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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2월 06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주희 변호사
- 현직변호사가 조언한 보이스피싱 대처법
-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몇 초 음성만 있어도 목소리와 억양 복제가능한 '딥 보이스' 피싱
- 아이의 통화하기 어려운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 집중 공략
- 에이닷·후후·익시오 등 통신사별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 켜두는 것도 방법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늦은 오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A씨의 휴대전화로 낯선 번호가 하나 걸려옵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낸 직후, 저녁 준비를 하던 순간이었죠. 아이 때문에 아이패드가 망가졌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이 남성,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순간 머리가 멍해졌지만, A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어? 이거 혹시 사기는 아닐까?" 내 아들, 내 딸의 목소리를 못 알아챌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 그건 분명 A씨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라고 하면, 흔히들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의 거액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달랐죠. 소액만 보내라는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의심할 여지 없는 내 아이의 목소리까지. 하지만 이 상황, 명백한 사기였습니다. 아이의 목소리는 AI로 만들어낸 가짜였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최근 들어 실제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유형이라고 하죠? 그래서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이 사건의 수법과 법정 쟁점까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송주희: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최근 아이 울음소리와 목소리를 들려주며, 돈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단 경고가 나왔습니다. 일단 어떤 형태로 접근한다는 건지, 대표적인 수법부터 설명을 해주시죠.
◆송주희: 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1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을 만큼 최근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수법인데요. 과거처럼 어눌한 말투로 검찰을 사칭하는 게 아니라, 자녀의 신변을 위협하는 아주 악질적인 '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입니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다짜고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는, "당신 아이가 지나가다가 내 휴대전화를 발로 차서 액정이 다 깨졌다. 수리비 50만 원만 보내면 얌전히 보내주겠다"라고 하거나, "아이가 나한테 욕을 해서 기분이 너무 나쁘다, 술값으로 50만 원 보내라" 이렇게 요구를 합니다. 이때 가장 치명적인 건, 수화기 너머로 "엄마, 아저씨가 때렸어, 나 무서워" "엄마 나 지금 차 안이야" 이렇게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겁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금액도 소액이고, 당장 아이가 해코지를 당할까 봐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원화: 이 범죄의 핵심포인트는 아이 목소리, 아이 울음소리입니다. 세상에 내 아이의 목소리를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진짜 의심의 여지 없는 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러면 ‘이거 사기 아니고 진짜구나’ 확신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죠?
◆송주희: 네. 많은 분들이 설마 하시는 부분인데, 이게 바로 AI 기술인 ‘딥보이스(Deep Voice)’가 범죄에 악용된 사례입니다. 범인들은 SNS나 유튜브, 틱톡 같은 곳에 부모님들이 무심코 올린 자녀의 짧은 영상, 심지어는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몇 초짜리 음성만 있어도 이 목소리를 추출해냅니다. 그리고 '딥러닝' 기술로 목소리 톤과 억양을 복제한 뒤에, 원하는 문장을 입력해서 마치 아이가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합성하는 것이죠. 게다가 범인들이 수천만 원이 아닌, 50만 원 정도의 '소액'을 요구하는 것도 치밀한 심리전입니다. 금액이 크면 은행 이체 한도에 걸리거나, 의심을 해서 신고할 텐데, 50만 원은 부모가 당장 융통할 수 있거나, 비대면 소액 대출도 가능한 금액입니다. '설마 50만 원 때문에 납치극을 벌이겠어?'라는 생각에 사기라는 의심을 거두게 만드는 노림수인거죠.
◇이원화: 심지어 늦은 오후에서 저녁 사이, 그러니까 아이가 학원에 있을 시간대를 딱 노려서 전화를 한다고 하던데, 이거 우연이 아니라 다 계산된 타이밍이라고 봐야겠죠?
◆송주희: 그렇습니다. 아주 철저하게 계산된 타이밍입니다. 보통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학원 수업을 듣고 있어서 전화를 받기 힘든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 사이를 집중 공략합니다. 이 시간이 이른바 부모와 아이의 연결이 끊기는 '그림자 시간'인 셈인데요. 부모가 협박 전화를 받고, 당황해서 아이에게 확인 전화를 걸더라도, 아이는 수업 중이라 전화를 못 받지 않겠습니까? 그럼 부모는 '아, 진짜 납치돼서 전화를 못 받는구나'라고 생각해서 공포심이 극대화되고, 결국 범인이 시키는 대로 돈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겁니다.
◇이원화: 특히 학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가 표적이 되고 있단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아이 이름에 학원명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하니까요. 도대체 이런 개인정보는 어떤 경로로 취득한 걸까요?
