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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법리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사건 문제되는 형법 규정에 국헌문란 목적의 정의 조항은 형법 제91조 제2호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 간략하게 연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혁적으로 로마시대에는 국가의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내란죄로 처벌했지만 황제 시대에 이르러서 국가와 황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황제에 대한 반역행위까지 내란죄로 처벌하게 되었습니다. 중세 시대에도 이러한 성향이 나타나서 죽은 개인에 대한 배신행위 등을 반역자로 처벌하게 되었고 점차 왕이나 군주 자체는 반역죄, 내란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인식이 중세시대 때는 강하게 퍼졌던 것으로 재판부에서 확인했습니다. 계기가 된 사건은 잉글랜드의 왕 찰스 1세 사건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의회가 생기고 왕과 의회 사이에 세금 징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일이 생기게 되다가 결국 잉글랜드 왕 찰스 1세는 의회가 자신의 잘못 200가지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자 이에 분노해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서 그 자리에서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는 점을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내전을 통해서 결국 찰스 1세는 반역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죽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판결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서 반역을 하였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왕에 대한 범죄라는 생각이 점차 바뀌어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왕이라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이고 그리고 이후부터는 18, 19세기를 거쳐 내란죄는 국가 존립을 침해하는 죄로 각국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연혁과 각국의 입법례, 기타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자세하게 설시가 되었습니다. 주변국의 사례를 잠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 이른바 개발도상국의 경우에서는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이 여러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이로 인해 내란, 반란, 역모 등 유사한 형법 규정에 의해 처벌받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재판부에서 판단해 보기에는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가 만약에 실패한 경우에는 그러한 일을 저지른 대통령이나 관료들이 외국으로 망명해서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사례는 거의 참고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선진국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상하게도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일으켜 군부를 동원해서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등을 찾아보기가 마찬가지로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있는 이유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정도의 갈등까지 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의회를 상원, 하원 양원으로 나누어서 의회가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선거에서 의원들의 일정 비율씩만 교체하도록 해서 급격한 의회 구성의 변화를 막거나 임기 내에 의원에 대한 신임을 묻게 하는 중간투표 등의 제도를 둬서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하도록 하는 장치 등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또 상징적인 의미에서 왕을 두고 있는 국가들은 왕이 정부와 의회의 첨예한 갈등에 중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등 행정부 수반에게 의회 해산권을 부여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연혁, 다른 나라의 헌법 규정, 판례 그리고 다른 나라 주변의 사례 등을 종합해서 보면 형법 제91조 제2호의 의미와 대통령이 형법 제91조 제2호의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해서 형법 제91조 제2호,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뿐만이 아니라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이른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는 대통령도 저지를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강제로 의회를 점령하거나 의원들을 체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 즉 국회의 권능을 침해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군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키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행정부의 수반과 행정부를 견제하는 의회는 자칫 갈등과 긴장관계에 놓이기 쉽고 이 경우 군에 대한 통수권을 가지는 행정부의 수반은 언제든지 군을 동원해 의회의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방해 없이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밀고 나가려는 강한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는 종종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고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주변국에서 직접 목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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