭 사건들 여러 차례 다뤘습니다만, 정말 근절돼야 할 사회적 문제죠. 근데 문제는 최근 학폭 신고와 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부분 같거든요. 변호사님 이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 권은택 : 네, 지금은 두 방향이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예전 같으면 학교 안에서 풀렸을 감정싸움이나 말다툼까지 생기부와 입시 문제 때문에 곧바로 학폭 신고와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이고요. 다른 하나는 반대로 실제 피해가 적지 않은 사안에서도 가해 학생 측이 기록을 피하려고 행정심판, 행정소송 집행정지까지 총동원하면서 분쟁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에서도 학폭 사건이 계속 늘어서 전담 재판부를 ‘2배로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지금은 교육적 해결보다는 기록과 불이익을 둘러싼 법적 대응이 먼저 작동하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 이원화 : 일단 첫 번째 이야기해 주셨던 부분부터 짚어보죠. 최근 법원에서 나온 이야긴데, ‘접수되는 학폭 사건 중 다수가 가볍지 않은 학폭 사안에 해당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취지의 설명을 하면서 실제 학폭 처분을 취소한 사례들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경우들이 있었나요?
◆ 권은택 : 대표적으로 법원이 최근 소개한 사례들을 보면 1살 많은 학생을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싸가지 없다”라고 말한 경우, 수련회 규율 위반을 두고 ‘xx 어이없다’고 비난한 경우, 또 ‘실물과 사진이 너무 달라서 사기다’라고 외모를 지적한 경우 등이 있었습니다. 물론 표현 자체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그때그때의 말실수나 일회적 감정 표현을 무조건 학폭으로 넓게 포섭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보인 것입니다. 결국 말의 수위만 볼 게 아니라 반복성, 공개성 관계의 맥락, 실제 피해 정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 이원화 : 청취자 분들은 이런 생각도 하실 것 같아요. 그럼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이고, 어디부터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볼 것이냐 법적으로는 그 기준이 명확히 나와 있습니까?
◆ 권은택 : 법에 학교폭력의 큰 틀은 나와 있습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안팎에서 발생한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 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으로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 경계가 기계적으로 딱 잘리지 않습니다. 법원도 최근에는 그 말이나 행동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피해자에게 도달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반복됐는지 몇 명이 함께했는지, 실제로 배제나 낙인이 있었는지 이런 맥락들을 세밀하게 봅니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공개 SNS 게시글이라면 학폭이 될 수 있지만, 외부 전파성이 없는 사적 1 대 1 대화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요즘엔 ‘학폭 기록 때문에 명문대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이런 보도들도 나오면서 실제 가해 행위가 있었음에도 가해 학생 측에서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하는데, 문제는 피해 학생입니다.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거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나요? 가해 학생 측에서 일단 소송 해보고 잘 되면 다행, 안 되면 말고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까?
◆ 권은택 : 제도적으로 완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학폭위 조치에 불복해서 행정심판이나 행정 소송을 제기할 권리 자체는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송을 했다고 처분 효력이 저절로 멈추는 건 아니고 별도로 집행정지까지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가해 학생 측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끝까지 다투는 동안 피해 학생은 다시 진술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초기에 사실관계를 촘촘히 정리하고 보호 조치와 분리 조치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 경미한 사안은 관계 회복 프로그램으로 빨리 정리하고 중대한 사안은 지연 없이 심의와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운용이 중대합니다.
◇ 이원화 : 제가 정말 심각하구나 느꼈던 순간은 예전 같으면 선생님들이 중간에서 아이들의 관계를 푸는 역할을 했잖아요? 근데 요즘엔 괜히 중재했다가 사건 무마하려는 거 아니냐, 한쪽 편만 들었다 이렇게 문제 될까 봐 아예 입을 닫고 그저 ‘절차대로만 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심지어는 선생님이 아이의 비행 행위에 개입을 했다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하는 그런 케이스들도 실제로 봤거든요? 실제 학폭 사안에서 교사들이 중재하기가 어려워진 그런 분위기가 저는 감지가 되는데, 어떻습니까?
◆ 권은택 : 네. 현장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분명히 강해졌습니다. 예전처럼 담임이나 생활 지도 교사가 중간에서 화해를 권했다가 한쪽에서는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편파적이라고 문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담 조사관 제도가 들어오고 교사들도 교육적 중재자라기보다는 절차 안내자 보고 담당자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학부모 민원이나 소송 부담 때문에 교사 입장에선 한마디 덧붙이는 것조차 조심스럽습니다. 결국 학교의 신뢰가 약해질수록 분쟁은 더 빨리 학교 밖 법률 시장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 이원화 :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요즘에는 DM이라든지 단톡방, 페메 등 SNS에서 오간 대화를 두고 학폭위에 신고하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이버 공간에서의 뒷담화나 조롱이 학복으로 인정된 사례와 반대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 비교를 통해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거든요?