◆송주희: 해킹으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다크웹' 같은 곳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기본적이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을 직접 속여서 정보를 빼내는 아주 교묘한 수법까지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앞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휴대폰 사용 줄이기 캠페인'같은 가짜 행사를 엽니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이름과 부모님 연락처를 적어내게 하고요. 더 악질적인 건, "이벤트 미션을 수행하려면, 일정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꺼둬야 한다"고 유도한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아이 폰이 꺼져 있는 바로 그 잠시 동안,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납치됐다"고 협박을 하는 거죠. 부모가 확인 전화를 해도 아이 폰이 꺼져 있으니, 꼼짝없이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이원화: 아무튼 해당 사건의 경우, 일단 사기죄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단순히 사기로만 볼 게 아니라 통화에서, "애 못 볼 줄 알아", "때렸다" 이런 이야기도 한단 거잖아요? 협박이나 공갈, 심지어 아동학대 관련 혐의까지도 적용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송주희: 네. 이 사안은 단순 사기로만 보기엔 범죄 양태가 상당히 중합니다. 우선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송금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성립합니다. 여기에 더해 통화 과정에서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에게 해를 가하겠다”, “이미 때렸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조성했다면, 이는 단순한 사기를 넘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고, 그 협박을 수단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면 '공갈죄'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갈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다만 아동학대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실제로 아이를 상대로 직접적인 학대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체적 학대가 바로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변조해, 학대당하는 것처럼 꾸며 부모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는, 사안에 따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또는 '아동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문제 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결국 이 범죄는 사기·협박·공갈이 결합된 중대 범죄이고, 구체적인 수법에 따라 적용 혐의가 더 무거워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원화: 그런데 아무리 방송에서 경고를 드려도, 막상 내 아이의 목소리가 들어간 협박 전화를 받게 되면, “혹시 진짜면 어쩌지?”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요 변호사님, 이런 전화가 혹시 걸려오면, 어떻게 뭐부터 해야할지, 정리를 해주시죠.
◆송주희: 네. 금융감독원에서도 아주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내놨는데요. 첫 번째 원칙은 무조건 '일단 전화를 끊는 것’입니다. 범인들은 피해자가 이성적인 생각을 못 하도록 쉴 새 없이 말을 걸고,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못 끊게 만듭니다. 일단 과감하게 전화를 끊으셔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자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시고요. 추가적으로 요즘은 통신사마다 AI 탐지 기능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SK텔레콤의 '에이닷', KT의 '후후', LG유플러스의 '익시오' 같은 안심 통화 앱을 설치해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켜두시면,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피싱 의심 시 바로 경고를 해주니,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원화: 만약 이미 돈을 보낸 경우라면, 뭘 어떻게 해야할까요?
◆송주희: 이미 송금을 하셨더라도 '골든타임'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송금 직후 사기임을 아셨다면, 즉시 112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 혹은 돈을 보낸 은행의 고객센터에 전화하셔서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하셔야 합니다.
◇이원화: 이번 사례는, 대출이 필요없는 소액송금을 노린 범죄였습니다만, 현실에선 대출을 받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피싱 사례도 여전히 많잖아요? 이런 경우 피해자가 대출금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건지, 법적으로 다툴만한 여지가 있을지, 어떻습니까?
◆송주희: 네.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고, 실제로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도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에 보도된 사건처럼, 범죄 조직이 피해자를 며칠간 호텔에 사실상 감금해 두고,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억지로 대출을 받게 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 민법 제110조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공포 상태에서 '대출 계약 버튼'을 눌렀다면, 이는 유효한 계약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나는 이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원화: 이 과정에서 금융사의 책임도 점점 무겁게 보는 추세죠?
◆송주희: 맞습니다. 아주 중요한 변화인데요. 과거에는 비대면이라도 본인 인증만 거치면 "관리 못한 본인 책임이다"라는 게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아주 깐깐하게 따져보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26세 사회 초년생이 갑자기 '사업 자금' 명목으로,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에 여러 건의 고액 대출을 신청한다면,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이상 거래' 징후 아닙니까? 실제로 최근 법원 판례도 금융사가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대출 계약의 효력은 명의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원화: 네. 그런데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각 금융사에 내용증명부터 보내란 조언들,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이게 왜 중요한 겁니까?
