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테토녀’와 ‘에겐남’, 이 말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열린라디오 YTN] ‘테토녀’와 ‘에겐남’, 이 말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2025.12.02. 오전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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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1월 2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언어연구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1월 2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언어연구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해 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요즘 전통적인 성의 특성을 초월한 재미있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바로 ‘테토녀’와 ‘에겐남’인데요. 오늘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이 말들의 어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매일경제에서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어원 연구가 신동광 작가와 만나 봅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 신동광 언어연구가 (이하 신동광) : 네, 안녕하세요. 두 달 만에 뵙죠.

◆ 최휘 : 왜 이렇게 오랜만에 뵙는 것 같죠?

◇ 신동광 : 제가 얼마 전에 입원 치료를 받았어요. 그 기간이 방송 일정이랑 겹쳐서 쉬었습니다.

◆ 최휘 : 입원이라니 어디가 아프셨어요?

◇ 신동광 : 제가 간단한 시술을 받았어요. 회복은 잘 됐고요. 마취에서 깬 다음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입원실에서 핸드폰으로 용종과 선종의 어원에 대해서 글을 쓰다가 안 잔다고 간호사 선생님한테 혼났습니다.

◆ 최휘 : 일단 지금 시술 결과는 괜찮으신 거죠?

◇ 신동광 : 예 아주 좋습니다.

◆ 최휘 : 다행입니다. 마취에서 깬 후에 또 어원을 살펴보셨다니 정말 뼛속까지 연구가시네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용종과 선종은 어떻게 다른 건지 좀 설명해 주세요.

◇ 신동광 : 좋습니다. 용종은 싹이나 버섯을 뜻하는 용자랑 혹이나 종기를 가리키는 종자가 모인 말이에요. 버섯처럼 돋은 혹 그래서 영어로는 버섯류를 가리키는 펑거스(fungus)라고 표현합니다. 장 점막에 도달한 동그란 종기예요.

◆ 최휘 : 선종은요?

◇ 신동광 : 선종은 선자가 ‘샘 선’자예요. 샘 선자에다가 ‘혹 종’자를 쓰는데요. 샘이라는 게 갑상샘이나 전립선처럼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나 소화 효소 같은 화학 물질을 분비하는 기관이에요. 그래서 여기에 종기가 생긴 거죠. 선종의 영어 단어는 아데노마(adenoma)라고 하는데요. 그리스어로 샘을 뜻하는 아덴과 혹을 뜻하는 접미사 오마가 같이 모여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 최휘 : 선종과 용종, 뭔가 비슷한 듯하면서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데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 신동광 : 용종은 장 점막에 도달한 혹이에요. 선종은 샘 세포가 증식한 혹인데 용종 안에 선종이 들어가게 되는 거죠. 선종은 용종보다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최휘 : 무서운데요. 그러면 작가님은 용종이었나요? 선종이었나요?

◇ 신동광 : 선종이었습니다. 근데 선종이 그렇게 치료하기 어려운 게 아니고요. 간단한 시술을 받는 거라서 일찍 알아서 치료하게 되면 걱정 없고요. 그리고 저처럼 절제를 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냥 쭉 지켜보면서 같이 가는 분들도 더 많으시대요. 알아서 없어지기도 한답니다.

◆ 최휘 : 호르몬을 분비하는 인체 기관을 치료받으신 것 같은데 오늘 마침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테토녀와 에겐남, 요즘 아주 유행하는 언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이 뜻을 먼저 알아볼까요?

◇ 신동광 : 테토녀라고 하는 말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역동적이고 털털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리고 에겐남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명령에 순응하듯이 섬세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진 남성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분들이 이효리 씨나 이영지 씨 정도가 거론이 되고요. 또 에겐남,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또 섬세해 보이는 부드러운 남자들로는 차은우 씨나 이종석 씨가 손에 꼽히고 있습니다.

◆ 최휘 : 작가님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덧붙여 드립니다.

◇ 신동광 : 아닙니다. 검색 많이 해봤어요.

◆ 최휘 : 그런가요? 사실 이전에도 생각을 해보면 말괄량이나 초식남처럼 좀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신동광 : 맞습니다. 예전에도 성의 특성하고 좀 달라 보이는 개성 있는 분들이 있었죠. 거의 유사한 의미로 쓰였는데요. 그런데 유독 테토녀랑 에겐남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어요. 왜냐하면 남성 호르몬의 여성 그리고 여성 호르몬의 남성 이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설적인 의미가 함축이 돼 있어요. 그것 때문에 조금 더 재미있고 강렬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 최휘 : 맞아요. 저도 처음 딱 접했을 때 정말 재밌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역설의 영어 어원도 궁금해지는데요.

