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제보 전화…확인하는 족족 사실이었다
시신 상대로 이혼 소송…변호사도 법원도 "몰랐다"
사망 왜 숨겼을까…"상속 재산 노린 사체은닉"
애초부터 무효였던 이혼 소송…"뒤집을 수 있다"
"망인 등록부부터 정정"…방향 제시한 법원
"자정적 노력" 필요하다지만…대비 필요 없을까
시신 상대로 이혼 소송…변호사도 법원도 "몰랐다"
사망 왜 숨겼을까…"상속 재산 노린 사체은닉"
애초부터 무효였던 이혼 소송…"뒤집을 수 있다"
"망인 등록부부터 정정"…방향 제시한 법원
"자정적 노력" 필요하다지만…대비 필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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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시신 상대 이혼 판결…권리 구제·재발 방지 모두 가능할까](https://image.ytn.co.kr/general/jpg/2026/0415/202604151550017145_d.jpg)
사건 발생 보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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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1월 어느 늦은 밤, 회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이혼 소송 중이었던 전 남편이 사망한 채 냉동고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혼, 사망, 냉동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 조합이었지만 사건 장소부터 날짜, 시간, 관계자들의 이름까지, 제보자의 말은 너무나 구체적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차근차근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11월 1일에 자수한 아들, 이천에 있는 아파트, 냉동고 안에서 발견된 시신, 비닐에 싸인 상태, 재산 때문에 시신을 숨겼다는 아들의 진술.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니 제보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경찰이 숨진 아버지의 행적과 아들의 진술을 종합해 계산한 범행 기간은 약 14개월이었습니다. 아들은 지난 2023년 9월 쯤 숨진 아버지의 시신을 1년 넘게 냉동고에 보관했던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숨진 아버지가 진행해 왔다는 이혼 소송의 판결문을 확보했습니다. 판결문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를 토대로 소송의 진행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2022년 7월, 아버지는 아들의 의붓어머니이자 자신의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냅니다. 당시 두 사람은 별거 중이었습니다. 의붓어머니는 이혼 소송이 접수되자 재산 절반 정도를 분할해 달라며 맞소송을 냅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4월 1심 법원은 재산 분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채로 이혼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와 상고를 거쳐 올해 4월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2023년 9월 쯤 숨진 거로 추정되던 상황입니다. 이 때는 항소심이 시작되던 시점입니다. 항소심 단계부터 판결이 확정되는 그날까지,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소송 당사자가 사망한 걸 법원도 대리인도 몰랐던 겁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혼인 관계라는 중요한 신분 관계를 판가름해주는 법원도, 누구보다 긴밀히 소통해야 할 대리인도 당사자의 안위를 알지 못했다니요?
이혼 소송 당시 아버지를 대리한 변호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기자라고 소개한 뒤 조심스럽게 이 일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 혹시 ○○○ 씨가 최근에 사망한 채로 냉동고에서 발견된 걸 알고 계신지요?
= ○○○ 씨가 돌아가셨다고요? (침묵)
변호사의 반응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그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사건 발생 기사는 봤지만 그게 자기 의뢰인의 이야기인지도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떻게 의뢰인의 사망까지도 모를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어느 시점부터 의뢰인을 아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아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버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의뢰인이 워낙 고령이었기에 병원에 있는 줄로만 생각하고 소송 관련 대화는 아들과 나눴다고 했습니다.
법원 역시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항소심을 담당했던 법원은 물론, 대법원 역시 '절차상 당사자의 사망을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본인 출석이 의무가 아닌 이혼 소송 특성상 '원래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당시로썬 문제가 있었던 소송이 아니었단 겁니다.
그렇다면 아들은 왜 아버지의 사망을 숨기면서까지 이혼 소송을 이어가려 했던 걸까요? 아들은 법원,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붓어머니에게도 아버지의 죽음을 숨겼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수차례 약속을 잡았다 깨면서까지요.
힌트는 판결문 맨 뒤에 첨부된 아버지의 재산 목록에 있었습니다. 줄줄이 적힌 재산의 액수를 전부 더해 보니 69억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정도도 거액의 재산이지요.