◆송주희: 많은 분들이 전화로 항의하고 끝내시는데, 법적으로는 '증거'가 남아야 합니다. "나는 이 대출이 내 의사가 아닌 범죄에 의한 것이니 무효를 주장한다", "즉시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두면, 나중에 소송이 진행됐을 때, 피해자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결정적인 물적 증거가 됩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6년 2월 06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주희 변호사
- 현직변호사가 조언한 보이스피싱 대처법
-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몇 초 음성만 있어도 목소리와 억양 복제가능한 '딥 보이스' 피싱
- 아이의 통화하기 어려운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 집중 공략
- 에이닷·후후·익시오 등 통신사별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 켜두는 것도 방법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늦은 오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A씨의 휴대전화로 낯선 번호가 하나 걸려옵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낸 직후, 저녁 준비를 하던 순간이었죠. 아이 때문에 아이패드가 망가졌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이 남성,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순간 머리가 멍해졌지만, A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어? 이거 혹시 사기는 아닐까?" 내 아들, 내 딸의 목소리를 못 알아챌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 그건 분명 A씨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라고 하면, 흔히들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의 거액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달랐죠. 소액만 보내라는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의심할 여지 없는 내 아이의 목소리까지. 하지만 이 상황, 명백한 사기였습니다. 아이의 목소리는 AI로 만들어낸 가짜였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최근 들어 실제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유형이라고 하죠? 그래서 오늘 <사건X파일>에서는, 이 사건의 수법과 법정 쟁점까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송주희: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최근 아이 울음소리와 목소리를 들려주며, 돈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단 경고가 나왔습니다. 일단 어떤 형태로 접근한다는 건지, 대표적인 수법부터 설명을 해주시죠.
◆송주희: 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1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을 만큼 최근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수법인데요. 과거처럼 어눌한 말투로 검찰을 사칭하는 게 아니라, 자녀의 신변을 위협하는 아주 악질적인 '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입니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다짜고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는, "당신 아이가 지나가다가 내 휴대전화를 발로 차서 액정이 다 깨졌다. 수리비 50만 원만 보내면 얌전히 보내주겠다"라고 하거나, "아이가 나한테 욕을 해서 기분이 너무 나쁘다, 술값으로 50만 원 보내라" 이렇게 요구를 합니다. 이때 가장 치명적인 건, 수화기 너머로 "엄마, 아저씨가 때렸어, 나 무서워" "엄마 나 지금 차 안이야" 이렇게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겁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금액도 소액이고, 당장 아이가 해코지를 당할까 봐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원화: 이 범죄의 핵심포인트는 아이 목소리, 아이 울음소리입니다. 세상에 내 아이의 목소리를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진짜 의심의 여지 없는 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러면 ‘이거 사기 아니고 진짜구나’ 확신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죠?
◆송주희: 네. 많은 분들이 설마 하시는 부분인데, 이게 바로 AI 기술인 ‘딥보이스(Deep Voice)’가 범죄에 악용된 사례입니다. 범인들은 SNS나 유튜브, 틱톡 같은 곳에 부모님들이 무심코 올린 자녀의 짧은 영상, 심지어는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몇 초짜리 음성만 있어도 이 목소리를 추출해냅니다. 그리고 '딥러닝' 기술로 목소리 톤과 억양을 복제한 뒤에, 원하는 문장을 입력해서 마치 아이가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합성하는 것이죠. 게다가 범인들이 수천만 원이 아닌, 50만 원 정도의 '소액'을 요구하는 것도 치밀한 심리전입니다. 금액이 크면 은행 이체 한도에 걸리거나, 의심을 해서 신고할 텐데, 50만 원은 부모가 당장 융통할 수 있거나, 비대면 소액 대출도 가능한 금액입니다. '설마 50만 원 때문에 납치극을 벌이겠어?'라는 생각에 사기라는 의심을 거두게 만드는 노림수인거죠.
◇이원화: 심지어 늦은 오후에서 저녁 사이, 그러니까 아이가 학원에 있을 시간대를 딱 노려서 전화를 한다고 하던데, 이거 우연이 아니라 다 계산된 타이밍이라고 봐야겠죠?
◆송주희: 그렇습니다. 아주 철저하게 계산된 타이밍입니다. 보통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학원 수업을 듣고 있어서 전화를 받기 힘든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 사이를 집중 공략합니다. 이 시간이 이른바 부모와 아이의 연결이 끊기는 '그림자 시간'인 셈인데요. 부모가 협박 전화를 받고, 당황해서 아이에게 확인 전화를 걸더라도, 아이는 수업 중이라 전화를 못 받지 않겠습니까? 그럼 부모는 '아, 진짜 납치돼서 전화를 못 받는구나'라고 생각해서 공포심이 극대화되고, 결국 범인이 시키는 대로 돈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겁니다.
◇이원화: 특히 학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가 표적이 되고 있단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아이 이름에 학원명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하니까요. 도대체 이런 개인정보는 어떤 경로로 취득한 걸까요?
