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남편이? '니코틴 살인', 법원 살인죄 판단 안한 이유는?

하루 아침에 남편이? '니코틴 살인', 법원 살인죄 판단 안한 이유는?

2025.10.28. 오전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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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0월 28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을 한번 듣고 나면 나도 모르게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내가 먹던 음료수였다고 해도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면 ‘혹시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진 않았을까, 내가 이걸 마셔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 말이죠.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직장 동료의 커피에 살충제를 타 마시게 했다면 과연 그 행위는 살인미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성 A씨는 결국 사망했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었죠. 검찰은 아내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구속기소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니코틴을 넣은 미숫가루’와 ‘흰 죽’을 먹였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세간의 니코틴 남편 사망 사건이라 불렸던 이 사건뿐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 직장 동료 커피 살충제 사건 역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누군가의 음식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유독 물질을 넣었는데 도대체 왜 무죄가 나오는 건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들 계실 텐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부분 관련 사건과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남채은 변호사(이하 남채은):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듣자마자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싶었다가 순간 생각해 보니 이게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겠다 싶어서 더 피부에 와닿았던 사건이 아닌가 싶은데 무섭기도 했고요. 직장 동료의 커피에 살충제를 넣었다고요?

◇남채은: 네, 그렇습니다. 사건은 지난 3월 29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발생했습니다. 50대 간호조무사였던 가해자가 동료인 피해자의 커피에 몰래 살충제를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평소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업무를 가르치려 들거나 핀잔을 주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사건 당일에도 비슷한 일로 감정이 상하자 피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피해자는 커피를 마시다 맛에 이상함을 느껴 즉시 멈췄기에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가해자가 커피에 넣은 것은 벌레 퇴치용으로 병원에 보관 중이던 농사용 살충제였습니다.

◆이원화: 아무리 핀잔을 주고 불만이 있었다고 해도 살충제라는 건 유독물질인 거잖아요. 이걸 넣었다 싶은 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볼 만 하겠다 싶은데요?

◇남채은: 네, 맞습니다. 변호사님 말씀처럼 유독 물질인 살충제를 넣는 것은 동료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검찰 역시 가해자에 대해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살충제에는 과량 노출될 경우 점막 자극, 구토, 무호흡, 감각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렸을 것 같으신가요?

◆이원화: 역으로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살짝 불안하긴 한데,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느냐, 살인의 고의가 있었느냐 여부 같거든요.이걸 검찰에서 입증을 해냈느냐도 관건일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남채은: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바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정말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재판부는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유독 물질을 이용해 상해를 입힌 행위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아 특수상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살인의 고의를 부정한 주요 근거로는 피고인이 사용한 살충제는 살해를 목적으로 특별히 구매한 것이 아니라 원래 병원에 벌레 퇴치용으로 보관 중이던 것이었기 때문에 살해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준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커피에 투입한 살충제의 양이 실제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사량인지 불분명하고, 피고인이 범행 전 살충제의 효과나 위험성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원화: 초범이라는 점도 양형에 영향을 줬다 알고 있거든요.

◇남채은: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형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여러 감경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그중에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이 크게 작용했는데,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것은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어 책임주의 원칙상 비난 가능성을 줄이는 중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맛의 이상함을 느끼고 즉시 섭취를 중단하여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비교적 가벼운 상해에 그친 점과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2천만 원을 법원에 공탁한 점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살인미수의 고의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동료의 신체에 해악을 가하려 한 행위의 중대성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는 거네요?

◇남채은: 네,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 공탁 제도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태도를 재판부에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감정적인 이유 등으로 수령을 거부하더라도 피고인이 반성하며 피해를 보상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므로 법원은 이를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다른 사건 하나 더 살펴볼까요?

◇남채은: 네, 이번에 살펴볼 사건은 수사 단계부터 최종 판결까지 여러 차례 결론이 뒤집히며 큰 화제가 되었던 남편 니코틴 살인 사건입니다. 사건 당사자는 2년간 교제 끝에 결혼한 11년 차 부부였는데, 2021년 5월 26일 남편인 피해자는 아침에 아내가 만들어준 미숫가루와 햄버거를 먹고 출근한 뒤 그날따라 가슴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저녁에 귀가해서도 상태가 좋지 않아 식사를 걸렀고, 아내가 끓여준 흰 죽을 먹은 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잠시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아내가 건넨 찬물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오전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원화: 부검을 했겠죠?

◇남채은: 물론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부검에 동의해 부검이 진행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남편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사기관은 아내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즉각 체포 후 구속기소했습니다. 아내가 남편 사망 며칠 전 전자담배용 니코틴 원액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3년간 만나온 내연남이 있는 등 외도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네, 이거 뭐 볼 것도 없이 살해 혐의가 있다고 봤을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남채은: 네 검찰은 아내가 2021년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그러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의 사망 원인을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판단하면서 아내가 액상 니코틴을 구매할 당시 원액을 추가로 요청한 점, 니코틴 과다 복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아내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미숫가루와 흰죽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지만, 찬물을 이용한 범죄는 유죄로 보고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가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원화: 무슨 반전이었죠?

◇남채은: 대법원은 2023년 7월 공소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유일한 목격자도 당시 6살이던 자녀뿐이었고, 특히 아내는 자신의 외도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남편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결국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네 차례 변론 절차를 거친 끝에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그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추어 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 범죄 증명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이에 불복해 재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원화: 이번 사건 같은 경우 간접 증거에만 의존할 때 공소사실 입증이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그런 사례가 아니었나 싶거든요. 아무리 정황 증거가 충분하고 심증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검찰이든 변호인이든 모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싶습니다.

◇남채은: 맞습니다. 이처럼 하급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되었다가 직접 증거의 부재 및 간접 증거의 증명력 부족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또 다른 대표적 사례로 잘 알려진 만삭 의사 부인 사망 사건도 있는데요. 이 사건은 2011년 1월 14일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의사인 남편이 출산을 한 달 앞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입니다. 결과적으로 다섯 차례의 재판 끝에 남편에게 징역 20년 형이 확정되기는 했으나 대법원에서 한차례 객관적 증거와 그에 기초한 치밀한 논증이 부족하다며 파기환송을 했었습니다. 남편은 재판 내내 공소 사실을 부인하면서 남편이 집을 나온 뒤 아내가 사망했고, 아내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이상 자세에 의해 질식사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부검 결과 남편의 행적, 시신 손상에 근거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이 유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단순한 질식사가 아닌 액사, 즉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는 점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면서 의문점이 있는 부검의의 소견이나 자료들에만 의존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사망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를 진행한 결과 목 부위에 여러 피부 까짐 및 출혈, 오른쪽 턱 주변의 멍과 내부 출혈, 얼굴이 찢기거나 멍든 다수의 상처 등을 토대로 액사로 판단하고 또다시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20년을 선고했는데, 피고인이 재상고했으나 대법원은 결국 간접 증거들의 종합적 증명력에 기하여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두 사건은 모두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증명되어야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증거, 재판주의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보여준 매우 중요한 판례이며, 아무리 강한 심증과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더라도 결정적인 증거 없이는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법의 엄격함과 간접 증거에만 의존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얼마나 치밀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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