◇ 신동광 : 우리가 고등학교 때 수능 준비할 때 반어법이라든지 아니면 역설 같은 것도 배우는데요. 영어 단어가 패러독스(paradox)예요. 고대 그리스어로 반대나 아니면 너머를 뜻하는 페로와 그다음에 기대나 의견을 의미하는 독스가 모여서 이루어진 말이에요. 예를 들자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죠.

◆ 최휘 : 뭔가 모순적인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어서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신동광 : 네 그리고 그 의미가 더 분명하게 전달이 되죠. 이를테면 ‘잘한다 잘해’. 죄송합니다.

◆ 최휘 : 제가 순간 리액션이 고장이 났는데, 자 그럼 여성 호르몬의 통칭인 에스트로겐의 상대어로 안드로겐이 있지 않습니까? 좀 설명을 해 주실까요?

◇ 신동광 : 안드로겐이라고 하는 말이 에스트로겐의 라임이라든지 의문적 의미는 상대어가 안드로겐이 맞아요. 안드로겐에서 ‘안드로’라고 하는 것이 남성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뜻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을 닮은 모양을 안드로이드라고 얘기를 하죠. 그리고 ‘겐’이라고 하는 말은 생산 유발하는 주체, 그런 물질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남성의 이름인 안드레아라는 이름이 있어요. 김대건 신부님도 이제 성 안드레아라고 하죠. 남자다운, 사람다운 이를 뜻하는 말이고요. sf영화 속에 나오는 안드로이드.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간을 닮은 모습, 인간형 로봇을 의미하죠.

◆ 최휘 : 안드로겐에 대한 좀 설명을 해 주셨고요. 그러면 에스트로겐의 어원은 어떻습니까?

◇ 신동광 : 에스트로겐은 뜻밖이에요. 뭐냐 하면 ‘미친 충동’이에요. 그리고 이 말이 그리스어 오이스트로스(oistros)에서 유래했는데요. 19세기 말쯤에 동물의 발정 성적인 어떤 충동, 열기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합니다. 동물이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가장 큰 신체적 차이는 잉태를 할 수 있다는 그런 기관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 여성과 달리 특정한 때에만 이 생리적 욕망이 생깁니다. 여성성을 발현하는 시기가 있어요. 그래서 발정을 유도하는 물질에 에스트로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 최휘 :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어원입니다.

◇ 신동광 : 엄밀히 얘기하면 발정 호르몬, 그런데 그러면 되게 없어 보이잖아요.

◆ 최휘 :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테스토스테론은 어디서 왔을까요?

◇ 신동광 : 얘는 조금 더 나갔습니다. 우리가 남성 호르몬을 뜻하는 테스토스테론은 독일어 테스테스테론. 똑같죠. 여기서 유래했는데요. 이게 말이 어디서 왔냐면 라틴어로 고환을 의미하는 테스티스(testis)에서 왔어요. 그래서 테스티스 플러스 단단하다는 뜻의 스테롤(스테레오스, stereos)이 모인 단어예요. 그래서 말 그대로 고환 스테로이드 호르몬입니다.

◆ 최휘 : 지금 상당히 많은 단어가 나왔거든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 신동광 : 실제로 테스토스테론은 대부분 고환에서 생성됩니다. 테스티스라고 하는 말은 본래 증인을 뜻해요. 위트니스(witness)죠. 이 말은 인도 유럽 쪽 트리에스테에서 온 말이에요. 옆에 서 있는 제3자를 뜻하는 말인데요. 이해관계가 없는 무관심한 증인을 의미했습니다.

◆ 최휘 : 혹시 신약과 구약을 말하는 테스타먼트(Testament)와도 연관이 있을까요?

◇ 신동광 : 대단하십니다. 맞습니다. 테스티스는 기독교의 성경과도 인연이 아주 깊어요. 성경전서에서 구약은 옛날의 약속을 의미하는 거고요. 신약은 새로운 약속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래서 뉴 테스타먼트(New Testament), 올드 테스타먼트(Old Testament) 얘기할 때 뒷말인 테스타먼트는 증거와 언약을 뜻하고요. 결론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다움을 증명하게 만드는 물질입니다.

◆ 최휘 : 그렇군요. 형식적으로는 안드로겐이 더 적합해 보여서 안드녀라고 써야 되나 고민을 했는데 의미를 들어보니 테토녀라는 말에 납득이 더 가네요.

◇ 신동광 : 공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라임을 맞추려면 안드로겐을 쓰지 않는지에 대해서 좀 의아스러웠는데요. 테토가 남성의 생리적 특성을 더 강조한 말이기 때문에 사람이라고 하는 개념적 성격이 강한 안드로겐보다는 더 남성적으로 들리죠. 그래서 의미로 보면 반드시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으로 짝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이렇게 테토녀 그리고 에겐남의 어원을 알아봤는데요. 어원으로 용어를 해석을 해보니까 테토녀, 에겐남이라는 말이 더 좀 애정이 간다고 해야 될까요?

◇ 신동광 :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최휘 :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말록 홈즈 신동광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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