◆송주희: 해킹으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다크웹' 같은 곳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기본적이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을 직접 속여서 정보를 빼내는 아주 교묘한 수법까지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앞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휴대폰 사용 줄이기 캠페인'같은 가짜 행사를 엽니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이름과 부모님 연락처를 적어내게 하고요. 더 악질적인 건, "이벤트 미션을 수행하려면, 일정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꺼둬야 한다"고 유도한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아이 폰이 꺼져 있는 바로 그 잠시 동안,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납치됐다"고 협박을 하는 거죠. 부모가 확인 전화를 해도 아이 폰이 꺼져 있으니, 꼼짝없이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이원화: 아무튼 해당 사건의 경우, 일단 사기죄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단순히 사기로만 볼 게 아니라 통화에서, "애 못 볼 줄 알아", "때렸다" 이런 이야기도 한단 거잖아요? 협박이나 공갈, 심지어 아동학대 관련 혐의까지도 적용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송주희: 네. 이 사안은 단순 사기로만 보기엔 범죄 양태가 상당히 중합니다. 우선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송금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성립합니다. 여기에 더해 통화 과정에서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에게 해를 가하겠다”, “이미 때렸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조성했다면, 이는 단순한 사기를 넘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고, 그 협박을 수단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면 '공갈죄'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갈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다만 아동학대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하게 봐야 합니다. 실제로 아이를 상대로 직접적인 학대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체적 학대가 바로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변조해, 학대당하는 것처럼 꾸며 부모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는, 사안에 따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또는 '아동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문제 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결국 이 범죄는 사기·협박·공갈이 결합된 중대 범죄이고, 구체적인 수법에 따라 적용 혐의가 더 무거워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원화: 그런데 아무리 방송에서 경고를 드려도, 막상 내 아이의 목소리가 들어간 협박 전화를 받게 되면, “혹시 진짜면 어쩌지?”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요 변호사님, 이런 전화가 혹시 걸려오면, 어떻게 뭐부터 해야할지, 정리를 해주시죠.
◆송주희: 네. 금융감독원에서도 아주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내놨는데요. 첫 번째 원칙은 무조건 '일단 전화를 끊는 것’입니다. 범인들은 피해자가 이성적인 생각을 못 하도록 쉴 새 없이 말을 걸고,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못 끊게 만듭니다. 일단 과감하게 전화를 끊으셔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자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시고요. 추가적으로 요즘은 통신사마다 AI 탐지 기능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SK텔레콤의 '에이닷', KT의 '후후', LG유플러스의 '익시오' 같은 안심 통화 앱을 설치해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켜두시면,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피싱 의심 시 바로 경고를 해주니,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원화: 만약 이미 돈을 보낸 경우라면, 뭘 어떻게 해야할까요?
◆송주희: 이미 송금을 하셨더라도 '골든타임'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송금 직후 사기임을 아셨다면, 즉시 112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 혹은 돈을 보낸 은행의 고객센터에 전화하셔서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하셔야 합니다.
◇이원화: 이번 사례는, 대출이 필요없는 소액송금을 노린 범죄였습니다만, 현실에선 대출을 받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피싱 사례도 여전히 많잖아요? 이런 경우 피해자가 대출금을 전부 떠안아야 하는 건지, 법적으로 다툴만한 여지가 있을지, 어떻습니까?
◆송주희: 네.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고, 실제로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도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에 보도된 사건처럼, 범죄 조직이 피해자를 며칠간 호텔에 사실상 감금해 두고,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억지로 대출을 받게 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 민법 제110조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공포 상태에서 '대출 계약 버튼'을 눌렀다면, 이는 유효한 계약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나는 이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원화: 이 과정에서 금융사의 책임도 점점 무겁게 보는 추세죠?
◆송주희: 맞습니다. 아주 중요한 변화인데요. 과거에는 비대면이라도 본인 인증만 거치면 "관리 못한 본인 책임이다"라는 게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아주 깐깐하게 따져보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26세 사회 초년생이 갑자기 '사업 자금' 명목으로,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에 여러 건의 고액 대출을 신청한다면,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이상 거래' 징후 아닙니까? 실제로 최근 법원 판례도 금융사가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 대출 계약의 효력은 명의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원화: 네. 그런데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각 금융사에 내용증명부터 보내란 조언들,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이게 왜 중요한 겁니까?
◆송주희: 많은 분들이 전화로 항의하고 끝내시는데, 법적으로는 '증거'가 남아야 합니다. "나는 이 대출이 내 의사가 아닌 범죄에 의한 것이니 무효를 주장한다", "즉시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두면, 나중에 소송이 진행됐을 때, 피해자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결정적인 물적 증거가 됩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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