◆ 권은택 : 비교해 보면 기준이 좀 분명해집니다. 인정된 사례는 피해 학생과 주고받은 문자를 SNS에 올려 외부에 퍼뜨리고 모든 과제에서 배제하고 선배를 통해 압박까지 한 경우였습니다. 법원은 이런 행위는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명예훼손이자 집단적인 배제 행위로 보면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는 학생 둘이 1 대 1 인스타그램 DM으로 피해 학생 험담을 주고받은 것인데, 법원은 그것이 피해 학생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비밀스러운 대화였고 전파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결국 사이버 공간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공개성, 전파성 배제의 구조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 이원화 : 또 눈에 띄었던 판결이 ‘따돌림은 2명 이상이 관여해야 한다’ 이런 법원 판단이 있었거든요. 이건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거예요?
◆ 권은택 : 법원은 집단 따돌림이라는 유형은 말 그대로 둘 이상이 함께 특정 학생을 지속적으로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구조가 있어야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사례에서도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공격적인 말을 한 것은 문제될 수 있지만, 혼자 한 행위를 두고 바로 따돌림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말이 한 명이 한 괴롭힘은 아무 문제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혼자 했더라도 모욕, 명예훼손, 협박, 폭행 같은 다른 유형의 학교 폭력은 충분히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선 행위의 이름을 정확히 붙이는 게 중요합니다.
◇ 이원화 : 맘카페 같은 곳들을 보면 ‘요즘은 먼저 신고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먼저 신고하기도 한다’ 이런 하소연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만약 별다른 근거 없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학폭 신고를 했다든지 별일 아닌데 부풀려서 신고를 한 경우라면 오히려 신고한 쪽이 문제 될 수도 있습니까? 왜냐하면 학폭위에 신고되는 순간부터 학생이든 학부모든 상당한 정신적인 압박을 받게 되거든요. 어떻습니까? 그런 사례가 있어요?
◆ 권은택 : 경우에 따라선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허위 신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당사자가 느낀 피해와 법적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를 압박하려고 사실을 과장하거나 없는 일을 꾸며내고 캡처를 편집하거나 주변에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 악의적으로 신고한 경우입니다. 그 경우엔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 또 다른 학교 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포이든 선제 신고든 결국 핵심은 누가 먼저 신고했느냐가 아니라 ‘증거’와 ‘맥락’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폭 보험’이라는 것까지 등장을 했어요. 이게 정확히 뭘 보장해 주는 거죠?
◆ 권은택 : 상품마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피해 학생 쪽에서 치료비, 상담비, 학폭위 심의 결과에 따른 보장 등을 해주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사나 변호사 선임 비용처럼 분쟁 대응 비용을 담보하는 형태입니다. 교직원을 상대로 한 소송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도 나와 있습니다. 다만 이름만 보면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내 아이가 고의로 폭행하거나 괴롭힌 책임까지 마음대로 덮어주는 만능 보험은 아닙니다. 보장 범위와 면책 사유가 제각각이고 특히 고의 행위는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서 약관을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 이원화 : 근데 변호사 비용이 지원이 되는 경우에 보험이 있으니까 소송 가도 된다, 가해자로 지목돼도 보험으로 대응하면 된다 이런 식의 오해가 생기는 거 아닐지 걱정이거든요. 이런 보험이 학폭의 소송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은 없을까요?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세요.
◆ 권은택 : 그 우려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일단 끝까지 가보자’ 요인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학폭 보험, 학폭 전문 로펌 풀 패키지 대응 같은 시장이 커지면서 교육적 해결보다는 법적 대응이 먼저 떠오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만 보험이 있다고 해서 없는 사실이 진짜가 되거나 불리한 사건이 유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학폭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는 문제가 뭐냐 하면 아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맞는데, 요즘은 자칫 그게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걸로 받아들여질까 봐 사과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이런 분위기가 있다고 하거든요. 학폭 신고를 당했을 때 사과하면 정말 불리해집니까?
◆ 권은택 : 결론부터 말하면 사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으로 끝장 난다 이렇게 볼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 대응은 정말 미안한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하되,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은 차분히 정정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신고 이후 접촉 금지 조치가 있거나 직접 연락이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담임이나 상담, 교사 등 적절한 통로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이원화 : 네, 변호사님 말씀이 맞는 게 학교폭력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가 되는 5가지 요소가 있잖아요? 그중에 하나가 반성의 정도예요. 근데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거는 반성의 정도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고,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관점에서는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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