민법에 따르면 배우자는 자녀보다 1.5배 많은 재산을 상속 받습니다. 다만 이는 법률상 배우자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여분을 따져보는 등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이혼한 배우자는 상속 순위에 오르지 못합니다.
이 사건의 아들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아버지와 의붓어머니가 이혼하지 않았을 때는 1.5:1의 비율로 69억 원 가운데 28억 원 정도를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이 확정된다면 의붓어머니에게 돌아갈 재산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혼 소송은, 아들에게는 아버지 재산 69억 원을 얼마나 물려받을지 결정 짓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었던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법조계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사건의 내용을 듣자마자 내 놓는 의견들은 하나같이 '상속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 사망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거였습니다.
자수한 아들은 수사 끝에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말 징역 3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아들이 상속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의 사망을 숨겼다는 것, 아버지의 사망 시점은 2023년 4월이었다는 것이 인정됐습니다.
재산을 다투는 민사소송은 당사자가 죽더라도 소송을 수행할 자격이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이렇게 소송 당사자의 지위를 이어받는 걸 '수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혼인 관계는 오직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신분 관계라, 이혼 소송은 당사자가 죽더라도 수계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일신전속권'이라고 하는데, 대법원 판례로 정립이 되어 있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혼 소송은 당사자 본인만 진행할 수 있는 소송이고 부모나 자녀가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가 어느 한 쪽이라도 사망하면 법원에서는 '소송 종료' 선언을 합니다. 무효라는 뜻입니다. 1, 2심 판결이 나와 있더라도 확정되지 않았다면 역시 무효입니다.
이 사건으로 돌아가 봅시다. 아버지는 이혼 소송 항소심이 시작될 무렵이던 지난 2023년 4월 숨졌다는 사실이 아들의 사체은닉 사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습니다. 위에 줄줄이 써 둔 원칙들에 따르면, 그 시점에서 이 소송은 이미 무효가 됐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을 꽁꽁 숨겼고 이혼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재심, 혹은 이혼무효소송을 통해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이런 상황은 재심청구 사유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처음 등장한 유형의 '무효인 소송'을 두고 법조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제각각으로 갈리는 가운데, 당사자인 의붓어머니 측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선택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상태에서 아들이 이혼 신고를 해버린 만큼, 등록부에 기재된 이혼 신고 기록을 지워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겠다는 논리였습니다. 의붓어머니 측 대리인은 "이혼 소송의 한 쪽 당사자(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만큼 재심 등 소송을 통한 권리 구제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사건 직후 의붓어머니는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법원 판단은 기각이었습니다. 다만 단서가 달려 있었습니다. 사망한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등록부상의 아버지 사망 날짜를 먼저 정정해야 의붓어머니의 이혼 신고 이력도 지울 수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초유의 '시신 상대 소송'의 잘못을 바로잡을 방향이 비로소 제시된 상황. 의붓어머니 측은 법원의 판단대로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법원에 신청했고, 자신의 등록부에 대한 정정 신청도 다시 낸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법원이 몰라도 되나?'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법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습니다. 현행 가사소송 제도에는 본인 출석 의무가 없기에 법원이 당사자의 안위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대법원과도 여러 차례 소통했는데, 그 때마다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사자가 사망한 채 판결이 내려졌기에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도였습니다.
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자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개인이, 또는 개별 재판부가 당사자의 안위를 조금 더 꼼꼼히 확인하며 소송 진행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024년 이 사건을 연속 보도한 뒤, 대법원에서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당사자 출석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이번 사건만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을 모두 개정하는 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숨기고 소송을 이어간다는 것이 워낙 이례적이고, 사례 하나만으로 법을 고치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법원의 입장문은 '당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법원이 몰라도 되나?'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시원한 답이 되지 못합니다. 설령 재심과 이혼무효소송이 이런 일에 대한 보완 대책이라고 생각해 보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방법일 뿐, 절차의 하자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합니다.
기사 댓글에 가장 많이 보였던 반응은 '이럴 거면 법원이 왜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지만, 이 하나의 사건이 사법부를 향한 신뢰에 틈을 낼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번 사건은 말하자면 신종 범죄입니다. 대법원에서도 따로 자료를 만들어 관리하지 않을 정도로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유형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이 됐고, 사상 초유의 소송 절차상 하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당사자가 제대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지, 현행 가사소송 절차법에 문제는 없는지, 실무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대법원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출석 의무 강화'라는 방향을 스스로 제시한 만큼, 대중의 의심 어린 시선을 해소할 만한 답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YTN 신귀혜 (shinkh0619@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차근차근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11월 1일에 자수한 아들, 이천에 있는 아파트, 냉동고 안에서 발견된 시신, 비닐에 싸인 상태, 재산 때문에 시신을 숨겼다는 아들의 진술.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니 제보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경찰이 숨진 아버지의 행적과 아들의 진술을 종합해 계산한 범행 기간은 약 14개월이었습니다. 아들은 지난 2023년 9월 쯤 숨진 아버지의 시신을 1년 넘게 냉동고에 보관했던 겁니다.
시신 상대로 이뤄진 이혼소송…법원도 변호사도 "몰랐다"
이혼 소송 진행 경과
취재 과정에서 숨진 아버지가 진행해 왔다는 이혼 소송의 판결문을 확보했습니다. 판결문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를 토대로 소송의 진행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2022년 7월, 아버지는 아들의 의붓어머니이자 자신의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냅니다. 당시 두 사람은 별거 중이었습니다. 의붓어머니는 이혼 소송이 접수되자 재산 절반 정도를 분할해 달라며 맞소송을 냅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4월 1심 법원은 재산 분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채로 이혼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와 상고를 거쳐 올해 4월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2023년 9월 쯤 숨진 거로 추정되던 상황입니다. 이 때는 항소심이 시작되던 시점입니다. 항소심 단계부터 판결이 확정되는 그날까지,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소송 당사자가 사망한 걸 법원도 대리인도 몰랐던 겁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혼인 관계라는 중요한 신분 관계를 판가름해주는 법원도, 누구보다 긴밀히 소통해야 할 대리인도 당사자의 안위를 알지 못했다니요?
이혼 소송 당시 아버지를 대리한 변호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기자라고 소개한 뒤 조심스럽게 이 일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 혹시 ○○○ 씨가 최근에 사망한 채로 냉동고에서 발견된 걸 알고 계신지요?
= ○○○ 씨가 돌아가셨다고요? (침묵)
변호사의 반응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그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사건 발생 기사는 봤지만 그게 자기 의뢰인의 이야기인지도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떻게 의뢰인의 사망까지도 모를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어느 시점부터 의뢰인을 아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아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버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의뢰인이 워낙 고령이었기에 병원에 있는 줄로만 생각하고 소송 관련 대화는 아들과 나눴다고 했습니다.
법원 역시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항소심을 담당했던 법원은 물론, 대법원 역시 '절차상 당사자의 사망을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본인 출석이 의무가 아닌 이혼 소송 특성상 '원래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당시로썬 문제가 있었던 소송이 아니었단 겁니다.
사망 왜 숨겼을까…"상속 재산 노린 사체은닉"
의붓어머니 인터뷰
그렇다면 아들은 왜 아버지의 사망을 숨기면서까지 이혼 소송을 이어가려 했던 걸까요? 아들은 법원,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붓어머니에게도 아버지의 죽음을 숨겼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수차례 약속을 잡았다 깨면서까지요.
힌트는 판결문 맨 뒤에 첨부된 아버지의 재산 목록에 있었습니다. 줄줄이 적힌 재산의 액수를 전부 더해 보니 69억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정도도 거액의 재산이지요.
민법에 따르면 배우자는 자녀보다 1.5배 많은 재산을 상속 받습니다. 다만 이는 법률상 배우자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기여분을 따져보는 등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이혼한 배우자는 상속 순위에 오르지 못합니다.
이 사건의 아들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아버지와 의붓어머니가 이혼하지 않았을 때는 1.5:1의 비율로 69억 원 가운데 28억 원 정도를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이 확정된다면 의붓어머니에게 돌아갈 재산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혼 소송은, 아들에게는 아버지 재산 69억 원을 얼마나 물려받을지 결정 짓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었던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법조계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사건의 내용을 듣자마자 내 놓는 의견들은 하나같이 '상속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 사망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거였습니다.
자수한 아들은 수사 끝에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말 징역 3년 형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아들이 상속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의 사망을 숨겼다는 것, 아버지의 사망 시점은 2023년 4월이었다는 것이 인정됐습니다.
애초부터 무효였던 이혼 소송…"뒤집을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 인터뷰
재산을 다투는 민사소송은 당사자가 죽더라도 소송을 수행할 자격이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이렇게 소송 당사자의 지위를 이어받는 걸 '수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혼인 관계는 오직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신분 관계라, 이혼 소송은 당사자가 죽더라도 수계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일신전속권'이라고 하는데, 대법원 판례로 정립이 되어 있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혼 소송은 당사자 본인만 진행할 수 있는 소송이고 부모나 자녀가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가 어느 한 쪽이라도 사망하면 법원에서는 '소송 종료' 선언을 합니다. 무효라는 뜻입니다. 1, 2심 판결이 나와 있더라도 확정되지 않았다면 역시 무효입니다.
이 사건으로 돌아가 봅시다. 아버지는 이혼 소송 항소심이 시작될 무렵이던 지난 2023년 4월 숨졌다는 사실이 아들의 사체은닉 사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습니다. 위에 줄줄이 써 둔 원칙들에 따르면, 그 시점에서 이 소송은 이미 무효가 됐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을 꽁꽁 숨겼고 이혼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재심, 혹은 이혼무효소송을 통해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이런 상황은 재심청구 사유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망인 등록부부터 정정"…방향 제시한 법원
권리 구제 방향 제시한 법원
처음 등장한 유형의 '무효인 소송'을 두고 법조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제각각으로 갈리는 가운데, 당사자인 의붓어머니 측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선택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상태에서 아들이 이혼 신고를 해버린 만큼, 등록부에 기재된 이혼 신고 기록을 지워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겠다는 논리였습니다. 의붓어머니 측 대리인은 "이혼 소송의 한 쪽 당사자(아버지)가 이미 사망한 만큼 재심 등 소송을 통한 권리 구제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사건 직후 의붓어머니는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법원 판단은 기각이었습니다. 다만 단서가 달려 있었습니다. 사망한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등록부상의 아버지 사망 날짜를 먼저 정정해야 의붓어머니의 이혼 신고 이력도 지울 수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초유의 '시신 상대 소송'의 잘못을 바로잡을 방향이 비로소 제시된 상황. 의붓어머니 측은 법원의 판단대로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법원에 신청했고, 자신의 등록부에 대한 정정 신청도 다시 낸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정적 노력" 필요하다지만…신종 범죄 대비 필요 없을까
대법원 공식 입장
'당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법원이 몰라도 되나?'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법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습니다. 현행 가사소송 제도에는 본인 출석 의무가 없기에 법원이 당사자의 안위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대법원과도 여러 차례 소통했는데, 그 때마다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사자가 사망한 채 판결이 내려졌기에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도였습니다.
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자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개인이, 또는 개별 재판부가 당사자의 안위를 조금 더 꼼꼼히 확인하며 소송 진행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024년 이 사건을 연속 보도한 뒤, 대법원에서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당사자 출석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이번 사건만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을 모두 개정하는 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숨기고 소송을 이어간다는 것이 워낙 이례적이고, 사례 하나만으로 법을 고치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법원의 입장문은 '당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법원이 몰라도 되나?'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시원한 답이 되지 못합니다. 설령 재심과 이혼무효소송이 이런 일에 대한 보완 대책이라고 생각해 보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방법일 뿐, 절차의 하자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합니다.
기사 댓글에 가장 많이 보였던 반응은 '이럴 거면 법원이 왜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지만, 이 하나의 사건이 사법부를 향한 신뢰에 틈을 낼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번 사건은 말하자면 신종 범죄입니다. 대법원에서도 따로 자료를 만들어 관리하지 않을 정도로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유형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상상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이 됐고, 사상 초유의 소송 절차상 하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당사자가 제대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지, 현행 가사소송 절차법에 문제는 없는지, 실무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대법원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출석 의무 강화'라는 방향을 스스로 제시한 만큼, 대중의 의심 어린 시선을 해소할 만한 답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YTN 신귀혜 (shinkh06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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